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제천화재참사는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당시 불법주차 차량 다수가 화재진압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진입로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은 소방굴절차는 건물로 접근하기 위해 500m를 우회해야 했고, 불법주차 차량을 옮기느라 시간이 더 지체됐다.
화재 시 5분 이내 초기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며, 응급환자에게는 4~6분이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화재 발생 시 5분이 경과하면 화재 확산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구조대원의 옥내 진입이 곤란해진다.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는 4~6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손상이 시작된다. 그래서 소방차 길 터주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매월 19일은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의 날이다. 소방청과 각 지역 소방서들은 소방차 길 터주기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원소방서를 찾아 수원소방서 북부현장대응단 정하국 대응전략팀장, 방호구조팀 김민진 소방사에게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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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9일은 소방차 길 터주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의 날이다. 각 지역 소방서들은 시민들에게 소방차 길 터주기에 동참하길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수원소방서) |
수원소방서는 관내에서 경찰서, 구·시청, 도시공사까지 유관기관까지 합동하여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각 센터에서는 실정에 맞게 불시로 소방통로 훈련을 하고 있다.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화재진압의 어려움 커
정하국 대응전략팀장은 “불법주정차 차량이 정말 많다. 화재 발생 시 이동요청을 하고 있으나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15m 소방호스를 최대 100m까지 연결해 화재진압을 한 경우도 있다. 호스를 연결하는 문제 뿐 아니라 소방호스의 무게도 훨씬 무거워져 화재현장에 진입하는데 2~3배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특히 구시가지와 주택밀집지역은 도로도 좁고 불법주정차 차량이 많아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최소한 좌우 폭이 3.3m는 되어야 소방차가 겨우 지나가는 정도가 될 수 있는데 이면도로의 경우 차량이 양쪽으로 주차되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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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소방서 북부현장대응단 정하국 대응전략팀장(오른쪽)과 김민진 소방사(왼쪽). |
수원소방서는 제천화재참사 이후 소방차 길 터주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캠페인의 주요 대상지는 상습불법주정차지역과 진입곤란지역, 재래시장 등지이다. 시민들이 많이 왕래하는 도심에서의 홍보활동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달부터 소방차 진입 막는 불법주정차 차량 강제 조치
정 팀장은 “예전하고는 시민의식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 도로에서 소방차를 피해주는 ‘모세의 기적’도 많이 일어난다. 소방차에게 길을 터주려는 움직임이 확연히 보인다. 내용을 몰라서 실천하지 못했던 시민들도 캠페인을 통해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민진 소방사도 “대형 화재사건 이후 시민들 스스로 불법주정차 차량을 단속해달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시민들이 직접 찍어 사진을 보내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달라진 시민들의 반응에 대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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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출동여건이 악화되면 초기대응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5분의 골든타임도 놓치게 된다. 지동시장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캠페인 중인 수원소방서.(사진=수원소방서) |
이번 달 27일부터 소방차의 긴급출동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은 이동되는 과정에서 훼손돼도 보상받지 못한다.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한 과태료도 올라 최고 2백만 원이 부과된다. 또 8월 10일부터는 소화전과 아파트, 다중밀집시설 주변이나 소방차전용주차구역에 불법주정차 해 소방차 진입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도 최고 백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골든타임 지키는 데 성숙한 시민의식이 가장 필요
법령 개정이 반가운 것도 사실이나 원활한 소방차 길 터주기를 위해선 시민의식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민진 소방사는 “화재 신고자가 손짓으로 화재 위치를 알리고 있는 화재현장을 눈앞에 두고도 불법주정차 차량 때문에 진입이 늦어질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좁은 도로나 부족한 주차장 문제 등 인프라의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불법주정차로 인한 소방차 진입 방해 문제를 온전하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시민의식, 법령개정 등 여러 면에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많이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픈 이야기를 물었다. 이들은 “지정된 주차구역에만 꼭 주차해 주길 당부한다.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화재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화재는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이를 준수해줬으면 한다.”고 당부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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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정차가 소방차 출동을 어렵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으로 조사됐다. 원활한 소방차 길 터주기를 위해선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사진=수원소방서) |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차 출동에 가장 큰 장애요소는 차량정체(48.7%)이며, 불법주정차(28.1%)가 골든타임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두 번째 요인이라고 한다.
소방사들에게 들어본 화재현장의 이야기는 뉴스로 접할 때보다 훨씬 무거웠으며, 소방차 길 터주기는 시민들에게 요청되는 더 없이 중요한 준수사항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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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길 터주기 요령. |
화재는 언제든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이다. 지금 불법주정차를 하면 잠시의 편리함은 누릴 수 있겠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일이다. 나아가 언젠가 우리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