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일. 50년 만입니다. 끊임없이 논의됐던 ‘선택진료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환자들은 이제 ‘선택진료비’를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도 폐지에 이어 진료비 영수증에도 관련 항목이 삭제됐습니다.
2018년 2월 8일 필자는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을 한 후 약 처방전을 받았습니다. 이날 결제한 진료비는 단돈 1천 원입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으면서 입꼬리는 귀에 걸렸습니다. 살펴보니 선택진료비가 0원이었습니다.
필자처럼 병원을 자주 가는 경우 ‘선택진료비 폐지’로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을 잘 다니지 않는 분들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선택진료비 폐지’에 대해 알기 쉽게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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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8일 진료비 납부액 1천 원. |
의료비 핵폭탄 - 선택진료비가 사람 잡네
‘선택진료비’는 의료기관이 지정한 선택진료 의사한테 진료 시, 약 15~50%의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했던 비급여 항목입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대학병원 등을 이용할 경우 ‘선택진료 동의서’`에 서명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 의사 중 1/3을 차지하는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선택진료비로 약 1조 6천억 원(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2013년 기준)을 부담했습니다. 기본진료비와 검사비 등 모든 의료서비스에 특진비가 적용되어서 이용자의 부담이 너무 컸습니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2013년부터 점점 줄이기 시작했고 2018년 1월 1일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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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항목이었던 선택진료비.(출처=국민건강보험) |
선택진료비 시행부터 폐지까지
1967년 국립의료원(현 국립중앙의료원)은 별도 규정을 제정해 ‘선택진료(특진제도)’를 시행했습니다. 24년이 지난 1991년 진료비 편법 및 과다부과, 지정진료 강요 등으로 논쟁이 촉발됐습니다. 1999년 11월 ‘지정진료제도’를 폐지하고, ‘선택진료제도’를 도입해 2000년 9월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2013년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인 선택진료제 운용 병원들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선택진료비는 약 1조1,500억 원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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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내원한 환자들. |
선택진료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에 따라 2014년 8월부터 15~50%만 가산하도록 하향 조정됐습니다. 2017년에는 선택진료비의 50%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였습니다. 드디어 2018년 1월 1일 선택진료비가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연간 선택진료비 총액과 폐지 전/후 부담액 사례
2013년 기준 연간 선택진료비 총액은 총 1조3,170억 원이었습니다. 종합병원에서 간절제술을 받을 경우를 통해 선택진료비 폐지 전/후 총 본인부담금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선택진료비 폐지 전 약 171만 원이었던 본인분담금이 폐지 후에 31만 원으로 약 81%가 감소됐습니다. 몇백만 원의 병원비를 예상했던 환자 처지에서 선택진료비 폐지 전/후 부담액은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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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부담액 이만큼 줄어들어요.(출처=국민건강보험) |
선택진료비 전면 폐지! 정확하게 알아보자
Q. 선택진료비가 없어지면 선택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나요?
A. 아닙니다. 선택진료비가 폐지된 후에도 의사 선택에 따른 추가 비용 없이 선택진료가 가능합니다.
Q. 부담이 덜 되는 것은 긍정적인데, 환자가 몰려 전처럼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까 봐 심리적으로 걱정됩니다.
A. 폐지 이전에도 유명한 의사는 보통 3개월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폐지 이후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순으로 본인 부담률이 달라집니다. 병의 경중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각각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개편할 예정입니다.
Q. 병원 수익이 떨어지는 만큼 의료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요?
A. 감염 등 환자의 안전을 위한 필수 부분의 수가는 인상할 계획입니다.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해 보상하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필수적 의료 부분의 수가를 우선 개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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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비 폐지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보전 방안.(출처=국민건강보험) |
특진비가 없어진다니 희소식입니다
“아버님이 폐암으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병원비가 몇백만 원은 나올 줄 알았죠. 그런데 30만 원 좀 넘는 병원비에 깜짝 놀랐습니다. 잘못된 거 아닌가 싶어서 원무과에 가서 확인했더니 선택진료비가 폐지되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진짜 선택진료비가 0원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앞으로도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데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당뇨 합병증으로 석 달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검사를 받았는데 병원비가 많이 줄었어요. 오늘도 늘 진료받는 선생님께 진료받았어요. 제도가 폐지되고 환자들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병원 올 때마다 자식들이 병원비 많이 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선택진료비가 없어져서 좋아요. 공돈이 생긴 것 같고 부자가 된 것 같아요. 선택진료비 폐지 좋아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입니다. 환자분들이 선택진료비가 폐지돼서 병원 운영이 어렵지 않으냐고 묻습니다. 환자에게 직접 받는 본인부담금은 일부 줄었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금액은 조금 늘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를 받았던 의료 수가가 인상됐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5~30% 인상됐고, 의료질평가지원금 규모도 7,000억 원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입원료도 종별로 저평가된 370여 개 항목의 수가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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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진비가 없어진다니 희소식입니다. |
선택진료비 폐지에 대해 환자와 병원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건강을 위해 큰 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은 줄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기로 상급병원(대학병원)을 찾으면 ‘진료수가’가 인상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진료를 받기 위해 예약하고, 검사를 받은 후에 진찰을 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가벼운 질병은 가까운 의원과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동안 선택진료비로 큰 혜택을 본 대학병원 등의 측면에서 보면 선택진료비의 폐지는 다소 불만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진료비 폐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국민을 위한 정책입니다.
의료서비스 질은 높아지고 비용부담은 낮아진 의료서비스 선진국으로 가는 선택진료비 폐지를 대한민국 국민은 열렬히 환영합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서경 amaw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