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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자살 신호를 빨리 알아챘더라면…

중앙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참여기

2018.06.30 정책기자 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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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전,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며칠 동안 연락이 계속 되지 않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자취방을 찾아갔다. 경비실에 연락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친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몇 시간을 서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를 비롯해 가족, 친구, 주변 지인 등 그를 아는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다. 친구의 자살 신호를 빨리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보인다. 2016년 기준,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의 수치인 10만 명당 25.6명이 자살한다. 자살은 극단적인 선택이고 최악의 결과이지만 예방이 가능하다. 물론 자살을 예방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나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을지로에 위치한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방문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을지로에 위치한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방문했다.
 

필자는 생명사랑지킴이, 게이트키퍼가 되어 보고자,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주최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에 참가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윤진 팀장님이 보고듣고말하기 교육을 시작는 중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윤진 팀장이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을 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윤진 팀장은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 1년에 13,092명이 자살한다. 이는 울릉도 인구수와 같다. 1일로 환산해보면 평균 35.8명이, 1시간에 1.49명이 자살한다. 이번 교육이 끝나면 4명 이상이 자살하는 수치인 것이다.” 라고 전하며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전했다. 

자살률 통계(2016년 기준)를 보면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급격하게 높아지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살률 통계(2016년 기준).
 

그래프를 보면 갑자기 자살률이 급격하게 높아진 부분들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1999년. 정장을 입고 직장이 아닌 산으로 갔다는, 바로 IMF 외환위기의 시기다. 실제로 정장을 입은 채 산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일이 많았다.

두 번째는 금융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2010년도. 자살은 정신력이 나약해서, 혹은 무능해서라기 보다 사회문화적 현상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알려진 자살보다 40~100배가 많고 이는 주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알려진 자살보다 40~100배가 많고 이는 주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살은 자살을 유발한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연예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는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다. 자살은 사회문화적 현상과 깊은 연관이 있고, 이는 연속해서 또 다른 자살을 부른다. 

자살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함을 강조한다.
자살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살을 생각한다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위에서 먼저 신호를 보고 알아채야 하는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은 ‘보기, 듣기, 말하기’ 3단계를 통해 ‘게이트키퍼(생명사랑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 행동, 상황적 신호인 보기를 알아본다.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 행동, 상황적 신호인 보기를 알아본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정 언어적 신호, 행동적 신호, 상황적 신호를 보인다. 우리는 ‘죽는다’는 말을 쉽게 쓴다. 예를 들면, 배고파 죽겠다, 아파 죽겠다, 좋아 죽겠다 등 극한 감정을 표현할 때 쓰곤 한다. 그래설까.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신호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보기의 신호 중 언어적 신호.
보기의 신호 중 언어적 신호.
 

보기의 신호를 자세하게 알아보자. 죽고 싶다는 직접적 표현을 하거나 신체적 불편 호소, 죄책감, 집중력 저하, 격한 감정의 변화 등은 언어적 신호를 나타낸다. 물론 언어적 신호만으로는 자살을 생각한다고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보기의 신호인 행동의 신호.
두 번째 보기의 신호인 행동의 신호.


두 번째 보기의 신호는 행동의 신호인데, 자살 관련 카페에 가입을 하거나 약을 먹는 등 자살을 준비하는 행동이나 자해 흔적, 전에 없던 행동들, 외모의 변화 등을 보인다면 자살을 시도하는 행동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보기의 신호인 상황적 신호.
세 번째 보기의 신호인 상황적 신호.
 

마지막으로 상황적 신호는 극심한 스트레스, 만성 질환이나 신체적 장애, 이혼이나 사망 등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등이다. 이 세 가지가 종합적으로 나타났을 때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자살 이유를 묻는 적극적인 듣기 과정이 필요하고,
실제 자살 이유를 묻고 듣는 적극적인 듣기 과정이 필요하고, “괜찮니?” 같은 위로의 말이 선행될 것을 권장한다.
 

만약 신호를 알게 된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어렵고 껄끄러울 수 있으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고 자세한 이유를 들어야 한다.

자살에 대해 명확하게 질문하는 것은 분명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에서는 직접적으로 묻기 보다는 “요즘 말도 없어지고 지각도 많이 하고 힘들어 보이네요.” 등과 같은 감정 터치를 한 후에 자살 시도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것을 권장한다. 

도움이 되는 듣기의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다.
도움이 되는 듣기의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다.
 

자살에 대해 묻는 게 자살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말을 하는 것은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고 내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자살 예방에 효과적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윤진 팀장은 “듣기를 할 때는 화내고 충고하는 말투 보다는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라고 전하며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살고 싶다는 구조요청 신호를 판단하는 듣기 과정이 필요하다.
살고 싶다는 구조요청 신호를 판단하는 듣기 과정이 필요하다.
 

GOD 노래 중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가사는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죽고 싶다’ 라고 하는 것은 살고 싶다는 구조요청신호(SOS)임을 인지해야한다.

이를 양가감정이라고 부르는데,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갖는 것이다. 듣기의 과정은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그 안에 있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지막 단계인 말하기 과정은 안전점검목록을 통해 확인한 후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단계인 말하기 과정은 안전점검목록을 통해 확인한 후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과정이다.


듣기 과정을 하고 난 후에는 말하기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다섯 가지 안전점검목록인 이전에 자살시도를 했는지, 정신과 질환의 유무, 알코올 남용 여부, 자살 계획의 구체성, 지지 자원을 물어보고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자원목록은 전국적으로 굉장히 많이 퍼져있다.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자원은 많이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전화 129, 정신건강 및 자살위기 상담전화 1577-0199는 24시간 언제든 열려있다.

헬프콜 청소년전화 1388, 생명의전화 1588-9191, 학교폭력근절긴급전화 117 및 응급서비스 112,119도 24시간 열려있으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곳으로 연락하길 바란다.            

자살 및 정신건강위기상담 전화 1577-0199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정신건강 및 자살위기 상담전화 1577-0199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나 작은 용기로 모두가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 죽음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게 되는 일명 ‘터널 효과’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듣기, 말하기는 이들에게 여러 갈래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상황극을 통해 보고 듣고 말하는 역할을 직접 체험해 봤다.
상황극을 통해 보고 듣고 말하는 역할을 직접 체험해 봤다.
 

교육에 참가한 기자단이 직접 자살을 생각하는 고등학생 유성이(오른쪽)와 같은 반 친구 서연이(왼쪽)로 상황극을 하며 보고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해봤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 사랑생명지킴이 교육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 사랑생명지킴이 교육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 떠나버린 친구에게 아픔을 공감해주고 들어주고 센터를 통한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말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보고 듣고 말하는 일이 껄끄러울 수 있으나 모두가 해야만 하는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영
정책기자단|진주영pearlzero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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