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를 다니던 때는 무조건 대학을 가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했었다. 그 시절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도 있긴 했지만 상고나 공고에 진학하는 것보다 더 주변의 시선을 받아야만 했었다.
대학이 학문의 요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취업의 우선 조건이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은 책상에서 기획과 연구·개발을 하는 고학력 인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적인 기능을 연마하러 전문대학을 찾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었다.
나 또한 다양한 학교를 다녔었다. 기능대학, 방송통신대학, 그리고 해외유학까지 학교란 학교는 다 다녀보았지만 직업을 찾는데는 그다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은 고등학교도 전문대 못지 않은 커리큘럼으로 꼭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20년전 기능대학을 졸업하고 만족하지 못한 취업처를 찾았던 그때와는 많이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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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중심사회를 개척하는 인천재능대. |
어느덧 자신을 위한 학교를 찾던 때에서 자녀의 앞날을 생각해야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아직도 학벌중심의 사회는 여전하지만 꼭 좋은 대학을 가야만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작년에 만났던 한 대학생은 학벌보다는 성취도와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만큼 지금 학생들은 주관이 더 뚜렷한 것 같다.
그래설까. 기능대를 다녀봤던 내게는 인천재능대학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기반 학과운영이 무척 궁금했다. NCS는 간단하게 말해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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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및 학습모듈 안내서. |
여기까지는 내가 다녔던 기능대학과 사실 크게 차별화된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 당시의 취지도 지금의 NCS와 그닥 다른 점은 없었기 때문일 거다. 학교에서 현장 중심으로 직무능력을 키웠지만 졸업을 하고 직접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느껴지는 괴리감이 엄청 났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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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재능대학교 이기우 총장의 인사말. |
인천재능대학을 방문해 NCS와 NCS 학습모듈에 대한 정의를 들었지만 실제 학생들이 직무 교육을 하는 현장이 더 궁금했다. 이날은 호텔외식조리과, 화장품과, 간호학과, 항공운항서비스과의 총 4학과를 돌아보며 어떤 곳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아보는 중요한 자리였다.
한식의 세계화와 함께 우리의 전통 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많은 곳에서 떡을 이용한 디저트 음식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태극기를 가슴에 단 학생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조리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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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외식조리과 전통한과 떡 실습 수업 참관. |
다시 공부하러 갈 수 있다면 아마도 난 학문을 연마하는 정규대학보다는 기능을 배울 수 있는 NCS 기반의 학과 운영을 하는 학교를 택할지도 모르겠다. 정규대학의 원론 중심 배움에서 벗어나 첨단 시스템이 도입된 곳에서 보낼 수 있는 하루하루가 더 즐겁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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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과 실습 현장. |
요즘 아이들은 영상매체 덕에 일찍부터 아이돌을 꿈꾸기도 하고 아이돌이 하는 사소한 모든 것에 열광한다. 그래서일까. 우리집 아이도 아름다움에 빠져있다. 나도 모르는 화장의 기술이라던지, 보는 관점이 남다른 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향한 무한 애정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고루한 기존세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어른의 한사람으로 우리 아이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아이의 꿈은 다른 듯하다. 그런 점에서 어른인 나는 아이가 원하는 길을 찾을 때 더 많은 선택지를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패션과 스킨케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겐 그에 맞는 선택지를,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맛과 향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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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과 학생이 직접 제작한 립스틱. |
처음 인천재능대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땐 전과 특별히 다른 것이 있을까 의심도 했지만 학습현장을 다니면 다닐 수록 내가 다시 학교라는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질만한 커리큘럼이 많았다.
간호학과의 다양한 시뮬레이션 실습실을 보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상황별 대처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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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과의 소아병동 시뮬레이션 실습실. |
요즘은 많은 분야에서 학문중심에서 현장중심으로 시선이 바뀌었다. 얼마전 찾아갔던 창업사관학교에서도 현장에서 부딪치게 되는 상황에 대처하는 커리큘럼이 실질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중요했다는 말이 이날의 학과 실습장에서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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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운항서비스과 기내실습 현장. |
우리는 지금껏 수많은 학교에서 이론적인 것들만 충실히 공부를 했다. 하지만 직접 부딪치는 현장은 너무나 다양한 변수가 여기저기에서 튀어 나온다.
NCS 모듈의 중요성은 현장 중심이란 점, 그리고 아이디어라는 점인 것 같다. 우리는 겪어 보지 못한 일에 대해 공감하는 척은 할 수 있지만 실제 어떤 것인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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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중심사회를 개척하는 NCS 실습현장 참여 후 간담회를 정리하는 정책기자단. |
능력을 키우는 것은 수많은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원하지 않는 학문으로의 등떠밀림일까? 아님 자신이 원하는 현장에서 날개를 다는 것일까?
이젠 좀 변했으면 좋겠다. 학벌이 필요한 곳은 연구를 하는 학문 중심의 학계가 기반이 되고, 대다수가 살아가는 일상은 능력중심으로 현장의 생산을 주도하는 미래가 펼쳐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학벌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능력중심사회로 변화하는 NCS 기반 교육이 더 많은 곳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