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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길 찾아나선 ‘농행원정대’ 이야기

청년농업인 꿈꾸는 22명 젊은이, 절대농지(?) 찾아나선 이야기

2017.11.27 정책기자 전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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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벗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담고 있는 농업인의 날, 11월 11일. 제게 이날은 반지원정대보다 더 찬란한 청년농업인들을 만난 날이랍니다.

올해로 22주년을 맞는 농업인의 날, 농림축산식품부가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예술 농촌, 낭만 농촌, 리얼 농촌, 자연 농촌, 스마트 농촌 등 총 5가지 색깔의 다양한 농촌의 매력을 만끽하는 농촌 전국일주 ‘파밍로드!- 농행원정대’.

5박 6일의 행사를 마치고 마지막 종착지에서 못다 한 현장의 보따리 이야기를 풀어내는 깨발랄 이 아가씨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참가자 중 이예람씨의 목소리로 생생한 ‘농행원정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처음 해보는 수확에 설레었던 농행원정대
처음 해보는 수확에 설레었던 농행원정대.(이하 모든 사진출처=농행원정대원 김현곤)


농업, 농촌, 그리고 사람 ‘농행원정대’

# 진짜 농업을 꿈꾸는 친구들이랑 여행할래?
4년간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 뒀다. 4년 전 농업전문지 기자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하나 같이 “너 답다.”라는 말을 했었다. “예람이는 인생이 대외활동이야.” 라는 말과 함께.

고등학교 2학년, 한 봉사프로그램에서 흙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 허브를 키워내 볕 좋은 마당에 앉아 허브티를 나눠 마신 기억. “농부가 되어야지.” 생명을 두 손으로 키워냈다는 두근거림에 취해 한 번도 농촌에 가 본적 없었던 도시촌놈의 섣부른 다짐이었다.

그러나 대학에서 본 농업은 학문이었고, 베트남에서 본 농업은 미래였으며, 농촌에서 본 농업은 생존이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은 “나는 농부가 될 수 없다.”였다. 대학 때부터 여러 농장에 실습을 다니다보니 장밋빛 농업에 대한 환상은 거둬지고 농사를 짓는다면 어떻게 생존할 것이냐에 대한 현실에 맞부딪쳤다.

몸과 마음이 지쳐 혼자 방구석에 틀어 박혀있던 때 다큐멘터리 영화 ‘파밍보이즈’에 출연한 유지황 코부기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진짜 농업을 꿈꾸는 친구들이랑 여행할래?”

너희가 흘린 쌀알은 우리 농업인들의 피와 땀이야.” 쌀 수확 체험.


# 안녕하세요
11월 4일~10일 여행을 앞둔 일주일 전 우리는 용인시 학일마을에서 1박2일 사전모임을 가졌다. 시청 역에서 운행된 단체버스에는 숨 막히는 어색함이 흘렀다 “안녕하세요…”

학일마을에서는 배, 고구마, 쌀을 수확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정대원들은 처음 해보는 수확에 신기한 듯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거나 여물지 않은 손으로 볍씨를 흘렸다. 이 모습을 보던 한 어머니가 크게 호통을 쳤다. “이봐 청년들! 너희가 흘린 쌀알은 우리 농업인들의 피와 땀이야.” 우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장난친 거 아녜요. 다만 너무 신기해서 그랬어요’라는 말을 삼키며 모두가 쭈구려 앉아 흘려진 낱알을 주었다. “농업, 농촌은 ‘재미’로만 생각할 곳이 아니구나.”

#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농촌기획자
우리는 일주일 뒤 비장한 각오를 다짐하며 다시 모였다. 그리고 평창 농업인의 날 기념탑에서 발대식을 거쳐 감자꽃스튜디오를 찾았다.

문화예술로 함께 살아가는 농촌 -감자꽃스튜디어 청강모습
문화예술로 함께 살아가는 농촌. 감자꽃스튜디오 청강 모습.
 

밤에는 트럭을 타고 도시 속 전기등을 떠나 자연의 빛과 평창의 능선을 눈에 한껏 담았다. 그리고 문화기획자 이선철 대표와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빵집,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청년들을 만나며, 우리는 그렇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농촌을 마음 깊이 새겼다.

많은 프로그램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청강의 열정
많은 프로그램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청강의 열정.
 
도시 속 전기등을 떠나 자연의 빛과 평창의 능선을 눈에 한껏 담아봄
도시 속 전기등을 떠나 자연의 빛과 평창의 능선을 눈에 한껏 담았다.
 

# “목수남편 없어도 되겠어.” 20살 서현이 이야기
다음날에는 장장 5시간을 달려 경주를 찾았다. 경주에선 조를 나눠 식사와 막걸리를 만들거나 유지황 코부기 대표와 목조온실을 지었다. 이중 농행원정대 막내, 20살 서현이의 눈은 누구보다 빛났다. 까치발을 들어도 닿지 않은 높은 지붕에 올라가 뚝딱뚝딱 망치질을 하고 남자대원들도 무서워하는 전기톱으로 목재를 썰었다.

경주에서의 목조 온실짓기
경주에서의 목조 온실짓기.
 
목수남편 없어도 되겠어- 20살 서현이
목수남편 없어도 되겠어. 20살 서현이.
 

서현이는 유 대표를 따라 집을 지어보고 싶다고 했다. 서현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성인이 되면 의식주를 자립해 완전한 독립을 하고 싶었단다. 그 때문에 대학 대신 귀농한 삼촌네를 따라 남해 농촌행을 택했고, 친환경, 유기농법을 공부하며 농사를 배우고 유기농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집을 짓기 위해 ‘목수남편을 만나야겠다’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집 형태의 온실을 지어보니 ‘내가 직접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궁금한 스무살 서현이는 농촌의 삶이 외로웠다는 말을 문득 꺼냈다. 또래 친구들이 없는 농촌에서 묵묵히 일과를 보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농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언니, 자신의 가치관을 뚜렷이 세우고 살아간다면 자신과 맞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21명의 친구들을 얻게 돼 너무 기뻐.”

# “아버지, 지는 농부가 될꺼라예” 과수원집 아들 준영이 이야기
4일차쯤, 장수의 한 사과 과수원을 방문했다. 영농조합법인 대표와의 대화에서 질문 공세를 펼치는 친구가 눈에 띄었다. 경남과기대 원예학과 학생 준영이. 생각해보니 모든 농가에서 준영이는 늘 같은 질문을 했다. “자식이 농사를 짓고 싶다면 물려주실 건가요?”

아버지 지는 농부가 될꺼라예 -과수원집 아들 준영이
아버지, 지는 농부가 될꺼라예. 과수원집 아들 준영이.
 

준영이는 1남4녀의 거창 사과 과수원집 막내아들이다. 준영이 집은 누나들이 시집을 가 고향을 떠나면서 일손이 부족해졌다. 아버지는 부족한 인력을 메꾸느라 매일 과수원에 계셨다. 그리고 최근 어깨를 크게 다치면서 수술까지 해야했다. “농삿일은 니 생각비다 힘든기라. 말라 농사 지을라카노! 공부해서 공무원 되야제!”

준영이는 사과 농사를 짓고 싶은 갈망이 컸지만 아버지 말에 반항할 수 없어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었다. “누나, 내 농사짓고 싶거든. 힘든 거 아는데 너무 하고 싶거든… 우예 아부지를 설득 해야겠노?” 과수원과 일부 농가들을 다녀온 준영이는 더 심란해졌다.

준영이는 이후 유기순환농가, 프로그램외 지역에서 만난 청년농부들, 6차산업 등의 강의를 더욱 열심히 청강했다. 그의 머릿속에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업방향’을 찾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렇다 보니 준영이는 여행이 끝날 때쯤 놀랍게도 지금부터 5년차 사업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했다.

“농가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인력을 키우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새겨야거든. 그래서 내는 지금부터 아부지 무조건 설득 할기다.”

무지개는 겨우 7가지색 농행원정대의 미래는 22가지색
무지개는 겨우 7가지 색, 농행원정대의 미래는 22가지 색.


# 여행 끝
세종시 농업인의 날 행사를 끝으로 우리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 됐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고된 일정에 하루에 근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갔어. 너무 아쉬워.”

우리 22명은 매일 밤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방학을 공부하다 농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밝은 표정을 잃은 채헌이,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하려다 한식과 우리 술의 매력을 빠진 주니어 셰프 성수, 몸에 좋은 약초를 더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민우 오빠, 22살에 귀농귀촌 청년들을 돕는 미디어를 창립한 현곤이. 우리는 22가지 색의 농업을 나누며 우리의 미래를 다져가기로 했다.

우리 여행을 표현하기 딱 좋은 말이 음성파일에 남아 있었다.

“농업을 어떻게 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어. 각자만의 이렇게 다양한 색깔이 있는데. 우리는 그저 농업을 잘 활용해서 나에 맞는 맞춤복 같은 농촌을 만들어가면 돼.”

깨발랄 이예람 양의 목소리를 통해 22명의 ‘농행원정대’의 모습 찾을 수 있으셨나요. 다시 받아 적는 제 가슴을 울린 이유를 공감하시나요.

청년농업인들이 농업의 현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우리는 어떤 환상에 사로 잡혀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과에 대한 찬사를 보낼 뿐이지, 그들이 걸어온 길이나, 걸어가려고 하는 길들에 대한 이해는 하지 못하고요. 다양한 삶을 꿈꾸는 청년들이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그들의 꿈을 응원해 봅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전은미 vicp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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