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일 국립과천과학관 자연사관이 ‘미디어파사드’, ‘증강현실’과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 기법을 이용해 재개관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전체규모가 약 800평에 달하는 아주 큰 과학 전시관으로, 전 세계에서도 5번째로 넓은 전시관이다. 상설전시관은 무려 축구장 8개 크기이며, 전체 규모를 따지만 축구장 38개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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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 전경과 자연사관 입구. |
이런 국립과천과학관이 새로 도입한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란, 건물의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여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조명·영상·정보기술(IT)의 결합을 의미하고, ‘증강현실(AR)’은 사람이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한 가상의 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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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관이 던지는 질문. |
최신 과학기술의 도입과 함께 ‘우주와 지구 그리고 생명이 살아 움직인다’는 슬로건을 걸고 있는 자연사관은 첫 입구부터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학에 있어서 자연사는 어떤 의미일까? 자연사를 왜 연구해야 할까? 우주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자연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자연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화석을 생각해낼 것이다. 그만큼 자연사는 화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화석을 통해 무엇을 알아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자연사관이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을지 알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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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나뭇잎 화석. |
자연사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커다란 종려나뭇잎 화석이다. 벽면 한 쪽에 커다란 나뭇잎 화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나뭇잎은 벽에 그린 그림도 아니고, 벽에 띄워놓은 화면도 아닌 ‘진짜 화석’이다. 기존에는 종려나뭇잎을 전시하기만 했지만,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변화했다.
벽면에 종려나뭇잎 화석을 설치하고 그 위에 빛으로 이미지를 쏘는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했다. 관람객들은 움직이는 영상을 보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려나뭇잎이 어떻게 화석이 되고 어떻게 발굴되었는지, 종려나뭇잎 화석이 생길 당시의 환경은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
종려나무의 아주 커다란 잎은 이 나무가 따뜻한 열대지방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함께 발견된 물고기 화석을 통해 종려나무는 물에 살았던 수생식물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종려나무와 물고기들이 실제 함께 살았다면 한 화석에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있을 수 없다. 동시대 다른 곳에 살던 종려나무와 물고기들이 지층변화로 인해 한 화석에 같이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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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탄생. |
좀더 안쪽으로 걸어들어 가면 본격적인 탄생의 장이 시작된다.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태양계의 탄생, 지구의 탄생, 그리고 생명의 탄생까지 폭넓은 자연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360도로 펼쳐진 UHD화면을 통해 시간의 순서에 따라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준다. 화면 안에서는 빅뱅을 시작으로 중성자와 양성자가 끝없이 움직이고, 눈을 돌리는 순간마다 우주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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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기원과 운석의 단면. |
우주에 생겨난 물질들의 순수 원소의 기원을 순서대로 확인해 볼 수도 있으며, 별의 색을 통해 어떤 원소로 이루어진 별인지, 생긴지 얼마나 된 별인지를 알아낼 수도 있다. 또한 운석의 단면을 통해 운석의 종류를 확인할 수도 있는데, 운석을 잘라 확인하는 이유는 운석의 겉모습은 충분히 꾸며낼 수도 있지만 안쪽은 꾸밀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운석의 나이로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기도 하는데, 지구의 암석들은 기후변화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정확히 분석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지만 외부 영향을 적게 받은 운석을 통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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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으로 보는 지구의 역사. |
이곳은 24시간으로 보는 지구의 역사이다. 지구의 46억 년 역사를 24시간 시계로 표현했다. 총 138칸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칸이 1억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며, 이 시간을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의 시간은 겨우 3초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지구에서 인간의 역사는 아주 짧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 준다.
바닥에는 지구의 24시간을 표현한 미디어파사드 시계가 있다. 시계의 뒷면에는 현재 시간에 맞는 지구의 모습이 있어서, 시계가 회전할 때마다 지구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는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지구가 탄생하는 순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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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과 미디어파사드. |
선캄브리아기 단세포 생물인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화석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캄브리아기를 거쳐 고생대 삼엽충의 화석을 볼 수도 있다. 또한 어류의 진화를 거친 다양한 생물의 모형과 함께 미디어파사드로 생물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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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대 수장룡 틸로사우르스 화석. |
그 후에는 어류가 지느러미를 다리로 진화시키는 양서류의 진화와, 98%의 생물이 멸종한 페름기 대멸종이 발생한다. 그리고 중생대에는 해양파충류인 수장룡이 등장하는데, 아주 긴 화석에서 볼 수 있듯이 수장룡(首長龍)은 머리가 아주 길다는 뜻이다. 게다가 목뼈가 자그마치 72개에 달하는 틸로사우르스 화석은 모형이 아닌 진짜 화석이어서 지지대로 뼈를 하나씩 다 묶어둔 것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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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사드와 타르보사우르스 모형. |
그리고 드디어 ‘공룡’이 나타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장 무서워한다는 이 구역 역시 미디어파사드를 이용해 전시를 하고 있다. 타르보사우르스는 티라노사우르스보다 5000년 전인 백악기 아시아와 유럽에서 발견되는 공룡이다.
처음에는 수풀 속 영상에서만 타르보사우르스를 볼 수 있다. 영상 속에서 초원을 뛰어다니던 타르보사우르스가 오른쪽 나무 사이로 들어가는데, 잠시 후 수풀 사이에서 실물 크기의 타르보사우르스 모형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미디어파사드와 공룡 모형을 적절히 연결해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생동감 넘치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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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화석을 이용한 증강현실 영상. |
이번에는 AR영상을 관람할 차례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전시물인데, 여러 종류의 공룡 화석이 전시되어 있는 부분에서 바닥에 있는 발 모양에 올라서면 앞에 있는 화면에서 AR 영상이 시작된다. 뒷편에 전시되어 있는 공룡 화석에 점점 살이 입혀지더니, 공룡들이 한 마리씩 살아 나온다. 아무것도 없는 내 앞 공간에서 공룡들이 돌아다니고 심지어는 서로 싸우기까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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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몬토 사우르스 화석. |
그 중에서도 이 화석은 에드몬토사우르스라는 공룡 화석이다. 전 세계의 에드몬토사우르스 화석 중에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으며(몸길이 약 10여 미터, 두 번째로 큰 화석은 미국의 8m 크기), 거의 완전한 모습의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아주 비싸다고 한다.
보통 화석은 30% 정도만 발견되면 나머지를 복원해 맞추는데, 이 화석은 98%가 발견되어서 색깔이 다른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진짜 화석이다. 꼬리 부분의 빨간 네모표시 안에는 육식 공룡에게 물렸던 흔적까지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초식 공룡이기 때문에 잔 이빨이 아주 많은데, 약 1,000여 개의 이빨이 여러 줄로 나있어서 풀을 씹기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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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토사우르스의 대퇴골 모형. |
아파토사우르스의 대퇴골(허벅지 뼈)과 자신의 키를 비교해보는 부분도 아이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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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대 말 코뿔소와 나무늘보 화석. |
그 후엔 운석충돌로 대멸종을 겪으며 공룡들이 사라졌고, 숨어서 살던 포유류들이 번성하면서 아주 커졌다. 위의 사진에서 앞에 있는 것은 신생대 말 코뿔소의 조상이고, 그 뒤의 것은 나무늘보의 조상이라고 한다.
아주 큰 나무늘보의 크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식물이 많았기 때문에 초식동물들이 먹을 것이 많아 살기가 좋았으며, 다른 육식동물들이 자기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아주 커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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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 인류의 차이점. |
그리고 드디어 인류가 나타난다. 영상을 통해 유인원과 인류의 차이점들 중 하나인 걸음걸이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고, 버튼을 누를 때마다 움직이는 두개골-척추의 움직임을 통해 후두공 위치의 변화를 살펴볼 수도 있다. 이 곳에서도 역시 바닥에 그려진 발판 위에 올라서면, 증강현실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에 고인류의 머리가 합성되면서 고인류가 되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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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동물들 박제. |
그리고 또 다시 많은 시간을 거쳐 진화한 현재의 동물들이 있다. 동물 박제뿐만이 아니라, 농게, 문어, 열대어, 민물고기, 성게 등 살아있는 생물들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며, 전시되어 있는 현미경을 통해 세포의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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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지구. |
이 곳은 생동하는 지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S.O.S.(Sience On a Sphere) 전시는 원형 구에 영상을 쏘아 지구의 움직임을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태풍의 생성과 소멸, 해류의 움직임, 밤에 볼 수 있는 지구의 빛, 비행기의 이동 등 다양한 모습을 빠르게 나타내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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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쇼. |
이외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언스쇼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공룡은 어떻게 걸었을까?’ 였는데, 아이들이 설명을 들은 후에는 직접 공룡과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공룡 신발을 신고 걸어볼 수도 있는 등의 체험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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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와 생명, 그리고 인류. |
사이언스쇼를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는 또다시 미디어파사드로 처음 질문에 대한 정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사와 인간은 뗄래야 뗄 수 없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들은 자연 안에서 더불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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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 내부 전경. |
미디어파사드와 증강현실을 이용한 디지털 기법의 도입으로 재개관했다는 국립과천과학관 자연사관은, 디지털 기법에만 치중해 리모델링한 것이 아니라, 자연사에 대해 알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역할에도 충실하다.
다양한 실물 화석과 박제 전시, 체험 공간, 사이언스 쇼 등을 비롯해서 수많은 방법으로 자연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키워줄 수 있는 공간이다. 국립과천과학관 자연사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