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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으로 다시 본 ‘야근하는 아버지’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 ④> 대기업 직장인

2018.07.25 정책기자 최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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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시멘트 회사에 다니는 아버지는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계십니다. 요즘은 금요일 낮에 퇴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 됐습니다. 저도 요즘 방학 중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아버지가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오히려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야근에 치여 늦게 귀가하시는 날이 많았죠. 그 땐 그런 삶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삶이 고되 보였지만, 가족을 먹여살리는 가장들의 삶이란 으레 그런 것이라며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 정도 수준을 갖춘 나라 가운데 우리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없다. OECD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는데, 그제서야 그간 가지고 있던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아버지와 아들의 당구 한판
아버지와 아들의 당구 한 판.

이렇게 빨리, 아버지와의 저녁 당구 한 판이 일상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버지와 취미가 같다는 건 꽤 즐거운 일입니다. 당구를 치며 아버지와 벌이는 미묘한 기싸움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사실 부자지간의 대화란 게 별 거 없잖아죠. 몸으로 부딪치며 쌓아가는 아버지와의 유대감이 사춘기 시절 부족했던 대화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 같습니다.

취미생활 외에 멀리 속초에 사시는 할머니를 뵈러 갈 여유가 생긴 것도 변화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연가 사용이 수월해지고, 금요일에는 오전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할 수 있어 주말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된 뒤 아버지가 가장 먼저 한 일도 바로 속초행 고속버스 예약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장 동료들도 각자의 개성대로 여가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내에서 알아주는 딸바보 아빠인 동료는 매일 저녁 딸과 함께 집 근처 수목원을 찾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하고요. 사춘기 아들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동료는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아들과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신입사원들도 상사 눈치 안보고 자연스럽게 퇴근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
노동시간 단축이 우리 가족에게 바다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여가가 생긴 7월의 첫 주말, 우리 가족은 할머니의 고향인 속초로 향했습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 오르고, 속초중앙시장에 가서 맛있는 닭강정도 먹었습니다.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속초 해안가를 걸으며 모처럼 삼대가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딱딱한 정책 용어인 줄로만 알았던 노동시간 단축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남은 에너지를 가정에 쏟기 시작하자 우리 가족의 ‘여가생산성’이 높아졌습니다.

◇ 노동시간 단축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연장근로 주 12시간 이내로 휴일과 연장근로를 포함해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근로일’을 휴일 포함 7일로,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명확히 했습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7월 1일부터, 50~300인 미만은 2020년 1월 1일, 5인 이상 50인 미만의 경우 2021년 7월 1일부터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시행할 예정입니다.


최종욱
정책기자단|최종욱cjw0107@naver.com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런 사회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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