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연막탄이 터지고 소방차들이 줄이어 들어섰다. “14시 한국농어촌공사 토지개발사업단 2층에서 원인미상의 폭발로 건물붕괴 및 화재가 발생하여 다수사상자가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니 신속히 대처하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들리자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와 현장지휘소부터 긴급구조지원소가 일사분란하게 차려졌다.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재난대응 종합훈련인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지난달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5일간 전국적으로 개최됐다.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대규모 인적사고, 지진, 산불, 화재 등의 재난 상황에 대한 실전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한 범국민적인 훈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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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재난대응 종합훈련인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전국적으로 개최됐다. |
인적사고와 자연재난 등 대형 재난의 발생은 잊지 않고 항상 찾아왔다. 구해낼 수 있었던 생명도 구해내지 못해 안타까웠던 숱한 사고를 목격해왔다. 신속한 초동대응과 구조를 위해 대규모 재난에 대응하는 평소의 훈련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전국 지자체마다 가상의 대규모 재난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훈련을 5일간 진행했다. 수원시의 ‘2017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지난 31일 한국농어촌공사 토지사업단 건물에서 ‘다중 밀집시설 대형 화재 대응훈련’으로 진행됐다. 이 현장을 찾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꼼꼼히 살펴봤다.
현장에 들어서자 마치 재난의 한복판에 발을 들인 듯했다. 한국농어촌공사 2층에서 원인미상의 폭발로 건물붕괴 및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었다. 총3명의 사망자를 포함 24명의 대규모 인명피해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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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수원시는 한국농어촌공사 토지사업단 건물에서 ‘다중 밀집시설 대형 화재 대응훈련’으로 ‘2017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진행됐다. |
현장지휘소와 현장응급의료소, 긴급구조통제단 외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보건소, 대한적십자사 등 긴급구조에 필요한 모든 유관기관의 인력이 총동원됐다.
한국농어촌공사 2층에선 연막탄이 연이어 터졌다. 소방대원들이 구조를 위해 투입됐다. 건물 일부 붕괴의 상황 설정에 따라 인명구조를 위해 건물 옥상에서 대원들이 로프로 진입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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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 2층에서 원인미상의 폭발로 건물붕괴 및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 진행됐다. |
훈련은 선착대 활동 이후 대응1단계 및 통제단이 가동하여 긴급구조 활동을 펼치는 일련의 진행과정을 선보였다. 소방대원들이 긴급하게 환자들을 이송하기 시작했다. 사망자 3명은 임시영안소에 안치됐다.
이후 건물에서 2차 폭발상황이 발생했다. 4층에서 연막탄이 재차 터졌다. 소방대원 일부가 구조상황에서 고립됐다는 안내방송이 장내에 나왔다. 소방대원을 구조하기 위한 긴급구조대가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상황이 시연됐다. 현장은 일사 분란했다.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차 4대에서 일제히 긴 물줄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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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 상황이 시연되고 있다. |
주민 대피를 위해 상황비상경보방송을 내보내고 언론사에 재난상황을 보고하는 세세한 상황까지 꼼꼼하게 설정됐다. 이날 훈련은 사망 3명을 포함 총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38명을 인명구조하고 48명을 대피시킨 가상의 훈련이었다. 훈련은 1시간 만에 깔끔하게 종료됐다. 이 훈련에 소방공무원 108명, 의용소방대원 100명, 긴급구조지원기관 151명 등 총 359명이 동원됐다.
현장을 참관한 김형준 씨는 “여러 해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참관했다. 특히 올해 더 신속하게 현장 역할이 분담되고 훈련이 진행되는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정감이 들었다. 대형재난이 없어야겠지만 훈련을 통해 긴급대응훈련 체계가 자리잡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로 오늘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참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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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 상황. |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본격 실시에 앞서 수원시 재난안전대책본부 협업부서와 수원소방서·수원서부경찰서·육군 제2819부대 등 관련 기관, 수원시지역자율방재단·대한적십자사 봉사회 등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훈련 시 엄수해야 할 주요 사항 및 기관 간 협업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지난 9월 두 차례의 사전 컨설팅을 통해 지적된 보완사항에 대한 개선 방안도 공유했다.
수원소방서 최낙정 예방교육훈련팀장은 “대형재난 발생 시 현장을 제어하고 긴급구조통제단을 원활히 발동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빠른 현장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평소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도상훈련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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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상황에 대비한 옥외구조 훈련. |
이번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는 이전과는 차별점이 있다. 매년 뻔하게 진행돼왔던 훈련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이려는 강화 방안이 적용돼 좀 더 꼼꼼하게 진행됐다.
행정안전부에서 진행방식·평가대상 등 기준을 강화한 내용의 지침을 31개 시·군에 통보하고, 훈련 컨설팅 대상기관을 중앙부처, 시·도에서 시·군·구와 공공기관까지 확대했다. 시·도 당 1개 초등학교 이상은 어린이를 중점으로 한 재난훈련을 실시하도록 명시하는 한편, 민간전문가를 두고 주민이 체험할 수 있는 훈련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침도 담고 있다.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앞두고 수원을 비롯해 타도시 등 곳곳에서 이를 알리는 홍보 현수막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생활밀착형 홍보를 실시한 올해 제도적 개선의 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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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에서 진행방식·평가대상 등 기준을 강화한 내용이 전국 지자체에 통보됐다. 이번 훈련부터 중앙평가단과 자체평가단의 합동평가에 따라 상·벌제도가 도입된다. |
그간 관할 감독기관(시도·중앙부처)의 자체적 평가를 받아왔던 시·군은 민간전문가 등 300여명으로 구성된 중앙평가단·자체평가단의 합동평가를 받게 된다.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시·군은 ‘재정적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반면, 하위 10%에 해당하는 미달 시·군은 역량교육·재훈련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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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에 소방공무원 108명, 의용소방대원 100명, 긴급구조지원기관 151명 등 총 359명이 동원됐다. 실제 재난 발생 시 재난 대응에 만전을 기하도록 전국적으로 유관기관 협업체계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훈련을 실시했다. |
훈련을 지켜보며 꼼꼼한 상황설정과 관련기관 전체의 협업 체계에 안도감이 들었다. 아무리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철저하게 준비한다 해도 실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빈틈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꼼꼼한 훈련과 대응매뉴얼을 갖추고 있지 못한다면 실제에선 무서운 결과가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철저한 사전 훈련과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 대규모 재난이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때 이것만이 대규모 재난을 막아낼 수 있다. 안전에 결코 과유불급은 없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