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이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 발사르탄은 고혈압 치료제 제조 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이다. 7일, 식약처의 조치가 시작됐다. 중국산 발사르탄을 원료로 한 82개사 219개 품목에 대해 판매와 제조를 중지했다.
8일, 219개 제품에 대한 현장조사와 점검을 마친 후 9일, 문제의 중국산 발사르탄이 사용되지 않은 104개 품목에 대해서는 판매·제조 중지를 해제했다.
식약처에서 최종 발표한 115개 품목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발사르탄에 함유된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때문이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2A’(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는 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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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혈압약에서 불순물이 함유돼 논란이 일었다.(출처=KTV) |
600만 명 고혈압 환자들의 불안은 현실로 드러났다. 식약처 사이트가 한때 마비됐고, 청와대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들이 줄을 잇기도 했으며 병원, 약국으로 자신이 먹는 약은 안전한지를 묻는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약의 이름과 성분을 봐도 뭐가 뭔지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중국산 발사르탄은 중국 화하이 사에서 제조된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사용된 발사르탄의 76%는 국내에서 생산됐고, 문제가 된 업체에서 수입한 건 전체의 2.8% 가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리스트에 있는 제품이 아니지만 내 약에 발사르탄이 함유됐다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발사르탄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 성분을 만들면서 들어간 어떤 불순물이 문제라는 거다. 혈관 수축을 억제해 혈압을 낮게 하는 성분인 발사르탄은 고혈압약에 널리 쓰이는 성분이었다. 결론적으로 발사르탄 성분이라도 리스트에 없는 제품이면 복용해도 괜찮다는 얘기다.
고혈압약을 복용하던 사람이라면, 본인이 처방받은 병원이나 구매한 약국에서 복용하는 약이 리스트에 해당되는지 직접 문의하는 게 좋다. 복용하고 있는 약이 판매금지 품목에 해당된다면 당장 약을 교환해야 한다. 단, 남아있는 약을 약국이나 처방받은 병원에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 명심하자.
교환방법은 이렇다. 종전에 이용했던 병·의원에서 다시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를 받으면 된다. 병원에 가지 못했을 경우, 기존에 이용했던 약국의 기록을 확인,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다른 품목으로 대체조제 받을 수 있으며, 환불이 되지는 않는다.
비용부담은 없다. 당초 처방받은 약과 같은 가격의 대체 의약품으로 조제하는 게 원칙이다. 부득이 처방받은 약보다 비싼 가격의 의약품으로 조제해 교환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차액은 요양기관과 건강보험공단 간 정산을 통해 조정할 방침이다.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 고혈압 약을 아예 끊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혈압약을 갑자기 멈추면 혈압이 급격하게 올라가서 심장이나 뇌 쪽에 증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다른 제약회사의 약품으로 교체해 복용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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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출처=뉴스1) |
보건복지부는 9일 기준, 문제가 된 중국산 발사르탄 치료제 복용자는 모두 17만8천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전체 고혈압 환자 605만 명 가운데 약 3%에 이른다.
국내 판매가 중지된 115개 품목 고혈압약 제품은 식약처 홈페이지(http://www.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