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한 세상이다. 제천 화재는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가 됐다. 짐작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이 가혹했다. 대입을 앞둔 딸이, 억척스레 살아왔던 엄마가, 알바를 구하려던 소녀가 이제는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됐다.
들여다보면 스물아홉 명의 절절한 인생이 각자의 사연을 남긴 채 떠났다. 가족들은 주저앉아 울다가 망연자실 서서 잿빛 건물을 바라보다 서로 부둥켜 안았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도시는 온통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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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출처=뉴스1) |
화재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주의’였다. 비용이 싼 외장재가 화재를 키웠으며 좁은 도로를 점령한 불법 주차 차량들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 화재경보기와 스프링쿨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보관함은 비상구 입구를 막고 있었다. 2015년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에서 130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 이후 불연성 내장재를 의무화 했지만, 그 이전에 지은 건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겨울철 감기만큼 조심해야 할 것이 화재나 한파, 폭설 등에 의한 안전사고다. 다시는 이러한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물론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일 걸 알지만, 한 번 더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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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화재건수는 봄철이 32.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겨울철 사망자수가 34%로 가장 많은 것은, 난방기구의 사용과 실내 거주시간이 많고 취침시간대 화재발생으로 신속한 피난이 어려운 걸 원인으로 볼 수 있다.(출처=국민안전처) |
때 이른 한파를 겪었지만, 본격적인 겨울 추위는 이제부터다. 그럴듯 해 보이는 함박눈은 로맨틱 할 수도, 공포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24시간 동안 눈의 적설량이 5cm 이상일 때는 대설주의보를, 20cm 이상일 때는 대설경보를 발표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면 일기예보를 확인하자.
폭설로 인한 노후건축물·축대·담장·난간 등의 시설물 붕괴 사고와 결빙 등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겨울철 취약부위 점검·보수를 강화하고, 고립 예상지역은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대설주의보가 있으면 인, 모래주머니, 삽 등을 준비하고 가능한 외출을 삼가며, 위험한 건물에서 대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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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2016년 11월까지 난방기구 중 보일러에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국가화재정보센터) |
한파의 날씨에 난방 기구를 장시간 사용하게 될 때가 많다. 자칫 플러그가 과열되어 선이 녹거나 타게 되면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한 번씩 전원을 꺼주어 기계를 쉬게 해주자. 외출할 때나 자리를 비울 경우에는 반드시 전원을 끄고, 콘센트를 뽑아두어야 한다.
열 흡수율이 매우 높은 라텍스 제품을 난로나 전기장판과 함께 사용할 경우, 전기장판의 온도를 조절하여 침구류 자체에서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전기장판을 접어서 보관할 경우, 열선이 손상되어 합선의 위험이 있다. 둥글게 말아서 보관해야 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일어난 화재 1만8,179건 중 동절기에 5,867건(32.2%)이 집중됐다. 겨울철 화재의 대표적 이유는 난방기기 때문이다.
열전도율이 높은 물건이나 인화물질은 난방기구 주변에 두지 말고, 벽으로부터 최소 20cm 이상 떨어진 곳에 난방기구를 설치해야 해야 한다. 난로 보호망을 설치해 두면 화재는 물론 화상 예방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화재 시 초기 진압을 위해 난방기구 주변이나 가까운 곳에 소화기를 비치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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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동파위험의 관심부터 심각단계에 이르기까지 행동요령.(출처=서울특별시) |
겨울철 야영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실내에서 취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및 가스 중독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전통시장이나 골목 화재 발생 시 소방차 통행로 확보 역시 중요하다. 불법주차 차량 등이 소방차 진입로를 막고 있으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불이 난 현장을 목격했다면, 반드시 불이 났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큰 목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미처 듣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화재 경보 비상벨을 누르자. 불이 났음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대피 시에는 수건이나 담요에 물을 적시고 얼굴, 몸을 감싼 후 문을 열기 전 손잡이를 만져보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에만 문을 열고 밖으로 피신한다. 손잡이가 뜨겁다면 이미 불길이 뒤덮었다는 뜻이므로 문을 열면 안된다. 건물 화재 시 낮은 자세로 계단을 이용해 대피해야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게 불가능 할 때에는 옥상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자.
사람이 많은 건물 안에서 화재가 일어났다면, 많은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우왕좌왕하기 쉽다. 이럴 때 건물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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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한 7가지 수칙.(출처=보건복지부) |
겨울철 화재 예방은 작은 생활습관으로부터 시작된다. 무심코 버린 담뱃불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한순간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만들고, 상처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다. 화재는 교통사고와 같아 나만 주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조심해야 화재 예방이 가능하다.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공들인 안전대책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사고 예방의 길이다.
화재나 안전사고는 여전히 일상과 가까이 있다. 위험은 현실이며 안전은 선택이다. 지금 바로, 동절기 안전수칙을 지키며 주변을 정리해 보자. 개인의 안전의식이 없으면, 대형 사고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꼼꼼한 규제 아래 우리가 지켜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