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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따라 떠난 책방 나들이~

현대인들의 오아시스, 독립서점으로 떠나는 도심여행

2017.11.08 정책기자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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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 소식을 나누던 어느 주말 오후. 필자와 지인들은 대화 도중, 각자 여행에 대한 소망을 꺼내본다. 하지만 ‘가을은 고독의 계절’,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추수가 한창인 들녘만큼이나 우리네 삶도 한 해의 결실을 맺느라 바쁜 듯하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누군가에겐 동생의 수능이, 누군가에겐 중요한 취업 면접이, 누군가에겐 각종 하반기 업무와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서울 남산 소월로 단풍. 저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서울 남산 소월로 단풍. 저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해야할 일도, 즐기고픈 것들도 많은 가을. ‘가을 단풍’, ‘독특한 독립서점’, ‘도심 전망 구경’. 친구들의 바람을 담아, 필자는 한 번 이들의 여행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가 되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부터 필자가 책가방 하나 걸쳐 매고 운동화 차림으로 떠나 본, 알차고 운치 있는 도심 속 가을 ‘도깨비’ 여행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사람 내음, 문화, 지성… 현대인의 목마름 고루 채워주는 도심 속 오아시스 ‘독립서점’ 

번잡한 거리를 뒤로, 사람내음 나는 도심 속 쉼터를 찾아 골목으로 깊숙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퇴근 후 정신적 허기를 달래려는 직장인들, 천편일률적 대량생산 상업 문화를 벗어나 독특하고 창의적인 문화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향하는 곳이 있다. 바로 ‘독립서점’이다.   

드라마
드라마 ‘도깨비’ 여주인공 지은탁이 실수로 도깨비를 소환하자, 책 읽는 모습으로 나타난 도깨비. 서울 성동구 ‘모카 책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출처=tvN)
 

온라인 서점이 급성장하며 오프라인 서점들, 특히 소규모 서점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갔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곳들도 있었다. 판매하는 서적들, 그리고 서점 공간에 주인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해 개성있는 동네서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책을 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출판 행사, 작가와 독자와의 교류 활동도 제공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위클리공감에 따르면, 동네서점의 감소세는 2014년을 기점으로 둔화되었으며, 2015년 독립서점 21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2016년 말 기준에는 31곳이 더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에 더불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유로운 글쓰기 풍조가 확산되며,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발행하는 독립잡지도 다양하게 늘어났다. 

책을 만드는 이야기부터 여행기까지, 여러가지 장르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출판 서적들.
시, 소설 등의 문학에서부터 독립출판 운영기, 여행기들에 이르기까지. 시중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출판 서적들.
 

문재인 대통령이 문화·예술 공약의 기본 정신을 공정성 투명성, 자율성으로 세우며, 현 정부 역시도, 지역서점 및 스토리텔러 양성 등 출판문학 활성화를 위한 제도를 꾸준히 정비 중이다.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가치로 추구하는 일환인 것이다.

동네마다, 서점마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는 독립서점과 작은 책방들이 가득하다. 이 중, 필자는 서울 해방촌(용산동 2가)과 압구정동 일대 독립서점들을 방문해보고 각 지역 독립서점들의 특색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시장 따라, 골목 따라… 보물찾기 같은 해방촌 책방 나들이

해방촌 독립서점들의 특징은 동네 구석구석 예측할 수 없는 곳에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마을버스 용산 02번을 타고 ‘신흥 교회’ 정류장 부근에 내려 스마트폰 지도를 켠다. 분명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표시되는데, 서점처럼 보이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간판도 없는, 작은 창고 같은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다행히, 서점 통유리창에 비치는 북적거리는 사람들 모습과 책들이 필자가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해방촌에 위치한 독립서점
작은 창고같은 모습의, 해방촌에 위치한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전경.
 

필름카메라 판매 및 사진집 출판에서 출발해, 지금의 독립출판 책방이 되었다는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시중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독립 출판사들의 서적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 소설, 만화, 수필, 사진집, 독립출판 운영 경험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들 한 권 한 권 집어서 내용을 살펴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말 낮, 좁은 책방을 복작하게 메우며 사람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주말 낮, 해방촌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내부 풍경. 좁은 책방을 복작하게 메우며 사람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래픽노블(만화 소설) 잡지, 한 문장을 주제로 만화가들이 그린 단편 만화잡지, 매 호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지속 가능한 삶의 다양한 방식을 인터뷰와 에세이로 담아내는 로컬 다큐멘터리 잡지 등, 독창적인 시도로 꾸며진 독립 출판물들도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워크숍을 열어 독립출판사들의 작품을 발간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가지 독특한 예술 잡지들을 살펴보고 있는 한 손님.
그래픽노블, 에세이, 다큐멘터리 잡지 등. 여러가지 독특한 독립출판 잡지들을 살펴보고 있는 손님의 모습.
 

해질 무협, 남산 소월로 일대를 거닐면 남산의 단풍은 물론, 석양에 물들어가는 도심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다. 

남산과 가까운 이곳 해방촌 및 이태원 일대는 요즘 낡은 집을 개조해 옥상 공간을 만들어 도심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음식점 및 카페도 유행이라고 한다. 

도심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각각 친구들의 취미와 별명(오리)를 상징하는 플레이모빌 인형을 배치해 구경시켜주었다.
도심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 대신, 친구들의 취미(플레이모빌)와 별명(오리)를 상징하는 장난감 인형을 데려놓고 구경시켜줬다.
 

진한 솜사탕 빛깔의 노을이 순식간에 짙푸른 어둠으로 바뀌고, 이내 어둠이 완전히 깊어질 무렵,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며 반짝반짝 빛을 뿜어내는 풍경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묘미 또한 장관이다. 

소월로 부근 옥상 건물에서 바라본, 일몰지는 도심 풍경.
소월로 부근 옥상 건물에서 바라본, 일몰지는 도심 풍경.

해가 진 뒤, 별빛보다 더 화려하게 빛나는 도심 풍경.
해가 진 뒤, 별빛보다 더 화려하게 빛나는 도심 풍경.
 

도심 전망을 구경하며 한숨 돌린 후, 다음 책방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책방을 향하던 어느 순간,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는데 스마트폰상 지도는 나침반마냥 계속 앞으로 전진하라 가리킨다. 고민을 거듭하던 차, ‘설마?’하는 마음에 눈을 들어보니, 비로소 눈 앞에 신흥시장으로 통하는, 건물을 가로지르는 통로가 보인다.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벽을 통과해 ‘9와 3/4 승강장’을 찾아갔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길을 걸으면서도 계속 이 길이 맞는 건지 주춤거리게 된다.

다음 책방으로 이어지는,
다음 책방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 같은 신흥시장 건물 통로. 시장 점포들 틈새에 가려 입구를 못보고 놓치기 일쑤다.

신흥 시장 내부. 어느 연예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립책방도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해방촌 신흥 시장 내부. 어느 연예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립책방도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신흥시장 속 비밀의 통로를 통과하고 나면, 주택가로 이어지는 가파른 골목길이 나타난다. 어디선가 ‘왕왕’ 짖는 강아지 소리만 간간히 들려오는, 이런 조용한 주택가에 어떻게 책방이 있을까 싶어 여전히 반신반의 속에 길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창문을 통해 따듯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는 또 하나의 독립서점, ‘고요서사’를 발견하게 된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또 다른 독립서점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또 다른 독립서점 ‘고요서사’.
 

시, 에세이 중심의 문학 작품들로 꾸려진 ‘고요서사’는, 책꽃이 칸마다 서점 주인의 애정과 재치가 담긴 책 장르 안내가 붙어있다. 책 판매와 더불어, 작가 및 평론가들과의 북토크 진행 및 작가와의 소설쓰기 수업 등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도 진행되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작가와의 대화, 예술가 프로젝트, 책꽃이마다 붙어있는 서점 주인의 정성과 재치어린 책 분야별 설명이 인상적인
작가와의 대화, 예술가 프로젝트, 책꽃이마다 붙어있는 서점 주인의 정성과 재치어린 책 분야별 설명이 인상적인 ‘고요서사’ 전경.


서점 한 켠에는 ‘미래 스캐너’ 라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영상도 함께 전시 중이다. ‘미래 스캐너’는 스웨덴 공공예술작가 구스타브 헬베르그가 해방촌 사람들 30명을 인터뷰해 개인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본 예술 프로젝트다.

서점 한 켠에는
서점 한 켠에는 ‘미래 스캐너’라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영상도 함께 전시 중이다.(https://www.futurescanner.net)


시끄러운 강남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예술가들의 별장 같은 압구정 책방 나들이.

해방촌 독립서점들이 정감어린 옛 책방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편이라면, 강남의 독립서점들은 보기 드문 외국 예술전문서적들을 구비하고 서점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면모가 돋보인다.

화려하고 천편일률적인 상업 문화가 팽배한 강남 지역에, 과연 여유를 만끽할 수 있고, 더욱이 개성을 갖춘 책방이 있을까 의심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러한 환경 속에도 참신한 매력을 갖춘 독립서점이 있다는 점에서, 해방촌 독립서점의 여정과는 또 다른, 숨겨진 독립서점을 찾는 재미가 있다. 

압구정동 도산공원 부근에 위치한 독립서점
압구정동 도산공원 부근에 위치한 독립서점 ‘PARRK’. 서가 옆에 도산공원 나무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테라스가 있다.
 

압구정동 도산공원 부근에 자리한 독립서점 ‘PARRK’는 서점에 테라스가 있다. 복작한 서점을 벗어나 테라스로 나가면, 손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서 도산공원의 나무들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이곳은 두곳의 독립서점(홍대 독립서점 ‘땡스 북스’와 디자인, 예술 서적을 판매하는 이태원 독립서점 ‘포스트 포에틱스’)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어른들을 위한 서점’이란 슬로건 아래, 자신이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고르고, 책에 대한 자신의 취향과 관점을 발견하는 공간을 꿈꾼다는 서점 소개처럼, 테라스 의자에 앉아 책과 나무들을 번갈아보면, 마치 도심을 벗어나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이 더욱 깊어지면 더욱 총천연색의 절경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에 마음이 더욱 설?다.

‘PARRK’ 서가와 테라스가 분리되어, 서로 전혀 간섭을 받지 않고 책을 고르거나, 구매한 책을 감상할 수 있다.
 
서가 밖의 테라스 전경.
서가 밖 테라스 전경.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잡은, 유럽감성 물씬 풍기는 독립서점 ‘타스크북샵’은 스웨덴 문구 브랜드숍에서 출발해, 문구와 함께 서점까지 연계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고풍스런 유럽 서적들과 문구류들 뿐만 아니라, 예술 플리마켓(벼룩 시장), 디자이너, 작가들과의 대화 및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독립서점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신사동 가로수길 부근 독립서점 ‘타스크북샵’. 다양한 독립출판 서적들과 함께, 예쁜 문구류들과 예술 소품 벼룩시장까지 열리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리딩룸’이 있어, 책을 구매 후, 1인실 리딩룸을 예약하면 아무런 외부의 방해없이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독서와 함께 분위기있는 음악 감상 역시 즐길 수 있다.

‘타스크북샵’에는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인 '리딩룸'이 있다.
 

독립서점은 단순히 ‘유행에 뒤쳐진 고리타분한 책방’이란 편견에서 벗어나, 책방 주인의 개성과 전문성을 담아내고, 신진 작가들과 독자들이 교류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가을, 독립 서점 탐방과 함께 동네 곳곳을 산책하며, 숨어있는 가을의 매력을 찾아보는 ‘나만의 일상 속 가을여행코스’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정책기자의 ‘독립서점 탐방’ 코스]

※ 해방촌 독립서점 나들이 코스: 용산02 버스-> 스토리지북앤필름(신흥교회 정류장 부근)-> 남산 소월로 단풍과 도심 전망 구경(해방촌 오거리 정류장) -> 고요서사 

※ 압구정 독립서점 나들이 코스: 타스크북샵(‘신사중학교’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5분) -> PARRK(‘압구정파출소’ 정류장 하차 후 도보 5분)->도산공원 산책과 단풍 감상

[독립서점 정보]

스토리지북앤필름 : http://blog.naver.com/jumpgyu
고요서사 : http://blog.naver.com/goyo_bookshop
타스크북샵 : http://blog.naver.com/taskbookshop
PARRK : https://www.instagram.com/parrk.kr/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연수 siren7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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