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우리 모두는 열광을 넘어섰다. 미술 시간에 수없이 오륜기를 그려왔고 혹시나 만날지 모를 외국인에게 건넬 영어 몇 마디도 익숙하게 외웠다.
개막식 날, 온 국민은 굴렁쇠를 굴리던 아이를 긴장 속에 지켜보며 벅찬 감격을 느꼈다. 그렇게 융합, 통합, 소통의 메시지가 굴렁쇠를 통해 세계로 전해지는 것을 직접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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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은 오륜기로 이어진다. |
여전히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가 ‘손에 손잡고 (Hand in Hand)’를 들으면 어떤 벽이라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활기찬 기억이 되살아난다.
당시 집집마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가족들과 둘러 앉아 과일을 먹으며 경기를 봤다. 메달이라도 따는 날이면 그 감격은 베란다를 넘어 환호성으로 전해졌다. 윗집도, 아랫집도 함께 기뻐하고 있다는 공감이 더해져 즐거움은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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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그때 그 날을 기억해. |
학교에서는 단체 관람을 갔다. 육상 경기장 내, 선명한 트랙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날 기억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수많은 외국인을 그렇게 가까이 본 건, 그전까지 없던 경험이었다. 더군다나 외국인 옆에 앉았다는 이유로 필자는 수줍은 친구들 질문을 모두 도맡아야 했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그는 사탕을 주면서 한국이 참 마음에 드는 나라라고 했다. 지구를 돌아 온 이국적이고 달콤한 사탕 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한국인이라는 뿌듯함이 들었다. 벨기에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 청년과 우리는 같이 응원하고 어설픈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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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열리고 있던 2017 레저스포츠페스티벌. |
1988년 9월 17일은 서울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날이었다. 주말인 9월 17일, 서울올림픽을 가장 느낄 수 있을 만한 곳.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올라오자 파란 하늘에 드리운 넓은 구름, 평화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16~17일 이틀 동안 ‘2017 레저스포츠페스티벌’이 열리는 중이었다. 평화의 광장에서 펼쳐진 경기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모여 즐거운 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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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과 반다비를 발견한 아이가 막 뛰어가고 있다. |
이곳에서도 수호랑과 반다비는 인기였다. 멀리서 수호랑과 반다비를 본 아이가 반갑게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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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홍보관에서 VR 스키점프체험을 하고 있다. |
“우와앗”, “앞으로 너무 기울어지는 거 아니니?” VR 스키점프체험을 하던 아이 몸이 앞으로 기울자 아이 엄마가 말했다. “엄마, 스릴 있어!” 아이는 신나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에서는 VR 스키점프체험을 해보며 동계올림픽을 그려볼 수 있었다. 평창 홍보영상은 반복해서 올림픽 공원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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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 기념관에 서 있는 수호랑, 반다비 조형물. |
뜨거운 날씨 속 시원한 바람이 잘 어우러졌다. 문득 하계올림픽 역시 동계올림픽이 함께 있어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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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부끼는 오륜기를 비롯한 태극기와 각 나라 국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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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기념관 내에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벽이 세워있다. |
공원 곳곳에는 평창에 대한 기대감도 숨어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는 평창 현수막이 나부꼈고 수호랑과 반다비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공원 내 서울올림픽기념관에는 시간대에 맞춰 100인치 와이드 영상으로 피겨여왕 김연아를 볼 수 있고 하키 선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또한 홍보벽으로 평창을 알리고 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곳에서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진 점들을 확인할 수 있어, 찾아보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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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반다비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줄을 선 사람들. |
여전히 광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30년 전 함성과 기쁨이 퍼졌던 곳에서, 이제 국민들은 암벽을 타고 자전거를 타며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자전거로 묘기를 부리며 주위의 박수를 받던 송세혁(잠신중 3년) 군은 “자전거를 탄지 2년 밖에 안됐지만, 이곳에 자주 오다 보니 잘 타게 됐다.” 며 “서울올림픽은 못 봤지만,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볼 수 있어 기대가 된다.”며 ‘평창! 화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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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화이팅’. 자전거를 잘 타는 중학생 송세혁 군의 바람. |
서울올림픽이 열린지 30년 되는 2018년, 우린 또 한 번 벅찬 감격을 맞게 된다. 서울서 시작한 첫 걸음이 평창으로 마침표를 찍으며, 대한민국은 완전한 올림픽을 이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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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의 문. 건축가 김중업 씨 설계와 감리로 88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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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에 붙여진 평창 현수막. |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또 어떤 이들과 마주 할까? 분명 우리는 매트 비욘디와 크리스틴 오토가 물살을 가를 때 함께 호흡하고 김수녕이 쏘는 과녁에 같이 숨죽여 집중했다.
평창에서는 다시 어느 모습에 두근거리게 될지 궁금하다. 벨기에 그 청년은 이제 가족과 함께 오지 않을까? 어딘가 살고 있을 누군가와 평창에서 반갑게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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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의 문을 넘어 날아가는 풍선. 저 멀리 다른 나라로 보내는 초대장. |
바로 올 2월 ‘하나된 열정’으로 만들어 갈 뜨거운 겨울날이 설레는 이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