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위치로, 원 위치로~” 이 한 마디에 250여 명의 대군단이 십 수 차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햇빛이 까슬까슬한 초가을 날씨에 심지어 겨울옷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였다. 유아부터 노인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40초의 그림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을 위해 국민모델 공모를 통한 CF를 제작한다. 15초, 20초, 30초, 40초 국·영문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지는 이번 영상은 SNS 등의 매체를 통해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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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을 위해 국민모델 공모를 통한 CF를 제작했다. 17일 춘천과 18일 강릉에서 이틀 동안 촬영이 진행됐다. |
개막일이 2018년 2월 9일임을 알리고자 주최 측은 29명의 국민 모델을 선정했다. 29명의 모델을 뽑는 이번 공모전에 500명도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올림픽 성공을 함께 염원하고, 국민들이 동계올림픽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번 기획은 17일 춘천과 18일 강릉에서 CF촬영을 진행했다. 이들의 열띤 촬영 현장을 춘천 중앙로에서 만났다.
춘천 닭갈비 골목과 명동로 등에서 촬영이 이어졌다. 마치 CD플레이어가 고장이라도 난 듯 CM송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반복되고 또 반복됐다. 겨울옷에 스노보드까지 들고 있는 모델들이 감독의 사인 하나에 숱하게 춘천지하쇼핑몰 계단을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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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명동로 촬영 현장. 처음 보는 각종 카메라 장비와 CF촬영 현장의 신기함에 많은 구경 인파가 몰렸다. |
겨울옷을 한껏 껴입은 모델들과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카메라 장비들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구경하는 인파까지 더해져 촬영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모델들의 촬영이 끝나고 강원도청 앞 도로로 이동했다. 강원도청 앞 중앙로 일부를 통제하고 춘천 시민 보조출연자 200여 명이 합세한 대규모 촬영이 이어졌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250여 명의 군단은 현장의 신호에 따라 중앙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색색깔 연막탄과 평창동계올림픽 깃발이 새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삼아 나부꼈다. 누군가는 동료를 목마 태운채로, 누군가는 큰 북을 울리고, 깃발을 흔들면서 반복해서 달렸다. 힘들어도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마치 색색깔 흥겨운 퍼레이드를 계속 재생해서 보는 기분이었다.
이번 CF는 모두의 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주제로 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선수, 시민들, 외국인 관광객 그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흥겹게 한데 즐기는 즐거운 축제임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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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청 앞 중앙로 일부를 통제하고 춘천 시민 보조출연자 200여 명까지 합세한 대규모 촬영이 이어졌다. |
국민모델들 중 외국인인 압사득 오네게(Absadyk Onege)씨는 단연 눈에 띄었다. 카자흐스탄 출신인 그는 3년 반 째 서울에서 유학중이다. 그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도전하게 됐다. 외국인이라서 과연 뽑힐까 걱정했는데 기쁘게도 합격했다.”고 말했다.
“멋진 다른 모델들을 보며 주눅 들기도 했지만 다들 친근하고 잘 챙겨줘서 촬영이 즐겁다. 세계관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고 주변에 오늘의 경험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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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모델 29인 중 한 명으로 선발된 카자흐스탄 출신 유학생 압사득 오네게(Absadyk Onege) 씨(오른쪽). |
어느 단어 하나 매끄럽게 다듬은 부분 없이 유창한 한국어실력을 가진 그가 말한 내용 그대로이다. 외국인인 그가 한국과 평창동계올림픽에 갖는 관심이 참 고맙기도 했다.
대학생 임재희 씨는 “평창동계올림픽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고 싶었지만 자원봉사 등 모집기간을 놓치거나 일정이 맞지 않아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획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열심히 평창동계올림픽을 만들어가는 경험이 새롭고 즐겁다. 원래도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려 계획 중이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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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모델로 선발된 29인.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2018년 2월 9일을 알리고자 모두 29명을 선발했다. |
이번에 선정된 29명의 국민모델에게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기입장권(1인 2매)을 증정하고, 소정의 교통비와 1박 2일 숙박·식비 제공과 함께 TV-CF 촬영 제작 완료 후 영상 CD를 제공한다.
겨울 모자와 니트, 겨울 코트까지 입은 정민희 씨는 한겨울 차림 그대로였다. 그는 “페이스북에 난 공모전을 보고 꼭 도전해 보고 싶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너무 덥긴 하지만 오늘 함께하게 돼 정말 뿌듯한 기분이다.”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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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중앙로 일부를 2시간 동안 통제하고 촬영에 돌입했다. |
이번 CF는 29명의 국민모델 외에 200여 명의 춘천 시민들이 보조출연자로 동참했다. 18일 강릉 촬영에서도 200여 명의 강릉 시민들이 함께 했다. 반복되는 촬영에 겨울옷 차림의 시민들은 지칠 법도 한데 최선을 다해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시민들 틈에서 만난 전옥선 씨는 60대의 나이가 무색하게 매 촬영마다 웃음을 잃지 않고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겨울옷이 조금 덥긴 하지만 강원도민으로서 평창동계올림픽에 함께 한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내 얼굴이 화면에 잡히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함께 했다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보조출연자 역할이지만 200명 선발에 500명도 넘게 춘천 시민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춘천 시민들의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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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과 18일 춘천, 강릉에서 무려 400여 명의 시민들이 보조출연자로 기꺼이 함께 동참했다. |
올림픽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고자 하지만 막상 막연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춘천 중앙로에서 만난 250여 명의 시민들은 그들 나름의 해법을 찾아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의 크기에 개의치 않고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많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가 올림픽 홍보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CF가 공개되면 250여 명, 아니 이틀 동안 촬영에 함께한 450여 명 시민들의 이름 석 자를 단 한 명도 기억할 순 없겠지만 이들 각각은 정말 멋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임에 틀림없었다. 밤하늘에 그 어느 이름 있는 별보다 은하수가 더 아름답듯이.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