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사진첩에서 부모님의 혼례식 사진을 뒤적거려 봅니다. 상기된 얼굴색을 알아볼 수 없는 흑백사진이지만 신부인 어머니의 빰에 피어나는 분홍빛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흑백사진 속 전통혼례의 모습은 1960년대, 70년대 흔한 결혼식 풍경이었다고 하던데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우리 전통혼례의 모습이 봄 결혼시즌이 되니 더욱 궁금하기만 합니다. 지방이나 시골에서 있지는 않을까 찾아보았더니, 바로 코 앞, 서울 중심에서 치러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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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한옥마을. |
바로, 아름다운 한옥에서 진행되는 남산골 한옥마을의 전통혼례입니다. 일생 가장 중요하고 경사스러운 혼례일, 기쁨과 축복을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한옥마을에서의 결혼식. 또한, 그 의미를 더하는 것이 신부와 신랑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작은 결혼식 장소로 손색이 없음이었습니다.
예식의 분주함과 번거로움, 무엇보다 비용의 문제에서 벗어나 예식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준비하여 치르는 작은 결혼식. 이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 남산골 한옥마을 전통혼례였습니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추억으로 남을 이런 결혼식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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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전통혼례로 이끌어 주는 남산골 한옥마을. |
남산골 한옥마을은 매주 목요일 전통혼례 정기설명회를 통해 전통혼례에 관심있는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에게 공간을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목요일 방문이 어려운 예비부부들은 별도로 일정을 예약한 후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전통혼례의 모습을 벚꽃 만발한 4월의 첫 토요일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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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한옥마을 민씨가옥에서 열리는 전통혼례식. |
가까운 분들을 정성스럽게 모시고 전통혼례라는 의미있는 결혼을 준비하는 오늘, 이곳은 고운 청홍색으로 단장이 한창입니다. 인륜지대사이자 소중한 ‘혼례’가 치뤄질 마당에서 신랑은 하객들을 맞기에 분주했습니다.
그 분주함 속에서 대례상이라고 하는 혼례상을 먼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혼례상 위에는 청색, 홍색 양초를 꽂은 촛대 한 쌍, 소나무 가지와 대나무 가지를 꽂은 꽃병 두 개가 놓여져 있네요.
청색은 신부 쪽, 홍색은 신랑 쪽을 뜻하며 소나무와 대나무는 송죽과 같은 굳은 절개를 지킨다는 의미입니다. 밤과 대추는 장수와 다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반드시 혼례상에 올린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콩과 팥, 술병 등을 올리기도 하고 지방의 특산물이나 계절과일을 놓기도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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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식 대례상의 모습. |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시나요. 이런 격식에 맞춰 치러지는 혼례는 집례(사회자)의 해설로 어렵지 않게 식을 이해할 수 있답니다.
신랑이 신부 측에게 일편단심인 기러기를 드리는 의식인 전안례를 시작으로, 신랑 신부가 손을 씻고 맞절을 하는 교배례, 이어지는 천지신명께 신랑 신부가 맹세하는 서천지례, 홍실청실을 가져와 배우자에게 서로 훌륭한 남편과 아내가 되어 일생고락을 함께할 것을 서약하는 서배우례, 신랑 신부의 술잔을 나누어 마시며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근배례 등의 순서로 혼례가 진행됐습니다.
이날, 봄을 시샘하는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불었지만, 전통가옥의 앞마당에서 치러지는 혼례는 작은 결혼식을 무색하게 할 만큼 많은 축하객들로 붐볐습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정말 많은 축하를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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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움과 축하가 이어지는 한마당. |
예물과 예단보다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소중히 준비하고, 신랑 신부가 함께 준비해 나가는 작은 결혼식. 작은 결혼식과 남산골 전통혼례는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정보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작은결혼식센터 http://www.smallwedding.or.kr
남산골 한옥마을 https://www.hanokmaeul.or.kr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전은미 vicpi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