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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만남에 평화의 훈풍 불까?

2040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 털어놓는 북미정상회담 기대감

2018.06.11 정책기자 박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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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한민족 간 역사적 비극은 시작됐고, 1953년부터 반세기가 넘게 휴전이란 이름으로 남북이 서로 대치 중에 있습니다. 겉으로는 평화로웠던 한반도에 늘 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당장에라도 전쟁이 발발할 것처럼 서로 으르렁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오늘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도 느낄 수 없던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밝힌 ‘베를린 평화구상’의 실현이며 더 나아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커다란 발자국입니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싱가포르 F1(포뮬러원) 경기장에서 취재진들에게 양국 정상의 사진이 담긴 부채와 수첩이 제공되고 있다.(출처=뉴스1)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싱가포르 F1(포뮬러원) 경기장에서 취재진들에게 양국 정상의 사진이 담긴 부채와 수첩이 제공되고 있다.(출처=뉴스1)


개최와 불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북미정상회담이 드디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금 이 시각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고, 이를 보고 있는 우리 국민은 더욱 설렙니다. 

그간의 남북관계, 그리고 곧 발표될 북미정상회담 결과.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기자들이 모여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납북된 흑백 사진 속의 할아버지를 그리며 (박솔이 기자의 이야기)

저는 할아버지가 납북됐다고 들었습니다. 1949년생인 아버지가 두 살 됐을 때 그런 일이 생긴 건데요. 그래서 제 아버지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그러더군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라고 추측만 한다고요. 저희 남매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우리 아버지. 아버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태어날 때부터 할아버지가 안 계셨기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모릅니다. 납북되었다는 이야기만 들었던 거죠. 이제는 아버지보다, 그리고 저보다도 훨씬 젊어 보이는 청년 시절 할아버지의 흑백 사진만 보고 어떤 분이셨을지 추측만 할 따름입니다.

확실한 건 우리 할아버지는 죄를 짓지 않았고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고 계셨다는 겁니다. 다만 할아버지는 당시 남측 이념을 가지고 있었던 국민당원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쟁이 났을 때,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북측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도망친 동료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매질을 당하던 할아버지의 피가 담장 밖으로까지 튀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그 때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세를 따져보아도 돌아가셨을 것이라 생각돼, 할아버지 고향인 경기도 포천, 할머니 묘소 옆에 함께 모시고 있습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4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이제 곧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아버지의 눈치를 살핍니다. 아버지는 예전에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일련의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흔적. 박솔이 기자의 아버지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하서 당신 아버지의 이름을 확인했다.
납북자 82,959명. 박솔이 기자의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유일한 흔적인 이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해 이름을 확인했다.

저는 아버지와 정치적인 이견 때문에 종종 대립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각과 저의 시각은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 부녀는 이 땅의 완전한 평화를 바랍니다.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하거나 어처구니없이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혈육이 정치적인 이유나 생각의 차이로 헤어지는 일은 더더군다나 없어야겠습니다. 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으로 모두가 염원하던 평화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하는 실향민 2세의 변 (조웅 기자의 이야기)

제 가족에게도 박솔이 기자와 비슷한 사연이 있습니다. 95년 작고하신 아버지는 사후 21년이 지나서야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셨습니다. 독립운동을 하신 조부와 증조부가 북한이 고향이라 사상을 의심받아서입니다. 물론 두 분은 독립운동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월남하신 아버지는 이름까지 개명해야 했습니다.  

저는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되짚어보고 실향민이 기대하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제 본적이 되는 고향은 원래는 남측에 있었어야 하나 휴전선으로 인해 북측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본의아니게 실향민 2세가 되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6월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북에 대한 유화정책으로 베를린 선언을 통해 교류를 제안했었습니다. 6.15 남북공동선언 후 이상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등 본격적인 평화무드가 조성됐습니다. 실향민들은 모두 환영하고, 이산가족 상봉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도 금강산 관광 등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은 2007년 10월 2일~4일이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도보로 휴전선을 넘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회담 후 평화통일을 위한 경제 등 다방면의 노력이 실행되었습니다. 10.4 남북정상선언문이 발표되기도 했죠. 

얼마 전 있었던 4월 27일의 3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5월 26일의 비공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전세계가 주목하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됐습니다. 

고령의 실향민들과 저와 같은 2, 3세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북한 방문을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남북 간 영구적인 평화교류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동안 체감한 한반도 정세를 볼 때 변화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미국 정상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서 결과가 뚜렷하리라 기대해봅니다.

휴전선으로 인해 고향을 잃게 된 실향민 2세. 조웅 기자.
휴전선으로 인해 고향을 잃게 된 실향민 2세. 조웅 기자.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바람은 이 땅의 평화입니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급변 모드입니다. 개인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하는 마음, 실향민이 아니라도 같은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통일, 이제부터 준비해 나가야죠 (임세훈 기자의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외교, 통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나라가 실제로 강한 나라가 되려면 외교를 잘해야 하고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20대가 되니 제 생각은 이상일 뿐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뭔가 통일을 위해 배우고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해서 여러 활동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통일을 함께 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인제부터 파주 임진각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DMZ 자전거 캠프에 참여했어요. DMZ를 따라 자전거를 달리니 ‘분단’이란 사실을 절실히 느껴져 안타까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군 입대 후에는 제가 상상했던 한반도의 미래와 상당한 거리가 생기게 되더군요. 군대를 다녀온 많은 형들이 통일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던 모습도 이해가 갔고요. 

하지만 전역 후에도 통일에 대한 꿈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통일리더캠프에 참여해,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친구들과 다양한 논제로 이야기를 했는데, 덕분에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통일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온 대학생 임세훈 기자.
통일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온 대학생 임세훈 기자.
 

이후에도 한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북한보건의료지원사업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평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고 현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20대는 남북관계에 있어 증오와 분노를 일으키는 경험들을 많이 접했었잖아요. 이런 와중에, 남북정상회담이 잘 이뤄지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니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이번 북미회담을 통해 남북을 둘러싼 국제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20대, 30대, 40대 대한민국 정책기자들의 소회를 들어보았습니다.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렇게 저마다의 특별한 사연이 있다니, 그만큼 남북관계는 우리 국민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쳐왔나 봅니다.

각자가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이번 회담에 바라는 공통점은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바로 평화입니다. 각국의 이해관계와 세계인의 이목 속에서 이번에 불고 있는 유례없는 봄바람이 남과 북이 함께 평화로 나갈 수 있는 훈풍이 되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솔이 project_p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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