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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샤이발소로 떠난 밤마실

[가을 여행주간 ⑤] 인천 개항장 밤마실 축제,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 참가기

2017.10.30 정책기자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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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밤마실이 주는 운치가 달큰하다. 그 풍경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공존의 공간이라면 밤의 마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까만 밤이 시공의 흐름을 흐릿하게 만들어 버리고, 일상의 그림을 특별한 색채로 덧칠한다.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거니는 밤마실은 그래서 특별하다.     

인천 중구청 앞 보름달이 휘영청 크게 떴다.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으로 인도하는 이정표인 셈이다. 지난 21일과 22,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문화재와 함께하는 밤마실 축제인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이 열렸다

지난 21일과 22일,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문화재와 함께하는 밤마실 축제인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이 열렸다.
지난 21일과 22일,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문화재와 함께하는 밤마실 축제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이 열렸다.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은 2017 가을 여행주간 펼쳐지는 ‘디스커버 인천, 가을로… 애인(愛仁) Again’ 프로그램 중 하나다. 특히 이번 가을 여행주간의 주제는 ‘예술’과 ‘밤(夜)’으로 그에 딱 맞는 행사다.

인천 개항장 거리는 1883년 개항 이래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일본영사관인 중구청과 일본 제1은행, 일본 제18은행, 58은행 인천지점, 옛 인천 등기소, 미두 취인소 등의 근대 건축물을 마주할 수 있는 장소이다.     

중구청에서 내려오는 야트막한 경사로는 자연스런 관객석으로 탈바꿈했다. 가을밤을 배경 삼아 야외 재즈공연이 펼쳐진다. 가을 그리고 밤과 재즈의 어울림이 포근하다. 무대는 이곳만이 아니다. 신포시장 무대와 무대 없는 거리에서도 음악가들은 가을밤을 따뜻한 빛깔로 밝히는 음표를 쏟아냈다.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 음악의 밤이 중구청 앞 칠통마당 골목에서 개최됐다.

저잣거리 먹거리장터와 지역예술인들의 문화마켓도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야외 간이 노점과 테이블은 이 가을밤을 만끽하는 관광객들로 빼곡하다.   

먹거리장터와 문화마켓
먹거리장터와 문화마켓.

인천 개항장 밤마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개항장 내 박물관 골목에 이색적인 풍경들이 차려졌다. 향도백화점, 샤샤이발소, 담손이방앗간 등 근대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어느 관람객에겐 색다른 신기함을, 어느 관람객에겐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특별한 여행의 경험을 선사한다. 처음 보는 이 낯설음이 어색하지 않다. 도리어 묘한 온기와 겪어보지 않았던 시대의 풍경이지만 느껴지는 향수가 있다. 그래서 남녀노소라도 누구나 이 풍경을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다.

근대 문화 체험 부스가 차려져 신기함과 동시에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근대문화 체험부스가 차려져 신기함과 동시에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샤샤이발소를 재현한 근대 문화 체험 부스
샤샤이발소를 재현한 근대문화 체험부스.

이번 축제에 빼놓지 말아야 할 코스가 하나 더 있다. 문화해설사와 인천개항장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며 함께 문화재 도보탐방을 떠나는 것이다. 평소에도 이곳 개항장 문화지구를 문화해설사와 함께 도보탐방을 할 수 있지만, 밤마실 축제답게 이번 도보탐방은 밤에 이루어졌다 

문화재 도보탐방은 5개의 테마(한국테마, 중국테마, 일본테마, 각국테마, 경제테마)로 이틀간 6시와 8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친구와 함께 경제테마 도보탐방을 떠났다. 경제테마는 개항기 이후 근대 시기 동안 인천의 경제상을 접할 수 있는 코스로 꾸며졌다 

지역의 청소년들이 축제 도우미와 문화해설사로 나섰다.
지역의 청소년들이 축제 도우미와 문화해설사로 나섰다.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의 이색적인 풍경은 또 있었다. 도보탐방을 비롯해 탐방 지역 곳곳에 인천의 고등학생들이 문화해설사와 축제 도우미로 나서 지역 축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지역의 청소년들의 손으로 꾸미고, 그들의 눈으로 들려주는 축제는 지역의 풍경을 오롯이 담고 있어 이방인이 느끼는 축제의 진폭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었다.   

옛 인천 하역장이었던 칠통마당에서 시작된 도보탐방은 구 미두취인소 터로 이어진다. 미두취인소는 일제강점기 일제가 우리나라의 미곡시장을 장악할 목적으로 설립한 현재의 증권거래소라 할 수 있다. 맞은편엔 1920년대 건립된 옛 인천우체국 건물이 있다. 현재도 우체국(인천중동우체국)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이다 

탐방은 독일 마이어 상사가 세웠던 구 세창양행 건물과 인천 일본제58은행 지점을 거쳐 개항 이후 인천의 모습을 전시한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인천개항박물관은 과거 일본 제1국립은행 인천지점 건물을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과거 일본 제18국립은행 인천지점 건물이었던 인천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
과거 일본 제18국립은행 인천지점 건물이었던 인천개항박물관 내부.

여고생 문화해설사는 김구 선생이 105인 사건에 연루되어 서대문형무소에 복역하던 시절, 인천항만 축항공사에 노역을 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과거 일본 제18국립은행 인천지점 건물이었던 인천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을 마지막으로 도보 탐방도 끝이 났다 

고등학생 문화해설사는 탐방을 끝마치며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덧붙인다. “왜 일제 침탈의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그때의 이야기를 반복 하냐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픈 역사도 우리의 일부분으로 간직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1892년 설립된 일본제58은행 지점 건물. 현재는 인천 중구 요식업조합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축제 동안 특별히 2층을 공개했다.
1892년 설립된 일본제58은행 지점 건물. 현재는 인천 중구 요식업조합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축제 동안 특별히 내부를 공개했다.

특별 공개된 구 인천 일본제58은행 지점 내부
특별 공개된 구 인천 일본 제58은행 지점 내부.


‘인천 개항장 컬쳐나잇
으로 가을 밤마실을 나오며 예쁘고 이색적인 풍경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재즈 향기 가득한 밤의 정취에 취하기도 했다. 또 아프고 시린 역사를 마주하기도 했다. 인천 개항장의 밤마실은 이 모두가 버무려져 여행객으로 하여금 다채로운 심상을 갖게 해주었다 

낮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현재와 여전히 맞닿아 있는 과거를 거니는 밤마실은 특별했다. 가을밤을 환하게 밝힌 아기자기 하고도 살뜰한 축제 곳곳의 장면들은 아름다웠다 

한편, 개항장 컬쳐나잇 음악의 밤은 문화재청의 2018년 문화재 야행 사업으로 선정되어 내년 5월 다시 만나볼 수 있다.

10월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가을밤이다. 밤의 여행이 주는 매력은 또 다른 것이었다. 저물어가는 가을이 어느 날 휘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해 보시길! 가을의 달큰함이 안겨온다. 그냥 탁! 떠나는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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