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제3차 일자리위원회를 개최해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회적경제란 구성원 간 협력, 자조를 바탕으로 재화, 용역의 생산 및 판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적 활동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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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가야의 거리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 |
정부는 2022년까지 사회적경제의 한 축인 600개 마을기업을 추가 설립해 6,600개 일자리를 신규 창출하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가 마을기업들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마침 마을기업 최대 축제가 ‘가야의 수도’ 김해에서 열렸다.
김해가 마을기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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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 |
‘2017년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 & 공동체 한마당’가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경남 김해에 있는 김해 문화의 전당 및 가야의 거리 일원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는 지역 내 경제효과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전국의 마을기업과 공동체가 한 자리에 모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마을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년 열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이번 박람회는 행정안전부, 경상남도, 한국마을기업협회, 한국지역진흥재단에서 공동 주최하고 김해시, 경남마을기업협회, 경남마을기업지원기관에서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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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
마을기업이란 지역주민이 설립 및 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이다.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고자 한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 5인 이상의 출자로 자격요건을 갖춰 신청, 설립 할 수 있다. 즉,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기업이다. 2017년 현재, 전국 1,446개 마을기업이 존재하고 총 매출액은 1,200여억 원을 달성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마을기업, 희망으로 공동체와 함께 합니다’ 였다. 마을기업과 공동체가 서로 협력해 공존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과 확산에 초점을 맞췄다.
박람회 기간 내 정책포럼을 비롯해 우수사례 발표,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 정책토론회 등 성과가 좋은 마을기업과 공동체 사례,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면서 더 나은 길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문화 행사들도 펼쳤다. 버스킹 문화공연, 뮤지컬 ‘사랑의 제국’, 가야 왕후무 공연, 불꽃놀이, 어린이 사생대회 등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부대 행사들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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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박람회에 참석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출처=행정안전부) |
행정안전부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마을기업에 지원하는 정책들을 발표했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 및 한국마을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마을기업 상품들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대형마트의 이점을 살려 더욱 시민과 접촉할 수 있는 이점이 생겼다.
또한 지난 18일,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의 주요 내용인 ‘마을기업 제품 공공기관 우선 구매’와 ‘신용보증기금 보증 지원 대상 적용’ 등 마을기업 핵심 지원정책들을 이번 박람회에서 소개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마을기업과 공동체가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 이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나눔에 무게를 둬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도록 정부에서도 다각적인 정책들을 추진할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마을기업과 공동체가 좋은 생각들을 나누면서 더욱 협력하고 포용하며 성장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시민과 마을기업의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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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상품. |
올해 박람회에는 전국 228개 마을기업과 공동체들이 참여했다. 지역별로 부스를 나눠 각 부스에서 자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품목들은 상당히 다채로웠다. 마을기업의 주력 상품인 식품뿐만 아니라 공구류, 침구류, 화훼, 놀이 등 다양한 상품들을 볼 수 있었다. 마을기업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시식 또는 시음할 수 있도록 했고 여러 체험 이벤트들을 마련해 시민들의 발길을 잡으려 했다.
특히, 마을기업 박람회가 열린 가야의 거리에서는 장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역 특색에 맞는 식품들이 진열됐고 평소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저녁 반찬을 준비하기 위해 박람회에 들렀다는 주부 최미애 씨는 “다양한 품목들이 있다 보니 무엇을 구매할지 고민이다.”라면서 “좋은 가격에 살 수 있고 현지에서 나오는 안전한 상품들인 것 같아 믿음직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산책하다가 마을기업 박람회에 온 김수춘 씨는 “마을기업이라는 단어를 몇 번 들은 것 말고는 마을기업에 관해 자세히 잘 몰랐다.”라면서 “하지만 오늘 이렇게 쭉 돌아보니 각양각색 상품들이 있어서 놀랐고 품질도 뛰어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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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상품 만들기 체험하는 아이들. |
아이들도 마을기업 박람회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아이들에 관한 서비스나 체험 이벤트들이 많았다. 배지 만들기, 색칠하기, 음료 만들기 등 전문가의 안내로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했다. 직접 배지를 만들었던 한아영 양은 “선생님이 옆에서 도와주셔서 배지를 잘 만들 수 있었다. 친구들과 이런 놀이하면 더 좋을 것 같다.”라며 체험 소감을 전했다.
올해 최고의 공동체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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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공동체 우수사례 발표 한마당. |
가야의 거리에서 시민들과 마을기업 간의 스킨십이 이뤄지고 있는 한편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는 마을기업과 공동체가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공동체 우수사례 발표’였다. 전국 181개 팀들 중 예선을 거쳐 뽑힌 17개 우수 마을들이 각각의 사례들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과 어르신이 보드게임을 통해 소통하고 세대 간 장벽을 허문 마을, 청년회를 중심으로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시골 마을, 주민참여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골목을 화사하게 만든 마을, 작은 도서관에서 마을 공동체 아이디어 공장으로 부상한 마을 등 다양한 사례들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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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수상한 부산 동구 이바구캠프 마을. |
대상은 부산시 동구 ‘도시민박촌 이바구캠프 마을’과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 ‘여기산 옹심이’가 수상했다. 이바구캠프 마을은 청년들이 부산 동구 산복도로 마을로 들어와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열면서 시작됐다. 이어 새로운 도시재생 관광상품을 개발해 각광을 받으면서 부산시 관광에 큰 이바지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에 수상한 이바구캠프는 2015년 마을주민과 청년이 함께 이뤄낸 공동체로서 청년과 마을주민, 문화가 결합돼 도시재생의 선도모델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바구캠프를 통해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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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산 옹심이’ 관계자들. |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위치한 ‘여기산 옹심이’는 옹기종기 함께 문화를 심는 이로운 사람들의 약자다. 원래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많았던 곳이었는데 지난 2013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정비하면서 텃밭으로 활용했다. 다양한 농업교육을 통해 함께하는 도시농업 공동체를 만들어 주민들이 소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여기산 옹심이’를 상황극을 선보여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정재향 ‘여기산 옹심이’ 대표는 “이곳은 단순히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텃밭이 아니라 도심 속 주민들이 가드닝 문화를 접하고 꿈을 심는 공동체다. 이후에도 지역 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더욱 발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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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대회에서 수상한 공동체 마을들. |
올해 공동체 한마당을 평가한 심사위원장은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재미없으면 지속할 수가 없다. 공동체 사업은 재밌어야 하고 소통해야 하며 신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모든 마을들이 지난 업적에 대해 잘 말씀해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지속적인 성장과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공동체가 어떻게 변모해 나갈 것인지 계획들을 선보인다면 더욱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다음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는 꿀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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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 상품들을 구매한 시민들. |
‘같이하는 마을기업, 가치있는 지역사랑’. 마을기업들이 지향하는 모토다. 이번 박람회에서 마을기업과 공동체는 위의 모토처럼 상생하고 서로 공존하는 길을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나눴다. 또한 좋은 사례들을 벤치마킹해서 살고 있는 지역의 부족한 점들을 채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부터 실시했던 마을기업이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숫자만 늘리는 양적 성장에서 탈피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의 한 부분으로 힘이 되는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번 박람회로 시민과 마을기업 간의 간격이 좁아지고 마을기업과 공동체의 의미 있는 변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