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춘향전의 사랑가를 외워 부르고, 단소로 아리랑을 부르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무형문화재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우리 모두 한번쯤 경험해 본 우리의 흥이 가득한 예술입니다.
특히나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여 후대에 잘 전수될 수 있도록 합니다. 한 분도 모시기 힘든 인간문화재 분들이 2017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에 모이셨습니다.
인간문화재들과 함께하는 값진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도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개막일(10월 26일)에 빠르게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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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인해를 이루는 2017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 |
전주는 ‘대한민국다움’을 찾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타 지역에서는 인간문화재 분들이 평균 1.7명 정도 거주하며 전수하는데, 전주에는 무려 46명의 인간문화재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2017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이 10월 26일부터 10월 29일까지 전주에 위치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유산의 보존·전승·교류·활성화를 위한 무형유산 종합정책기구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전주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바로 건너편이 전주 향교이며, 그 옆에 전주한옥마을과 전주남부시장도 위치하고 있어 관광을 하면서 함께 들르기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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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손손’ 운영프로그램.(출처=국립무형유산원 홈페이지) |
작년에 개최된 무형문화재대전이 전시 위주였다면, 올해 개최된 무형문화재대전 ‘대대손손(代代孫孫)’은 다양한 분야의 무형문화재공연과 공예 체험프로그램 등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가미됐습니다. 무형문화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즐길거리들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여러 무형문화재 체험 중 금박공예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5대째 가문내에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인간문화재 보유 공방 ‘금박연’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금박공예에 관한 간단한 이론 교육을 받은 후 금박공예 새긴 카드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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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공예. |
먼저 붉은 비단에 연습을 한 후에 한지에 금박을 새겼습니다. 실제 금박공예의 모든 과정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간소화된 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원하는 문양의 도장에 풀칠을 하고, 인덕션에 5초 정도 데워준 후 종이 혹은 원단에 풀을 묻힌 도장을 찍습니다. 그리고 금박지를 한 장 가져와 풀 위에 얹고, 검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금박을 두드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솜으로 금박을 살살 털어내면 완성입니다. 소요시간은 40분~1시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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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공예 체험 중인 사람들. |
일반적인 체험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쉬운 경우가 많은데, 금박공예의 경우에는 적당한 난이도가 있고, 완성품이 예뻐 성인분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이색적인 경험이어서 즐겁게 참여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완성도 있는 작품을 완성한 체험자도 있었습니다.
체험을 마친 후에는 개막식 공연을 보러 얼쑤마루 대공연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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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희 명창과 김청만 고수의 춘향가 중 ‘사랑가’. |
개막식 사회는 오정혜 명창이 맡았고, 인간문화재 분들의 흥겨운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신영희 명창과 김청만 고수의 ‘축송’과 춘향가 중 ‘사랑가’, 김일구 명인(아쟁), 김청만 명인(장구), 진유림 명인(살풀이 춤)의 ‘풍월의 여운’, 표지훈 어린이(채상소고춤)와 한국문화재재단예술단의 ‘무한의 박동’ 순으로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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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예술단의 ‘무한의 박동’. |
신영희 명창이 익살스러운 애드리브를 섞어 관객과 소통하며 사랑가를 부르던 게 정말 재밌었고, 12살 밖에 되지 않은 표지훈 어린이의 상모 돌리기 솜씨를 보며 크게 놀랐습니다.
저는 마지막에 진행된 한국문화재재단예술단의 신명나는 공연을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전통스러움이 있으면서도 화려하게 담아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난타 공연을 보듯 박진감 넘쳤고, 상모를 돌리는 분을 마치 비보잉을 하는 것처럼 화려했습니다. 문화재의 과거의 형태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게 적절히 변용해간다는 느낌을 받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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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공예품인증제 관. |
얼쑤마루의 맞은 편에 위치한 누리마루와 전승마루에서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전시의 경우에는 대부분 11월 26일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저는 여러 전시관 중 전승공예품인증제 관에 관심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무형문화재 명인들의 작품을 일반인이 육안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매자로써 판매자의 말만 믿기도 어렵고, 판매자도 구매자에게 작품의 가치를 증명하기가 어렵죠.
이러한 어려움을 인지한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에서는 2016년부터 ‘전승공예품 인증제’를 실행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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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받은 전승공예품 전시품. |
공인된 기관이 제품의 가치를 인증해줌으로써 전승공예품을 신뢰하며 구매할 수 있어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인증제를 만들었으면 그 인증이 유명무실하지 않도록 기준을 철저히 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 인증제 표시를 사람들이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더욱 많은 홍보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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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 ‘대대손손’ 조형물. |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문화재대전 기간이 아닌 때에도 전시와 상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시관과 주차료가 무료이기도 하니 차를 타고 오셨다면 국립무형유산원을 먼저 둘러보시고, 걸어서 한옥마을이나 전주향교로 가시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더욱 알찬 프로그램으로 채워나가는 무형문화재대전을 보면서, 내년에는 또 어떤 주제와 구성으로 무형문화재를 알릴지 기대해봅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장소미 mida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