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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다방에서 담배 피웠다는데~

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으로 살펴본 금연 정책

2018.01.31 정책기자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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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필자가 가장 많이 했던 심부름은 담배를 사오는 일이었다. 담배 애호가였던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담배 심부름을 시켰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미성년자가 돈을 주고 담배를 구입하는 게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담배 관련 정책도 크게 달라졌다. 2018년 현재 미성년자는 담배를 살 수 없고, 흡연자들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피울 수 있다. 앞으로는 관련 법규가 엄격해져 흡연은 아주 일부 사람이 즐기는 현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  

흡연을 규제하는 대표적인 정책인 ‘국민건강증진법’은 지난 2012년 12월 시행됐다. 이 법령에 따라 연면적 150㎡ 이상의 일반음식점 등에서 흡연하면 과태료를 내야한다. 이후 2014년부터는 영역이 확대돼 100㎡이상 음식점 및 PC방, 호프집 등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했다.

금연 관련 이미지(출처: 무료이미지, pixabay)
금연 관련 이미지.(출처=pixabay)
 

지난 달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은 기존보다 흡연을 더 엄격하게 규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식점은 물론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사람들이 즐겨찾는 문화공간에는 어김없이 금연구역이라는 안내 표지판,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건물 출입구, 계단, 화장실 등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에는 어김없이 ‘흡연 금지’라는 문구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업주가 이를 어길 경우 관할 시군구청이 시정명령 후 1차 위반 170만 원, 2차 위반 330만 원, 3차 이상 위반 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물론 한시적으로 유예한 부분도 있다. 당구장 등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에게는 오는 3월 2일까지 3개월 간 계도기간을 적용해 이후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전국에 등록된 실내 체육시설은 당구장 2만1,980곳과 스크린골프장 9,222곳을 포함해 5만6,000여 곳에 달하는 데,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현장단속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2월부터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아파트 화장실이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워 층간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할 경우 관리사무소나 경비원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법령이 갈수록 보다 강화돼 ‘흡연족’들의 설자리는 훨씬 좁아질 전망이다.

흡연자도 권리 있어야 VS 국민 건강권 보장해야

기존보다 엄격해진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이를 둘러싼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본질을 들여다보면, 흡연할 권리와 국민 건강권을 얼마나 보장하느냐로 구분된다. 필자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정부의 이번 정책에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 사이에 금연구역이 얼마나, 어디에 있는지는 담뱃값 인상만큼 큰 관심거리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금연구역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그동안 흡연자들이 선호했던 당구장, PC방, 음식점마저도 ‘흡연할 수 없는 공간’이 되면서 이들의 설 자리는 협소해지고 있다. 때문에 담배에 세금은 많이 들어가는 데 흡연구역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담배 이미지(출처: 무료이미지, pixabay)
담배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출처=pixabay)
 

10년 가까이 흡연을 하고 있는 직장인 김진우(32) 씨는 “회사 사무실과 아파트 주변에 금연구역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앞으로는 흡연부스가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할 정도로 흡연자들의 입지가 축소됐다. 정부가 흡연구역을 지정해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국민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대중문화공간은 물론 공공장소 어디든 금연구역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길거리 흡연이 만연한 상황에서 별도로 흡연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담배를 한 번도 피우지 않은 비흡연자 이가람(30) 씨는 “국민 누구나 쾌적한 공간에서 살 자유가 있다. 흡연자 때문에 건강에 위협을 느끼는 건 불쾌한 일이다.”며 “흡연자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는 흡연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혼란 있었다

우리 주변에 금연구역이 대대적으로 설치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호프집과 카페에서 흡연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금연이 일상의 문제로 들어온 건 정부가 지난 2015년 1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하면서부터다. 이 법령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에 속한 모든 음식점과 카페 등은 금연 시설로 등록돼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

필자가 자주 찾는 카페에는 흡연자들을 찾아볼 수 없다.
필자가 자주 찾는 카페에는 흡연자들을 찾아볼 수 없다.
 

법령이 정착되면서 오늘날 카페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흡연할 경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필자가 자주 찾는 카페는 쾌적한 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흡연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고, 카페는 누구나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공간이 됐다.  

물론 처음에는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커피와 담배는 대표적인 국민 기호상품이었기에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 중에는 재떨이를 찾는 일이 잦았다. 다방에서 커피와 함께한 담배 한 모금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였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카페 주인은 금연 정책을 일일이 설명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시대는 변했고, 정책도 달라졌으니 사람이 이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작은 혼란기를 거치면서 어느덧 주변의 문화공간은 대부분 금연구역이 됐다. 이용자들은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고, 흡연문화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물론 흡연 그 자체를 불온한 행동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합법적인 절차로 담배를 구입하고, 규정된 장소에서 하는 흡연은 누구나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금연구역을 차츰 늘리되 흡연자들을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현주 ad_mv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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