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불과 한 달도 채남지 않았다. 1월 21일 기준 개막일까지 불과 20일. 감동과 재미의 도가니 속에 빠질 생각을 하면 그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엿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이벤트로 어떻게 사람들의 오감만족을 시킬지도 관심거리다.
무엇보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화두는 ‘평화’다. 그간 외국인에게 비쳐진 한국의 모습은 왜곡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 군사안보 이슈가 부각돼 자칫 ‘위험국가’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 빗어져 예상치 못한 끔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한반도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이러한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느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고, 이 기간 군사적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은 ‘위험한 시나리오’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란다’는 취지의 신년사를 발표하자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지난 9일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에서 2년 여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회담에서 남측은 올림픽에 북측의 대표단 파견과 공동입장, 설 연휴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했고,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실무접촉까지 더해져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 남북 공동입장, 9차례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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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통일부) |
‘북한 신년사 발표-고위급 회담-실무회담’ 등이 발 빠르게 진행되면서 짧은 기간 이룬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은 크게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및 남북 공동입장, 응원단, 예술단 파견,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이다. 올림픽 개최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선수단 파견 등 세부사항을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다.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 선수단의 규모를 46명으로 승인했다. 이로써 북한 선수단은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총 46명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여자 아이스하키와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트랙, 크로스컨트리 스키, 알파인 스키 등 5개 세부종목에 출전한다. 특히 북한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등 과거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인원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이들이 남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주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올림픽 개막식과 함께 모습을 드러낼 한반도기와 남북한 공동입장은 전례가 많아 익숙한 면이 많다. 남북한은 1990년 이후 17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다양한 방식의 남북 체육교류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남북 공동입장’이 9차례나 됐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으로, 선수단 입장 때 사상 처음 남북한 선수가 함께 깃발을 흔들었다. 당시 남북 선수단은 감색 재킷과 밝은색 하의를 똑같이 입었고, 남한의 정은순 선수(여자 농구)와 북한 박정철 선수(유도)가 한반도기를 맞잡았다. 당시 연주곡은 남북 합의에 따라 ‘아리랑’이 나왔다.
이후 한반도기와 아리랑은 국제대회에서 남북한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부산 아시안게임(2002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2003년)과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2003년), 아테네 올림픽(2004년)을 비롯해 2007년까지 9차례 국제대회에서 관례처럼 쓰였다.
그만큼 한반도기와 아리랑은 민족을 하나로 묶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서 이번 공동입장 역시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알리는 ‘빅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남북단일팀·응원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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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 선수촌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블로그) |
1991년 이후 27년만에 성사된 남북단일팀도 관심거리다. 역대 남북단일팀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두 차례 정도였다. 당시 단일팀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출전했고, 성과도 기대 이상이었다. 여자탁구가 단체전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고, 청소년 축구는 세계 최강 아르헨티나를 꺾어 ‘8강 진출 신화’를 이루는 등 전 세계에 남북한의 기상을 보여줬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선보인다. 남한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한 단일팀은 총 35명으로 이중 북한 선수는 최대 3명까지 경기에 나선다. 그간 관례를 적용해 선수들은 한반도 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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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68일차를 맞아 열린 난타공연.(사진=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
남한 땅을 밟게될 북한 응원단도 큰 흥밋거리다. 과거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응원단을 파견했다. 당시 만경봉 92호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에 도착한 여성 응원단 280여 명은 발랄한 이미지로 국내에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북한 응원단을 띄워주는 언론보도가 주를 이뤘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시민들도 많아 인터넷 팬카페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듬해 북한은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300여 명의 응원단을 보냈다. 그러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124명이 파견된 뒤, 이들의 모습은 남한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남북교류가 10년 가까이 끊어지면서 남북한의 만남이 어색할 수도 있다. 북한의 자극적인 행동과 태도는 남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꼭 틀리지는 않다. 우리 속담에 ‘첫 술에 배 부르랴’가 있듯 모든 일이 단번에 만족될 수는 없다. 인내를 갖고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면 말 그대로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져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행사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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