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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 속 공예의 가치를 전하다

2017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취재기

2017.12.20 정책기자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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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들 간의 만남은 특별하다. 두 나라 간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여러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열쇠로 꼽힌다. 방문 중 정상 간 선물이 오가는 경우가 있다. 선물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으로 건넬 때가 많다.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전하는 선물이므로 매우 의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공통적인 선물을 선사했다. 바로 공예품이었다.

지난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전통공예 낚싯대를, 지난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공예품 놋수저와 돌그릇을 선물했다. 특히, 돌그릇은 큰 공을 세운 분에게 주는 의미가 담겨져 있고 놋수저는 뒷면에 한미동맹 캐치프레이즈를 새겨 한미 두 정상의 긴밀한 유대감과 끈끈한 동맹을 표현했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공예는 한 단계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시대와 전통문화 가치를 선보이는 공예의 만남이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 공예 축제, 2017 공예트렌드페어

2017 공예트렌드페어.
2017 공예트렌드페어.
 

지난 7일, 공예 최대 축제인 2017 공예트렌드페어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10일까지 나흘간 개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주관했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스마트 x 공예(SMART x CRAFT)’를 주제로 꾸며졌다. 국내 최대 공예 축제답게 1,500여 명 국내외 공예 작가와 278개 공예 분야 기업들이 참여했다. 총 9개 전시관과 635개 부스를 설치했다. 공예 시장 활성화와 공예문화산업 종사자들 간의 연결망 구축과 소통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우리의 공예는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고 본다. 우리의 공예를 전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다. 공예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문체부가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공예 산업의 전망이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마트와 공예의 콜라보

공예품 짚신과 3D프린터 기술로 만든 깔창의 조합.
공예품 짚신과 3D프린터 기술로 만든 깔창의 조합.
 

2017 공예트렌드페어 주제는 ‘SMART x CRAFT, 공예적 스마트’이다. 현대와 전통의 만남이기도 하다. 우리가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로 음악을 들으면서도 LP 같은 아날로그적 요소를 그리워할 수 있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적 감각과 아주 오랜 시간 사람의 손을 타고 전해진 생활의 지혜와 태도가 담긴 공예가 어우러진 시공 초월의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금방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소비재들 사이에서 다른 가치와 멋을 더해주는 공예의 매력과 결합해 스마트 시대 속에 또 다른 의미를 선물하는 것이다.

페어 장소 한 가운데에 위치한 주제관에는 스마트와 공예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사람, 과정, 쓰임’을 소주제로 분류해 전시했다. 특히, 지역공예품의 재료적 특성과 도구로써의 ‘쓰임’을 디자인과 기술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었다. 충북 보은, 전북 전주, 전남 담양에서 추진된 프로젝트는 우리 생활 속에서 도구로써의 쓰임을 재해석해 현대적인 감각과 결합해 새로운 공예품으로 꾸몄다. 전통공예품이 현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자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이 스마트 시대에서도 빛나는 결과를 보여줬다.

대한민국 명장 김세용 장인.
대한민국 명장 김세용 장인.
 

전통 문화를 지켜온 장인들과 시민들의 만남도 눈길을 끌었다. 마에스트로관은 한국 도자를 오랜 시간 발전시켜 온 마에스트로들의 작품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청자, 백자 등의 작품들로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키고 한국인 정서에 알맞은, 한국 도자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 1호 도예 명장인 김세용 장인은 ‘마에스트로를 만나다’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김세용 장인은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젊은이들에게 전하면서 그들과 소통하고자 했다.

Q. 선생님에게 마에스트로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작품에 몰입하는 정도가 높은 것을 뜻한다고 봅니다. 잡생각이 많이 있으면 혼이 들어갈 틈이 없어요. 그래서 잡생각을 모두 비우고 그 여백에 혼을 채우는 그 철학이 마에스트로에게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Q. 선생님이 도예가의 길을 가게 된 특별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국립중앙박물관 견학을 간 적이 있어요. 가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 하면서 학교를 다녔죠. 기회가 생겨 동료들과 박물관을 갔는데, 유물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도자기였어요. 그때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혹시 도자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특히 고려청자를 보는 순간 가슴에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어떤 환희심이 느껴졌어요. 그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도자기를 접하게 됐어요.

Q. 선생님에게 도자기란 무엇입니까?
A. 도자기는 죽어 있는 게 아닌 살아 숨 쉬는 보석이에요. 도자기는 우주 생성의 원리처럼 지·수·화·풍이 존재해야 만들어지죠. 우주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차지하는 사람은 중요한 보석 같은 존재에요. 그리고 도자기는 아름다운 보석이니 ‘도자기=보석=사람=우주’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빠르고 급격히 변하는 시대 속에 살아가는 시민들과 공예 장인들의 소통은 이번 페어 주제와 걸맞게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자리였다. 장인의 이야기를 경청한 김나은(가명) 씨는 “도예 장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통 문화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페어만이 누릴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공예트렌드페어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공예품.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공예품.
 

KCDF 사업관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다양한 정책 사업들을 엿볼 수 있었다. 진흥원은 공예문화의 창조적 계승과 디자인 문화의 발전을 위해 지역공예마을 육성, 우수공예품 지정제도, 공예디자인 상품개발, 대학생 대상 공예디자인 교육 등 다양한 정책들을 펴면서 현대에 공존하는 공예산업을 이끄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공예상품을 개발했다. 강원도 지역의 유·무형 공예 자원과 동계스포츠를 접목해 개발한 상품을 소개했다. 디자인 공예 제품 ‘강원동경’은 강원의 자연이 선사하는 디자인적 영감, 자원, 그리고 현대적인 감각을 아울러 강원 특유의 정서를 담아냈다.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 평창동계올림픽 종목들을 표현한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한은주 양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예 작품으로 선보이는 걸 보니 신선했다. 전세계 축제에서 공예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예문화산업, 정부가 지원 나선다

사람들에게 공예 기술을 선보이는 대한민국 명장 최인규 장인.
사람들에게 공예 기술을 선보이는 대한민국 명장 최인규 장인.
 

정부가 공예문화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2017 공예트렌드페어 개막식에서 ‘공예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공예산업 혁신 환경 조성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창업 지원으로 공예시장과 일자리 창출, 공예문화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5대 추진전략과 14개의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이는 ‘공예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최초로 수립한 법정 계획으로써 산업연구원의 연구용역으로 마련된 초안을 공예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회와 워크숍을 통해 검토한 끝에 마련됐다.

5대 추진전략으로는 ▲공예산업 공급 기반 강화 ▲공예 인력 양성 및 창업 지원 ▲공예 유통 활성화와 시장 창출 ▲공예문화의 확산 ▲공예문화산업 정책 추진 체계 정비가 있다.

문체부는 공예가와 공방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한 동반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공예클러스터 4곳을 조성할 예정이다. 공예클러스터는 공예 관련 생산과 유통, 판매, 관광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장소다. 그리고 창업과 청년 공예가를 육성하는 ‘공예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한다. 이곳에서 청년 공예가에 대한 창업 교육, 공방 창업 대중투자 지원 등 종합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원주 옻칠공예.
원주 옻칠공예.
 

또, 문체부는 국민들의 공예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선보인다. 지방의 공항, 기차역, 터미널 등 유동 인구 밀집한 장소에 ‘지역 공예와 문화체험’이 결합된 공간을 마련한다. 그리고 공예 주간을 도입해 공예 전문도서 발행, 드라마, 영화 등 시각 매체를 통한 노출, 치매환자의 치유를 보완하는 공예체험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앞으로 관계 부처, 지자체와 정책을 공조하고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예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여럿 나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효율적으로, 공예 현장과 거리가 먼 정책들이 다반사였다. 돈은 돈대로 나갔지만 실질적으로 공예 산업에 쓰인 효력은 크지 않았다. 이러한 헛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장인을 비롯한 공예가들과 청년들, 시민들과의 소통이 면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미래의 공예산업이 기대된다

공예 산업과 시민의 거리가 가까워지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공예 산업과 시민의 거리가 가까워지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공예트렌드페어는 느리고 손이 많이 가는 공예와 빠르고 단순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기막힌 만남이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대상이지만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더구나 페어에서는 공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이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곁들여 우리나라 문화를 나타내는 공예의 아름다움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김진흥
정책기자단|김진흥chamomile5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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