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는 변한다. 세월의 흐름이 도시 곳곳에 남아 그 도시만의 매력이 되기도 하고, 낙후됐다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시설과 환경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재개발을 통해 낙후된 도시들을 새로운 도시로 탄생시켜왔다. 이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통해 도시를 새 도시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외관 상 개선효과가 좋아보였지만, 원주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도시 각각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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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는 창신·숭인 지역. |
도시재생은 재개발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낙후 도시를 개선하는 것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시재생은 도시가 가진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물리적 환경의 개선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으로 도시가 활성화될 수 있게 도시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는 어제를 추억하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하 정책기자단)은 지난달 10월 27일 창신·숭인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방문해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는 창신숭인을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3년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도시재생이 시작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꽤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정책기자단이 방문한 창신·숭인 지역도 창신·숭인의 색을 지켜내며 재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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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화강암으로 옛 서울역사가 지어졌다고 한다. |
창신·숭인 지역은 질 좋은 화강암으로 유명했다. 과거 조선총독부 건물과 서울역사가 이곳의 화강암을 사용해 지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안전 문제로 시멘트를 덧발라 놓았지만, 그 절벽은 여전히 장관이다.
절벽 위에 전망대를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전망대가 완성되면 남산타워의 전망만큼 멋있는 낙산에서의 전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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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영화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 |
창신·숭인 지역을 걷다 보면 영화 속 장면들이 자주 보인다. ‘건축학 개론’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살짝 높은 언덕길이 재밌는 이유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들어선 창작공간들도 매력적이다.
아이디어 넘치는 작품들도 많고, 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많아 창신·숭인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간의 커뮤니케이션 장소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점이 도시재생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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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소통공작소. |
창신·숭인 지역에선 원단을 싣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자주 볼 수 있다. 인근에 위치한 동대문시장의 영향으로 봉제업 종사자가 많기 때문이다.
‘봉제업’하면 창신·숭인 지역이 떠오르지만 많은 봉제업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김규동 해설사는 “봉제업 종사자분들만큼 정직하게 돈 버는 분들도 없다. 자신의 실력만큼, 자신이 일한만큼 돈을 벌지만 봉제업에 대해 자부심이 부족하신 분들이 계신다.”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봉제업은 창신·숭인 지역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도시재생을 통해 봉제박물관을 만들고, 봉제작업 종사자들의 이름을 벽에 새겨 넣어 봉제업 종사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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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숭인 지역 봉제업의 역사. |
창신·숭인 지역에는 봉제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아는 고(故) 김광석, 고(故) 백남준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백남준 생가가 위치했던 곳을 찾아 도시재생을 통해 백남준 기념관을 만들고 작품 전시와 카페를 운영 중이다.
카페는 주민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여러 인물의 스토리를 거리에 녹여 창신·숭인 지역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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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기념관 내부에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
창신·숭인 지역은 뉴타운으로 지정된 후 주민들의 반대로 뉴타운이 해제된 지역이다.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창신·숭인 지역만의 색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뉴타운 해제 후 도시재생을 진행함에 있어서 지자체와 주민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소통을 통해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이뤄가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들이 주도해서 도시재생을 이뤄가는 것을 지향한다. 도시재생을 시작한 지 3년이 조금 넘은 창신·숭인 지역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주민 중심의 지역재생회사(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를 설립하고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지역재생회사는 지역 자산을 운영·관리하고 일자리·기금 창출을 통해 도시재생의 지속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공공지원이 종료된 후에는 지역재생회사가 단독적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게 된다.
도시재생이 진행 중인 창신·숭인 지역을 둘러본 후 느낀 점은 ‘결국엔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도시를 새롭게 단장함에 있어 첫 번째로 고려해야하는 것도 사람이고 두 번째, 세 번째도 사람이었다. 주민들이 만들고 지켜온 지역만의 특색을 유지하며,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재생이 이끌 변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