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스포츠가 아니라 문화’ 라고도 한다. 이번 평창문화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힘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였다. 매일 도심을 축제의 거리로 만들었던 크고 작은 공연들은 시민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본다.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스마일로 안내하던 자원 봉사자들의 열정이 모여서 성공문화올림픽이 되었다.
올림픽 기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16개국 202명이 강릉 홈스테이에 참여했다고 한다. 9일부터 시작되는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에도 홈스테이는 계속될 것이다. 가장 가까이서 또 다른 올림픽 풍경을 느꼈을 강릉의 홈스테이 참여 89개 가정 중 한 가정을 방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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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때 묵었던 홍콩 게스트 칭얀이 주고간 선물로 주방을 장식한 홈스테이 가정. |
방문한 가정은 두 자녀를 둔 강릉시 송정동의 홍정현, 이나라 씨 부부의 집이었다. 이 가정은 올림픽 기간 동안 두 팀의 외국인 손님을 맞았다.
처음 4박5일(2월 10일~14일)간 맞은 데이브, 브렌다 부부는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대표 선수로 소치동계올림픽때도 맹활약을 펼쳐 이름을 떨친 브라이언 제너(Brianne Jenner) 선수의 부모였다.
처음에는 방 1칸을 홈스테이로 제공하겠다고 강릉시청에 신청을 했다. 그러던 중 강릉시청으로부터 부부 중 한 사람이 코를 심하게 골아 방을 따로 써야하는 신청자가 있는데 배정을 못 받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부랴부랴 방 1칸을 더 청소해서 투숙객을 받았는데, 캐나다 유명 하키선수의 부모라 횡재한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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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선수 미팅장소에서 홈스테이 게스트 데이브, 브렌다 부부와 딸인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제너(가운데) 선수와의 기념사진.(이하 사진 제공=홈스테이 가정) |
덕분에 부부는 올림픽 기간동안 데이브, 브렌다 부부와 함께 캐나다 팀을 응원하며 제대로 올림픽을 즐겼으며, 유명 선수의 부모이면서도 겸손하고 검소한 태도에 젊은 사람으로서 많이 본받게 됐다고 전했다.
홈스테이 가정은 하루 중 조식을 제공해야 했는데, 서로 음식문화가 다르다 보니 제일 걱정이 됐다. 기본적으로 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시에서 홈스테이 신청가정을 대상으로 홈스테이 조식 만들기 조리교육에 참여한 게 큰 힘이 되었다. 교육을 통해 외국인 식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더불어 간단한 조식 만들기, 간단한 디저트 만들기, 한식의 세계화 등 다양한 실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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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음식 불고기와 삼겹살로 만든 저녁 식사에 데이브, 브렌다 부부를 초대했다. 상추, 깻잎, 쌈무에 쌈을 싸먹는 것이 맛있고, 쌈장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
부부가 머무는 동안 강릉의 특산 음식인 초당두부도 새벽에 가서 사와 대접했다. 한식에 맛을 들인 부부는 이후 한식 조식을 더 주문했다. 그래서 저녁 식사에도 초대해 삼겹살 파티를 열었으며, 부부로부터 답례로 아이스하키 입장권도 받았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함께 강릉 안목커피거리도 둘러보고, 경기가 늦게 끝날 때는 경기장까지 가서 픽업해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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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 홈스테이 가정에서 태권도 2품 유단자 아들의 태권도 품새를 보여주자 캐나다 게스트 부부는 서프라이즈를 연발하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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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 손님들과 주변 관광지도 둘러 보았다. |
두 번째로 홍콩에서 온 칭얀 양이 2월 15일~18일까지 묵었다. 처음 이 가정을 방문했을 때 현관문에 붙여진 신년맞이 붉은 중국풍 장식품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칭얀 양이 선물한 것이었다. 칭얀 양은 강릉시청으로부터 배정을 받고 난 뒤부터 카톡으로 서로 대화를 나눈 까닭에 막상 만나고보니 낯설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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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온 두번째 손님 칭얀(주황색 상의)과의 식사. |
칭얀은 HOT 팬클럽 회원으로 17일 무한도전 본방을 사수해야 된다며, 올림픽 경기관람도 접어 한류의 위세를 실감한 경우다. 칭얀이 머무는 동안에는 우리의 고유명절인 설날이 끼어 있어서 칭얀을 부모님 댁에 초대해, 세배도 같이하며 우리의 풍습을 함께 즐겼다.
칭얀은 아이들을 위해 세뱃돈도 준비했단다. 칭얀과는 양양 하조대에도 같이 가고 명주예술마당에서 하는, 강릉특선음식 만들기 쿠킹클래스에서 크림감자 옹심이도 같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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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게스트 칭얀이 가족을 위해 준비한 선물. |
부부는 두 팀과 헤어지는 날에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왠지 모를 공허감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나라 씨는 외국인 홈스테이를 맞이하는 가정이 주의해야 할 팁도 알려줬다.
1. 거실불은 항상 켜둔다. (잘 때)
2. 냉장고 한 칸은 비워둔다. (게스트용)
3. 청소는 물어보고 한다.
4. 서양권은 식사시간이 길다. 약 한 시간. 티(or 커피)를 항상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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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순두부를 재료로 아침을 차렸다. 칭얀은 묵는 동안 안주인 이나라 씨를 대장금으로 불렀다. |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나라 씨의 부모님도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때 강릉 아들바위에서 외국관광객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집안이었다. 이번 홈스테이를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서 부부에게 소감을 물어 보았다.
“이번 홈스테이를 통해 올림픽도 즐기고 민간외교를 한다는 자세로 성심성의껏 준비했어요. 가족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홈스테이를 하는 외국인들은 우리의 문화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고 싶어서 찾아온 사람들이겠죠. 자신들이 살고 있는 그대로 우리의 문화를 보여주면 되겠습니다. 꾸밀 필요는 없겠지만 지저분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깨끗하게는 해야겠죠.” 라며 소감을 밝혔다.
홍정현, 이나라 씨 부부는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 있어 번역앱을 다운받아 활용하는 등 별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혹시 또 이런 기회가 오면 좀더 완벽한 홈스테이를 제공하기 위해 영어회화 수강도 이참에 등록했단다.
홈스테이 가정을 통해 또 다른 평창동계올림픽 풍경과 성공 문화올림픽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