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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도가 바라본 생활 속 공공언어

국어가 어려울 땐 ‘국어문화학교’에 가자

2018.07.04 정책기자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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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으레 듣는 말이 있습니다. “네 앞에서 맞춤법 틀리면 안 되겠다.” 그리고 앞으로 문자를 주고받거나 말을 할 때 신경을 써야겠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 말을 4년 동안 듣다보니, 저도 모르게 모든 맞춤법에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동기들끼리도 어떤 글을 보든 맞춤법과 어문규정을 확인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맞춤법 이야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주변 사람들이 틀린 맞춤법을 사용할 때입니다. 너무 명백하게 틀린 맞춤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때 말하곤 하는데, 반응이 언제나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면 속상해지곤 합니다.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알려주려고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건 다르기에 이해는 합니다.

저 말고도 국문과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은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곤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맞춤법에 대해 말하면 역시 국문과’, ‘지적하지 마등의 말들을 종종 듣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틀린 맞춤법을 봐도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을 우리가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누가 하나요. 모두가 우리말을 좀 더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가 본 생활 속 국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표지판 속 글 더 쉬워졌으면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시한 청와대 경내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너무 어렵다고 문제점으로 지적한 청와대 경내 ‘침류각’ 안내판.(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공공언어 개선 추진방안을 보고 받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공공언어를 우리말 등 쉬운 언어로 순화하고, 표지판과 안내판 등에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청와대 경내에 있는 침류각 안내판을 제시하면서 오량가구, 불발기등의 전문적이고 생소한 단어가 아닌 쉬운 용어로 표현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경내 뿐만 아니라 동네 곳곳에서 안내판을 보곤 합니다. 안내판이기 때문에 비문이나 맞춤법 오류가 있는 경우는 적지만, 오래된 표지판의 경우 국한문 혼용체이거나 과도하게 한자어를 남용한 안내판도 있습니다. 

외국어나 외래어는 우리나라 말과 눈에 띄게 달라 공공언어에 잘 쓰이지 않지만, 한자어는 국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자주 쓰이곤 합니다. 그러나 한자어 중에는 일상어와 멀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많아 이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앞으로 공공언어 개선 추진방안에 따라 일상어와 먼 한자어들이 듣기 좋고 이해하기 쉬운 우리 말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더 많이 띄어야 하는 띄어쓰기          

▲서울교통공사의
서울교통공사의 ‘해피박스’ 안내문.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원칙은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지만 예외가 많습니다. 전체가 한 단어로 굳어진 낱말은 붙여 써야 하고, 조사를 붙여 써야 하는 등. 오죽하면 전 국립국어원장도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띄어쓰기 오류는 표지판, 포스터, 게시글을 불문하고 가장 자주 보이는 어문규정 오류 중 하나입니다. 제가 지나가다 만난 서울교통공사의 해피박스 안내문도 그랬습니다.

보관할 물건넣고 잠김 확인하기’, ‘입력하신 휴대폰으로 보관정보와 비밀번호 전송확인의 경우 띄어야 할 곳에서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띄어쓰기의 기본 규정은 각 단어를 띄어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띄어 써야 합니다. 따라서 ‘보관할 물건 넣고 잠김 확인하기’, ‘입력하신 휴대폰으로 보관 정보와 비밀번호 전송 확인’이 맞는 띄어쓰기입니다.

띄어쓰기는 어렵지만 뜻을 구분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띄어쓰기 학습의 고전격 문장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등의 예문을 보면 띄어쓰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려운 띄어쓰기지만, 공공언어에서 만이라도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하철 역 로마자표기, 잘못된 걸까?

▲왕십리는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왕심니]이기 때문에 로마자로
왕십리는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왕심니’이기 때문에 로마자로 ‘Wangsimni’로 표기된다.

지하철을 타면 여러 언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역마다 국어와 영어로 안내를 하고, 어떤 역에서는 일본어와 중국어로도 안내 방송을 합니다. 또 지하철 노선도에는 역명이 우리말과 로마자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글 표기와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역인 왕십리역은 영어 표기가 ‘Wangsimni’입니다. 지하철역의 표기가 잘못된 것일까요?

이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로마자 표기법은 한글 표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발음을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왕십리역‘Wangsipri’가 아닌 소리 나는 대로인 ‘왕심니를 따라 ‘Wangsimni’로 적습니다. 이는 지하철역과 지역 표지판 모두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2호선에서도 문래’, ‘선릉’, ‘신림등이 한글 표기와는 다르게 발음을 따라 표기되고 있습니다.   

국어는 쉬운 언어는 아닙니다. 변화형도 많고, 어문규정도 복잡합니다. 저도 국문학도라고는 하지만, 항상 헷갈려서 국어사전을 찾아보곤 합니다. 이 기사에서도 혹시 띄어쓰기를 틀렸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어는 배울수록 다채로운 매력이 많은 언어입니다. 생소한 순우리말의 소소한 뜻, 몰랐던 어문 규정들을 배워가는 과정에서는 다른 언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국어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생활 속에서 국어 교육을 쉽게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국민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립국어원에서 국어문화학교’(http://edu.korean.go.kr/)를 만들었습니다. 국어문화학교는 온라인 과정과 집합 과정으로 나눠지며, 언제 어디서나 편한 시간에 쉽게 국어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확인해보고 싶거나, 공공언어와 생활 속 어문규범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국어문화학교에 들어가 보세요!



박수현
정책기자단|박수현literature1028@gmail.com
생생한 정책현장을 전하는 정책기자단 박수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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