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7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던 디트로이트는 매우 잘나가는 도시였습니다. 디트로이트의 1인당 GNP, GDP는 미국 도시 중 최상위권을 달렸고, 1인 1차의 마이카 시대를 열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중흥으로 미국 최고의 도시 뉴욕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경제를 책임졌던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내 값싸고 경쟁력 있는 수입차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디트로이트에 있던 포드와 GM의 생산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이후 실업자가 급등했고 지역 경제는 파탄났습니다.
군산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친구가 “요새 군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GM 군산공장이 6월 1일부터 폐쇄됐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군산 경제를 지탱했고, 이끌어왔던 GM 군산공장. 그 여파가 현재 군산 경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잘 나타났습니다. 후보자 모두 ‘군산의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무장했습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자들의 현수막을 봐도 ‘군산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지금 군산의 지역 경제는 불안합니다.
.JPG) |
장항선 군산역 플랫폼. |
일부 사람들은 이러다 군산이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게 될까 무섭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군산과 디트로이트는 다릅니다. 변변한 관광자원이 없던 디트로이트와 달리 군산은 대한민국 최고의 근대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장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중공업이 휘청거리면,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한 관광업, 서비스업을 육성하면 됩니다. GM 군산공장 폐쇄 이후 군산의 분위기, 그리고 관광도시로의 전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군산으로 떠났습니다.
군산의 근대를 한눈에, 군산근대역사지구
뜬다리 부두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대미술관, 구)군산세관, 군산근대건축관 등은 군산근대역사지구로 묶여 있어 편하게 관광이 가능합니다. 모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첫 번째로 찾는 곳인데요.
.JPG) |
뜬다리 부두. 일제강점기 일제가 군산항을 연결하는 목적으로 건설했습니다. |
뜬다리 부두는 부잔교라고도 불리며,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 특성상 부두를 건설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호남지방에서 수탈한 쌀을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보내야 하는데,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부두를 만들 수 없자, 다리를 건설해 부두를 연결시킨 셈이죠. 지금도 뜬다리 부두는 군산항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합니다.
뜬다리 부두에서 100m를 걸으면, 군산의 근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나옵니다. 2011년 개장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유산을 소유하고 있는데요. 공립박물관으로는 전국 5대 박물관 안에 들만큼 군산 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습니다.
.JPG)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전경. |
다음으로 구)군산세관으로 향했습니다. 군산세관은 1899년에 인천세관 관할로 설치됐으며 현재의 건물은 1908년에 건립됐습니다. 한국은행 본점과 같은 유럽양식으로 건설된 구)군산세관은 일제강점기 때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에서 쌀을 빼앗아가던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역사의 교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JPG) |
구)군산세관. 내부는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내부는 현재 관세청의 주요 업무 소개, 군산세관의 역사, 포토존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관세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약탐지견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커플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바빴는데요. 김민우 씨는 “종강 후 여자친구와 바로 내일로를 끊고 왔다.”며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근대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학생 커플 외에도 가족, 연인들이 구)군산세관 앞에서 추억을 간직했습니다.
.JPG) |
구)군산세관 내부. |
옛 추억을 파는 곳, 경암동 철길마을
군산근대역사지구에서 약 10분 정도 버스를 타면, 경암동 철길마을이 나옵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신문 용지를 운반하기 위해 군산역과 공장을 연결하는 2.5km의 철로를 놓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1970년대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마을이 형성되는데요.
.JPG) |
경암동 철길마을. |
경암동 철길마을에 놓여있는 선로를 통해 2008년 6월 30일까지 오전에 두 차례씩 화물열차가 마을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이 구간은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천천히 지나갔다고 하는데요. 요란한 경적과 함께 화물열차가 올 때면 사람들은 말린 건어물을 집어넣거나, 뛰놀던 애완동물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JPG) |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도 유명합니다. |
지금 경암동 철길마을은 옛 추억을 파는 곳으로 변신했습니다. 어렸을 적 자주 사먹었던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가게, 7080 향기가 물씬 나는 교복을 대여하고 있었습니다.
또 한 쪽에서는 달고나를 모양에 맞게 자르고 있었고, 쫀드기를 사서 구워먹었는데요. 저도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나 라면땅을 사먹었습니다.
.JPG) |
추억에 잠기는 식품들. |
2030세대들에게는 호기심을, 4050세대들에게는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경암동 철길마을. 과거엔 흔히 보이던 철길이, 현재는 군산 관광의 핵심지역으로 변했습니다.
근대 느낌 물씬,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초원사진관
철길마을에서 옛 향수에 젖었다면, 다시 근대로의 여행을 떠날 차례입니다. 일제가 본격적으로 호남지역에서 수탈을 시작했던 1920년대에 조성된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히로쓰가 소유했다고 전해져 히로쓰 가옥이라고도 불립니다. 전형적인 일본식 목조 주택임을 확 느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저는 초원사진관을 찾았습니다. 겉보기에는 시골의 어느 사진관이나 다를 바 없지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꼭 들렀다 간다는 곳. 현재 초원사진관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사진과 물품들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JPG) |
초원사진관. 한석규와 심은하가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
곧 있으면 여름휴가 시즌입니다.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차고 넘치는 군산. ‘근대 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종욱 cjw01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