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자살예방의 시작, ‘괜찮니?’

‘세계 자살예방의 날’ 맞아 돌아본 광명시자살예방센터

2017.09.22 정책기자 김윤경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그날 새벽 울렸던 전화벨은 여전히 머릿속 한 모퉁이에 새겨있다. 꽤 이른 시간이었다. 통화가 끝난 후, 기상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더 이상 잠은 남아있지 않았다.   

도대체 왜? 

서른이 되기 전, 그는 스스로 떠났다. 필자가 기억하는 그의 어린 모습은 유독 귀엽고 활달했다. 누가 봐도 하나 부족함 없는 엄친아였다. 간간히 소식을 전해 들어서일까. 오랜만에 들은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았지만, 충격은 쉽사리 지우지 못했다.  

2017 광명시자살예방기념행사중
2017 광명시 자살예방 기념행사 중 ‘희망의 촛불 점등’.(출처=광명시자살예방센터)
 

지난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예방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인력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전국 241개 소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자살 유가족 모임을 지원하고, 심리부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협약을 맺고 자살 유가족에 대해 1인당 140만 원(최대 300만 원) 정신과 치료 및 심리상담 비용을 지원한다. 그런 즈음, 자살예방에 관련된 두 곳이 궁금해졌다.

광명시보건소에 위치한 광명시자살예방센터
광명시보건소에 위치한 광명시자살예방센터.
 

광명시자살예방센터 - 대상자의 마음 속 숨겨진 어려움을 찾아 해결로 이끌어

‘광명시자살예방센터’를 방문한 날, 마침 자살 고위험자를 위한 예방 프로그램인 ‘토닥토닥’이 진행 중이었다. 협조를 얻고 들어가 보니 웃음에 대한 강의가 한창이었다. “오늘 우리 많이 웃었지요? 카메라를 보고 모두 아까 그 모습을 지어볼까요?”

웃음수업을 받은 후, 활짝 웃어준 수강생들.
웃음수업을 받은 후, 활짝 웃어준 수강생들.
 

강의 후라 더 밝았을까? 필자도 미소가 지어질만큼 모두 소리 내 활짝 웃었다. 곧이어 상담실에서 김현진 팀장(40⋅광명시자살예방센터)을 만났다. 16년 동안 부천과 경기도 등에서 관련된 상담을 하고, 이곳에 왔다는 그녀의 첫 인상은 따스한 쉼표 같았다.

차분하고 세세히 이야기를 해준 김현진 팀장.
차분하고 세세히 이야기를 해준 김현진 팀장.
 

“옆에 힘든 사람이 있다면, 저희는 직접 ‘자살하지마’ 하고 말하도록 교육해요. 돌려 말하면 마음이 복잡한 당사자에게는 명확하게 들리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자살 시도자가 보내는 신호도 어려워요. 평상시와 다르거나 많이 외로워한다면 우선 그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침착하게 물어본 후,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합니다.” 

‘자살’이란 말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필자 역시 알게 모르게 편견 속에 물들었던 걸까. 그렇지만 여기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일이 있다. 그 단어를 언급할 때는 결코 가볍지 않게 진심을 담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전문가에게 상담 받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인 역시 다양하지만 방법은 있어요. 저희는 상담 후, 건강 문제는 병원과 연계해 약제비 지원 등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경제 문제는 회복 방안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요. 다양한 길이 있는데, 혼자 고민하다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죠.” 

2017 광명시자살예방기념행사 특강
2017 광명시 자살예방 기념행사 특강 ‘사람이 희망이다’.(광명시자살예방센터 제공)
 

그렇다면 점점 개인적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사회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봐요. 가족이 자살했다면 드러내 놓고 슬퍼하지도 못해요. 한 사람이 떠나면 주위에 있는 열 사람 이상 상처를 입는데도 말이죠. 유가족이 자살 고위험자에 속하게 되는 건, 원망과 죄책감을 느끼는데다 주위 시선 때문에 마음을 잘 열 수 없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자녀가 목격한 경우, 그 자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아픔을 이겨낸 유가족들이 활동을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떠난 빈 자리는 크다. 떠난 이에 대한 원망과 죄책감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아픈 마음에 주위의 비난까지 섞인다면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마침 토닥토닥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던 센터 강의실.
토닥토닥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던 센터 강의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그녀가 이 일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학창시절, 소위 외톨이였던 친구들이 제게 마음 편하게 털어놓는 걸 보고 사회복지와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한 그녀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왔고 그로 인해 잠시 일을 그만뒀다. 그럴 때 같이 일했던 교수님과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걸 느꼈죠. 그리고 저 또한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살예방센터에는 상담전화가 종종 온다.
자살예방센터에는 상담전화가 종종 온다.
 

광명시자살예방센터는 2013년 개소했다. 현재 자살 고위험자를 위한 ‘토닥토닥’과 자살 유가족 대상으로 월 2회 ‘자유여행’,어르신을 위한 ‘광명노인 행복찾기’ 같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소 내에서는 노인우울선별검사가 진행 중이었다.
보건소 내에서는 노인우울선별검사가 진행 중이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 캠페인, 모니터링, 교육 등을 통해 자살예방 지원체계를 만들어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2년 시행된 법률에 의해 설립됐다. 자살예방에 관련한 캠페인을 비롯해 인력 양성,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홍창형 센터장은 자살 시도자를 위한 단계적 접근 방법의 중요성과 함께,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한 홍 센터장은 비가 올 때 우산을 쓰듯이, 우울증이 있으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거나 방법을 몰라 고통 받을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괜찮니? 캠페인’과 ‘보고 듣고 말하기 프로그램’, ‘자살유해정보예방사업’ 및 골프선수들의 기부금으로 자녀들의 학업을 지원하는 사업(1가구당 최대 100만 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함께 10월말까지 서울 및 하남에서 생명보듬페스티벌 ‘라이프워킹(LifeWalking)’을 연다.(신청 및 자세한 사항은 https://lifehope.or.kr/board/bbs/show.php?id=691&p_cate_id=42&category_id=42&group_code=bbs&pageID=&m_id=70)

광명시 프로그램 중 수강생들이 생명의 텃밭을 가꾸며 삶의 희망을 보는 내용도 있다.
광명시 프로그램 중 수강생들이 생명의 텃밭을 가꾸며 삶의 희망을 보는 내용도 있다.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럽다. ‘자살’이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무너지는 가족들 마음을 보았고 섣부른 글은 오히려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당신이 모든 걸 안고 깔끔하게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신이 사라진 후, 평생 죄책감에 가슴 터질 것 같은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지금 아무도 곁에 없다고 생각돼도, 적어도 들어주고 같이 울어줄 이들은 있다. 험한 미로를 빠져나갈 길이 안 보인다 해도 목적지를 향한 방향이 없는 건 아니다.        

광명시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가꾼 텃밭. 작은 생명이 자라는 걸 보면서 텅빈 마음에도 초록빛을 입혀보면 어떨까.
광명시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가꾼 텃밭. 작은 생명이 자라는 걸 보며 상처 난 마음에 초록빛을 칠해보는 건 어떨까.
 

살면서 누구나 힘들 때가 있다. 언젠가 필자도 그랬나 보다. 평소 멀고 바빠 간혹 안부만 주고받던 친구에게서 메일이 왔다. “무슨 일이 있으면 마음 속에 두지 말고 말해. 큰 도움이 못 돼도 끝까지 널 믿고 응원할 테니까.” 흔히 하는 말일 수 있겠지만, 그때는 더 그 말이 마음에 닿았다. 그 정도가 뭘 힘드냐는 대신 조용히 믿어 주는 따스함이 훨씬 고마웠다. 

예상보다 길어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야기를 적은 수첩은 가득 차 넘쳤지만 마음은 비워져 가뿐했다. 

◇ 자살예방상담 
전화 : 희망의 전화129,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오프라인 : 지역 내 기초 및 광역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지역 내 정신건강의학과 등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