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의 4살 무렵 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유치원이면 다 같은 한 종류인 줄 알았다. 아니란다. 종류가 있단다. 유치원도 국공립과 사립으로 나뉘었다. 사립도 교육중점 분야별로 다양했다. 평생 짐으로 따라다니는 영어에 대한 한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고가의 영어유치원으로 보내라고도 했다. 직장맘으로서 사교육시장에 문외한이었던 터라 동네 엄마들의 고급 정보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동네유치원을 기웃거리던 중 우수한 보육환경에 월 보육료가 사립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는 국공립유치원에 마음이 끌렸다. 그러나 아이를 보내진 못했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 사실, 거리도 문제였지만 입학원서를 낼 수조차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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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보육환경과 사립 대비 저렴한 보육료로 높은 입학경쟁률이 있는 국공립유치원.(출처=pixabay) |
입학경쟁률이 상상초월이었다. 그곳에 아이를 보내려면 아이가 뱃속에 들어서자마자 줄을 서야했다는 사실에 땅을 치며 후회했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미리 치렀어야 할 경쟁에서 도태된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부모가 발 빠른 정보 수집과 민첩한 실행력으로 입학원서를 낸다하더라도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렵다는 국공립유치원.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은 많으나 그 수요를 따라가고 있지 못했던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국공립유치원 학급을 매년 500개 가량 늘리기로 했다. 2022년부터 유치원생 10명 중 4명 이상은 국공립유치원에 다닐 수 있도록 유아교육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소식이다. 입학을 원하면 원서를 내봄직한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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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달 12일 대전 산내유치원에서 ‘국공립유치원 비율 40% 확대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출처=KTV) |
교육부는 지난달 12일 ‘국공립유치원 비율 40% 확대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지난해 4월 기준 24.8%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를 2022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주요골자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유아교육 국가책임 확대를 위한 방안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단설유치원 31곳과 병설 유치원 55곳을 신설하는 등, 새 학급 497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국공립유치원 학급 신설을 살펴보면, 신규 택지개발지역이 많은 경기(162개)가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서울(65개), 세종(53개), 대구(33개), 충남(32개), 경북(31개)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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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국공립유치원 신증설 계획.(출처=교육부) |
이어 해마다 최대 543개까지 학급을 늘릴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국공립유치원 학급은 1만3,084곳으로 늘어난다. 5년 동안 최소 2,600개 학급이 신·증설되는 셈이다.
따라서 지난해 4월 기준 약 17만2,000명이었던 국공립유치원 취학 아동 수는 2022년 약 22만4,000명으로 5만2,000명 가량 늘어나게 된다. 참고로, 정부는 2022년 만 3∼5세 아동을 112만 명으로 추산하고, 아동의 50%정도인 56만 명이 유치원에 다닌다고 가정했다. 이때 22만4,000명이 국공립유치원에 다닐 수 있으면 ‘취원율 40%’를 달성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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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유치원 취원율.(출처=KTV) |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국공립유치원 학급 확대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택지개발지구 등의 국공립 유치원 의무설립지역 관리강화, 취약지역에 대한 특별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우선, 신도시를 중심으로 국공립유치원 신설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택지개발지구, 공공주택지구 등 주택공급이 예정된 지역에 국공립유치원을 초등학교 정원의 25%만큼 만들어야 한다.
현재 2022년까지 전국 130개 개발지구, 127만 가구의 주택 공급이 예정돼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5만∼6만 명 규모의 국공립유치원 정원 확대 여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규모 인구유입에 대비해, 미리 유아교육 인프라가 완비된다면 거주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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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국공립 취원율 취약지역부터 우선 지원한다.(출처=KTV) |
다만 교육부는 “그동안 국공립유치원 의무설립에 대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관심도가 낮았다.”며 앞으로는 “초등학교 신설 계획단계에서부터 유아 배치계획을 분석하여, 초등학교와 함께 국공립유치원이 신설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공립 유치원 설립을 위한 부지 매입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해 공립 유치원도 학교용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국공립 취원율이 20% 미만인 지역에 대해서는 병설유치원 신·증설 비용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지역 내 부지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초등학교 빈 교실이나 공간이 남는 중·고교 시설 등을 활용해 국공립유치원을 신설키로 했다. 공간 활용 유연성이 확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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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유치원의 학급당 배치기준도 어린이집 수준으로 낮춰 나갈 계획이다.(출처=pixabay) |
쾌적한 유아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과밀학급으로 운영 중인 국공립유치원에 대해서는 학급증설을 적극 추진한다. 학급당 배치기준도 어린이집 수준(만3세 15명, 만4·5세 20명)으로 낮춰 나갈 계획으로 교육환경 개선을 도모한다.
인구의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 저출산 현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보육이 꼽힌다. 그동안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보육환경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보육문제가 정부의 유아교육 공공성 확대로 해소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