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조 원. 그 규모가 상상도 안 될 만큼 큰 금액이 바로 2018년 대한민국의 한 해 예산이다. 그렇다면 내가 낸 세금으로 이뤄진 이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 것이고 어떻게 책정된 것일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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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올해 우리나라의 예산은 약 429조 원이다.(사진=기획재정부) |
그렇지만 그동안에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다음년도 예산안을 국회가 의결하는 동안 국민들이 예산과정에 참여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다른 사람들과 종종 얘기 하다보면 “내 피같은 세금”이라는 한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만큼 400조가 넘는 예산이 어디에 쓰이고 낭비없이 잘 편성된걸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걱정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국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국민이 예산사업의 제안, 심사,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예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이다.
국민참여예산제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느낌이 난다면 바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실시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운영에 대해 제안하고 심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국가사무에 대한 사업제안 등은 할 수 없어 그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 국가의 예산도 함께 건의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한 것이 국민참여예산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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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http://www.mybudget.go.kr)에서 국민들이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투표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제안은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바로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http://www.mybudget.go.kr)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행정학을 전공하는 필자에게도 예산 사업을 구상하고 소요 예산을 예측하는 등의 사업을 제안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만큼 국민들이 곧바로 예산 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에는 국민들이 예산 사업에 대한 제안을 이해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예산 교육 자료도 함께 탑재되어 있다. 교육 자료에는 예산이란 무엇인지, 중앙과 지방정부의 재정, 예산이 편성되는 과정 등을 배울 수 있어서 400조가 넘는 우리나라 예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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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예산학교’ 교육자료. |
필자가 해당 교육자료를 들어본 결과 대학교 전공 수업을 통해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들을 약 40분만에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만을 제공하면서 예산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사업을 제안한다면 보다 국민이 원하는 사업, 꼭 필요한 사업 등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삶 속에서 바뀌는 변화를 더 잘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 제안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먼저, 총 사업비 500억 원 미만 사업을 대상으로 제안해야 한다. 환경이나 복지사업의 경우도 5년간 재정지출이 500억 원 미만이 되는 사업으로 제안해야 한다. 왜냐하면 총 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고 국고 지원이 300억 이상인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둘째, 사업 제안은 그 범위가 전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특정 시설물 유지 보수 및 생활 편의시설 확충 등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된 사업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심의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활용해서 제안할 수 있다.
셋째, 사업 제안은 사업의 핵심을 알 수 있도록 작성하고 해당 사업이 필요한 이유와 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기대효과, 사업 예산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특히, 사업 예산을 작성함에 있어서 단순히 ‘많으면 좋은 거지. 많이 신청하자.’ 라는 생각보다는 적정한 예산을 예측해서 기입하는 것이 예산의 낭비도 막을 수 있고 이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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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제안 전에 ‘예산 사업 정보 제공’ 검색을 통해 제안하고자 하는 사업의 존재 유무를 확인해볼 수 있다. |
이와 더불어 필자는 국민들이 예산 사업을 제안함에 있어 제안하고자 하는 사업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업일 수도 있기 때문에 사업 제안 전에 ‘예산 사업 정보 제공’ 부분을 활용해서 핵심 키워드 검색을 통해 사업 존재 유무를 확인한 후 예산 사업을 제안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예산 사업 정보 제공’을 통해 현재 정부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들의 사업제안은 벌써 40여건을 넘길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과 내 손으로 예산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세먼지, 스몸비족 방지(스마트폰+좀비의 합성어)부터 재해대응 자판기, 문화예술사 지원, 고서 번역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 제안이 올라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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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건 이상의 국민 제안이 올라와 있는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 필요한 사업을 국민들이 직접 제안할 수 있어 국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
제안들을 살펴보니, 해당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기도 하고 시범도입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파일(PPT파일)을 첨부해 해당 제안 사업의 필요성과 현재 문제점, 예산 산출 근거 등을 정리해서 사업을 제안하는 등 사업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제안된 사업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으로 확정되는 것일까? 먼저 3월부터 두 달간 국민들의 사업 제안을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받고 해당 사업들의 적격성을 심사한다. 그 후 4월부터 두 달간 부처별로 해당 사업을 구체화시키고 발전시켜서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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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제안한 사업이 확정이 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 후 정책이 되어 국민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 |
이후 6월부터 두 달간 국민이 참여하는 ‘예산국민참여단’을 발족하고 국민참여단을 통해 사업을 압축한다. 또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에서 사업의 우선순위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여 8월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국민이 제안한 사업을 반영하게 된다.
이렇게 정부 예산안에 국민 제안 사업 예산이 반영되면 9월부터 12월까지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와 의결을 거치게된다. 국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되면 국민이 제안한 사업이 하나의 정책이 되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만드는 정부 사업이 모든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고 혜택을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흥미롭고 설레지 않는가? 이제 내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고 사업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내 삶에 꼭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채택된 사업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업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