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서아시아 이라크 지역에 고대 바빌론 왕국이 있었다. 바빌론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사랑하는 아내 아미티스를 위해 정원을 건설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고대 바빌론의 공중정원.
그냥 정원이 아니다. 사막 한가운데 정원을 만든 것이다. 왕은 왕비가 산으로 둘러싸인 고국의 자연을 그리워하며 향수병에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보고, 부인의 고향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공중정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건조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왕궁에서 나무와 꽃들이 가득한 정원이 탄생했다. 이렇듯 삭막한 공간에서도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서 자연친화적인 녹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서울 도심 고층건물 꼭대기에도 고대 바빌론의 공중정원과 같은 옥상정원이 조성돼 있는 곳이 있다. 옥상정원에는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고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거기서 사방을 내려다보면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서울시내에 있는 옥상정원 세 군데를 다녀왔다.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13층 정동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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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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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경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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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서울시청 광장이 보인다. |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왼쪽에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이 나타난다.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라 일반인들이 출입하기 어렵지 않을까? 아니다. 얼마든지 드나들 수 있다. 물론 경비 직원에게 정동전망대에 왔다고 해야 출입할 수 있다. 13층 카페에 정동전망대가 있다. 카페의 오른쪽 창가에 일렬로 앉으면 왼쪽에 덕수궁 경내가, 오른쪽에 서울시청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도서관 5층 하늘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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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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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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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쪽 전망. |
덕수궁 건너편 서울시청 청사 앞에 오래된 근대식 건축물이 있다. 구 서울시청 청사다. 지금은 서울도서관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한다면 5층 행복한 베이커리 카페에 올라간다. 거기에서 바깥 하늘뜰로 나가는 출입문이 있다. 하늘뜰로 나가면 사방에 나무와 꽃이 가득하다. 저 멀리 광화문광장 너머 경복궁과 청와대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황토마루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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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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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마루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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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왼쪽 광화문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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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오른쪽 경복궁 경내. |
서울도서관에서 나와 광화문광장으로 곧장 걸어가면 광화문광장 끝나는 곳 오른쪽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실을 둘러본 뒤 8층 황토마루정원에 올라간다. 역시 나무와 꽃이 심어진 공간에 평상과 벤치가 놓여 있다. 황토마루정원 모서리에 포토존이 있다. 거기에 서서 내려다보면 왼쪽으로 광화문광장이, 오른쪽으로 경복궁 경내, 그 너머 청와대까지 보인다.
서울시내에 이런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젠 관광명소로 알려진 듯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전망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옥상정원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정부와 지자체에서 도심 내 공원녹지 확충과 도시 열섬 현상 완화, 대기질 개선, 생물서식공간 확보 등을 위해 2002년부터 옥상녹화사업을 진행해 왔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유치원, 병원, 종교시설 등 다양한 건물 옥상에 녹화사업을 적용했다.
인공적인 건축물로 꽉 찬 서울 도심 한복판의 공공기관 건물 꼭대기에 옥상정원이 조성돼 있다.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고, 또한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 잠깐 옥상정원에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떨까?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