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전에 태어났다면…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6·25 전쟁이 올해로 68주기를 맞았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한국군 13만7,899명(학도병, 경찰 제외) 사망, 유엔 연합군 16개국 5만7,938명 사망, 남북한 민간인 200만 명 이상 실종, 사망한 참혹한 전쟁이었습니다. 이 참혹한 전쟁을 위해 목숨을 바친 고귀한 영웅들을 위한 기념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도 기념관이 있습니다.
사실 워싱턴 D.C.를 떠올리면,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이 있는 곳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이 있습니다.
보통 워싱턴 D.C.를 가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바로 링컨 기념관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곳이기도 하고, 유명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자주 나오기 때문에 가보지 않았어도 익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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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기념관. |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로 유명해진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The Gettysburg Address)이 떠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링컨 기념관은 방문한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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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기념관 동상. |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은 링컨 기념관에서 조금 걸어 내려가면 바로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전쟁의 아픔과 평화로운 미래로의 희망을 담은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은 워싱턴 D.C.를 찾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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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의 모습. |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은 미국인들의 한국전 참전의 뜻을 길이 되새기고자, 워싱턴의 웨스트포토맥 공원과 링컨 기념관 뒤쪽에 세워진 조형물입니다.
1995년 7월 27일, 고(故)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됐습니다. 멀리 보이는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의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평화로의 급물살을 타게 된 대한민국의 상황 때문인지 더 감격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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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찾을 수밖에 없는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 |
실물보다 약간 큰 19개 동상이 판초우의를 입고 M1 소총, 무전기를 손에 든 채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입니다. 육, 해, 공군과 백인, 흑인, 히스패닉계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19명일까요? 대리석 벽에 이 19명이 비치면 양쪽의 합이 19+19=38명, 즉 38선과 38개월의 전쟁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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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에 새겨진 비문들. |
이곳에 적힌 비문은 68년 전 그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아직 미군 전사자 유해 200여 구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가없는 자유는 없다.
전혀 몰랐던 나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기린다. 1950*대한민국*1953
(Freedom is not Free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1950*KOREA*1953)
다행히 지난 정상회담을 계기로 곧 미군 전사자 유해 200여 구가 가족과 조국의 품에 안기게 될 것이라도 합니다.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들의 유해 발굴을 시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도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 전사자와 실종자들이 유해 발굴과 송환이 신속하고 온전하게 이뤄지도록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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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초우의를 입은 19명의 동상. |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의 동상과 비문에 잠시 슬픔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떠오른 것은 지난 6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이었습니다. “평화야말로 진정한 보훈이고 추모” 라는 것 말입니다.
문 대통령이 SNS 통해 밝힌 6.25 유엔 참전용사 추모식 추모사에서 “전쟁의 고통에 맞선 용기에 온전히 보답하는 길은 두 번 다시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개인적으로 뭉클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평화의 한반도가 머지 않았구나 하는 감동에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을 같이 찾은 딸아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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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벽에 새겨진 유엔 참전용사들. |
이런 기분은 우리 가족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곳을 같이 찾은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서로 나눴기 때문입니다.
샌디에이고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김재아( Jaeah Kim) 학생은 “같은 반에 있는 미국 친구들은 항상 저에게 대한민국(South Korea)보다 북한(North Korea)에 대해 더 많이 물었어요. 그리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북한은 위험한 곳이니까 넌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난 정상회담으로 이제 한반도에도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서 기뻐요.”라고 말했습니다.
가족들과 관광을 위해 워싱턴 D.C.를 찾았다는 미국인 줄리아(Julia) 씨는 “한 두 번의 회담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첫걸음이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라고 전했습니다.
68년 전 한반도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헌신하신 분들을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관에서 만났습니다. 마치 그들이 아직도 우리 눈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고귀한 희생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하루하루 발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