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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용사도 함께한 성화봉송

파주 성화봉송 현장 취재기

2018.01.24 정책기자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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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팀과 한국 팀의 아이스하키 스틱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친선 경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경기가 펼쳐진다. 아이스하키 퍽이 날아오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잠시, 두 팀이 종횡무진 하는 경기에 관중들은 그야말로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기한 이색 성화봉송 행사가 파주에서 펼쳐졌다. 지난 19일 파주 율곡습지공원에 마련된 야외 경기장에서 캐나다 현역 군인들로 구성된 캐나다 팀과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합팀으로 이뤄진 한국 팀이 ‘임진클래식경기를 재현했다.

파주 율곡습지공원에 마련된 야외 경기장에서 캐나다 현역 군인들로 구성된 캐나다 팀과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합팀으로 이뤄진 한국 팀이 “임진클래식” 경기를 재현했다.
19일, 파주 율곡습지공원에서 이색 성화봉송 이벤트가 펼쳐졌다. 캐나다 현역 군인들로 구성된 캐나다 팀과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합팀으로 이뤄진 한국 팀이 60여 년 전 펼쳐졌던 ‘임진클래식’ 경기를 재현했다.

‘임진클래식의 역사는 6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2~1953년 한국전 당시 참전한 캐나다 군인들은 고향을 생각하며 얼어붙은 임진강 위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개최했다. 그것이 임진클래식의 시초였다.   

당시 캐나다 군인들은 캐나다에서 하키 장비를 공수해왔다. 캐나다의 두 부대인 육군 프린세스 패트리샤 경보병연대(PPCLI)와 왕립22연대(R22R) 부대원들이 임진강 얼음 위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열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한국에 거주하는 캐나다인들은 임진클래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임진컵을 놓고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하며 캐나다에서는 2013년 이후 매년 두 부대가 친선 경기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전 당시 임진클래식을 펼쳤던 캐나다 두 부대의 현역 군인들이 이날 선수로 참가해 임진클래식의 의미를 다시금 되살렸다.

한국전쟁 당시 임진클래식 경기를 펼쳤던 이제는 고령의 캐나다 참전용사들까지
한국전쟁 당시 임진클래식 경기를 펼쳤던 이제는 고령의 캐나다 참전용사들까지 자리를 함께해 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경기는 캐나다 팀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두 팀의 열정과 에너지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정식 경기장이 아닌 야외 경기장에서도 최선을 다한 두 팀의 박진감 넘친 경기는 관중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캐나다 랜스 로이(Lance Roy) 병장(PPCLI 소속)관중들 호응도 좋았고 오늘 한국 팀과 함께 경기해서 정말 즐거웠다. 한국전 당시 이뤄진 임진클래식을 재현해 소속 부대원으로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캐나다 사람들은 하계올림픽보다 동계올림픽을 훨씬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때 경기 중계를 보며 캐나다를 열심히 응원할 생각”이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캐나다 PPCLI소속 Lance Roy 병장(왼쪽)과 캐나다 팀 선수들.
캐나다 PPCLI 소속 랜스 로이(Lance Roy, 왼쪽) 병장과 캐나다 팀 선수들.

이색 성화봉송 행사에는 또 다른 귀중한 손님들이 함께 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3명이 참석해 임진클래식의 산 역사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데니스 무어(Dennis Moore)와 클로드 샤클랜드(Claude P.E. Charland)는 당시 임진클래식에 직접 선수로 뛰기도 했다. 클로드 샤클랜드 씨가 부축을 받으며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을 때는 감동마저 느껴졌다.   

한국전쟁 당시 임진 클래식에 참가했던 캐나다 참전용사들. (데니스 무어Dennis Moore) 씨와 클로드 샤클랜드(Claude P.E. Charland) 씨
한국전쟁 당시 임진클래식에 참가했던 캐나다 참전용사 데니스 무어(Dennis Moore) 씨(왼쪽)와 클로드 샤클랜드(Claude P.E. Charland) 씨.

을지습지공원 한 편에는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연합군 유해발굴 사진과 유품이 전시돼 더 진한 감정의 여운을 들게 했다. 임진클래식의 주역인 캐나다는 한국전 당시 유엔연합군 소속으로 참전국들 중 세 번째로 큰 규모인 26천 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고 516명이 전사했다.   

또 다른 전시인 임진클래식 특별 사진전에서는 한국전 참전 캐나다 용사가 60여년 전 어머니께 보냈던 편지를 비롯해 한국전쟁 당시 임진클래식의 경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연합군 유품 전시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연합군 유품 전시.
 
임진클래식 특별 사진전
임진가든 특별 사진전.

파주 성화봉송의 기착지는 코앞에 북녘 땅이 내다보이는 임진각이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군중들이 성화봉송을 축하하기 위해 임진각에 모였다. 사할린 동포들과 국가 유공자, 인근 부대의 군인들과 파주 시민들까지 한데 어우러졌다 

파주 성화봉송 현장은 그야말로 다채로운 색깔로 꽉 채워진 느낌이었다.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 20여 명이 제일 앞줄에서 축하공연을 관람했다. 러시아에 있는 손녀에게 주고 싶다며 평창올림픽 홍보 깃발을 꼭 쥐고 있던 파주시 사할린동포회 김영태 회장을 만났다. 

그는 “1944년부터 러시아에 살다가 태어난 조국으로 다시 돌아오자 마음먹고 귀국한 게 지난 2013년이다. 아직도 자녀들은 러시아에 살고 있다. 오늘 성화봉송 행사에 와서 보니 정말 대단하단 생각만 든다.”며 감격스럽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임진각에서 펼쳐진 축하공연
임진각에서 펼쳐진 축하공연.
 
멋진 드로잉쇼가 축하공연을 장식했다.
멋진 드로잉쇼가 축하공연을 장식했다.

어린이들의 합창과 드로잉쇼까지 임진각의 축하 행사는 알차게 지나갔다. 관람하는 군인도, 아이도 흥겨움에 연신 손을 흔들고 환호를 보냈다. 한기가 느껴지는 겨울 저녁이었지만 임진각은 흥겨움과 따뜻함이 공존했다 

자녀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지훈 씨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조금 추운 날씨지만 방문했다. 언제 또 우리 도시에서 이렇게 올림픽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아이 둘을 데리고 나왔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저도 아이들과 함께한 뜻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파주 성화봉송의 기착지인 임진각으로 마지막 봉송주자가 들어서고 있다.
파주 성화봉송의 기착지인 임진각으로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가 들어서고 있다.

60여년 전 전쟁의 기억을 안고 다시 한국을 찾아 준 고령의 참전용사들과 그 정신을 잇고 있는 젊은 캐나다 군인들, 사할린 동포와 국가 유공자, 우리나라 군인들과 파주 시민들까지 파주 성화봉송 현장은 다채로운 사람들이 발산하는 이야기들로 풍성할 뿐 아니라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임진각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며 평창올림픽이 진정으로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지고 기억될 수 있길 소망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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