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매미소리가 쨍한 가운데 바람 솔솔 부는 삼청공원으로 향합니다. 삼청공원은 삼청각, 와룡공원 성곽길로 연결되는 길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뿐이 아닙니다. 공원 입구에서 멀지않은 곳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한여름 축축 쳐져 나른하게 지내던 제게 누군가 건네온 질문.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물음에 올여름 바캉스는 도서관으로 정했습니다. 첫 시작 <삼청숲속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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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오두막집을 연상케 하는 삼청숲속도서관 |
동화 속에 나오는 나무꾼이 뚝딱뚝딱 지었을 것 같은 오두막집같은 도서관입니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넓은 창이 멋집니다. 북카페형이라서 조금 자유스러운 분위기의 삼청숲속도서관은 낡고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했습니다. 독서와 차 한 잔의 여유, 이게 전부라 생각지는 마세요. 너무나 멋진 계단이 지하 열람실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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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위로 창을 낸 삼청숲속도서관 |
지하 열람실. 탁 트인 넓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숲을 두고 책으로 눈 두기 쉽지 않은 곳입니다. 사락사락 옆 사람들의 책 넘기는 소리, 유리창 너머 나무를 살살 흔드는 바람 소리, 귓가에 들릴 듯한 새소리, 오감 중에서도 청각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도서관이랍니다.
시원한 통유리 창문 너머 사방으로 파고드는 햇살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한여름의 무더위도 사르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유아 숲 체험장, 놀이공원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있어 가족이 산책과 휴식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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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보물을 발견한 듯 했던 청운문학도서관 |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오르면 자하문고개 지나 윤동주 문학관이 나옵니다. 여기서 내려 시인의 언덕을 지납니다. 창의문으로 성곽길이 연결되는 길도, 부암동 가는 길도, 백사실계곡 가는 길도 다 여기서 출발합니다. 이 길에 진짜 숨어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혼자만 알고 싶은 길과 도서관이 있습니다.
서울 최초 한옥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입니다. 터를 넓게 잡고 앉은 한옥 도서관은 처마와 기와가 멋들어집니다. 가마에 구워 전통방식으로 제작한 수제 기와라서 더욱 고풍스러운 느낌입니다. 도서관을 두른 낮은 담장마저도 기와가 얹혀 있을 정도로 격식을 갖춘 외관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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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있는 기와가 멋드러진 서울 최초 한옥도서관 |
열림실 입구에 놓아둔 댓돌, 열람실 방 세 곳에 놓아둔 낮은 책상들이 눈에 띕니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으니 어디서 ‘훈장님이 오시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서 오세요. 잘 오셨습니다. 잠시 쉬다 가세요’라는 말이 들리는 듯 힐링이 되는 독서와 사색, 휴식이 모두 가능한 공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한옥 마루에 앉아 보이는 산을 마주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입니다.
‘책과 커피가 함께하는 도서관’이라는 슬로건도 눈에 띕니다. 뚜껑 있는 음료와 물은 열람실에도 반입 가능하므로 원하는 곳에서 차,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에도 좋답니다. 오감 중 맛과 한옥의 향을 선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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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한옥 마루에서 책읽기 |
딸을 잃은 가족이 평소 책을 좋아했던 딸을 위해 낸 건립지원금으로 지어진 도서관. 서대문 구립
<이진아도서관>은 조용히 걷기 좋은 길과 함께 합니다. 개인적인 슬픔을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승화한 아름다운 뜻이 담긴 도서관입니다. 서대문형무소를 돌아 안산 자락길 가는 길, 짙어지는 녹음에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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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도서관 내부 |
층마다 책 냄새가 많이 베인 이진아도서관은 가까운 인왕산을 한 눈에 보이는 경관에 담고 있습니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눈이 시원한 자연과 마주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1층에는 카페가 있고, 문을 열고 나가면 조용하고 녹음 짙은 공간이 있어 사색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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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짙은 서대문 구립 이진아도서관의 외관 |
여유있고 색다른 책 읽기의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여름철 도서관 나들이. ‘북캉스’의 계절, 책 읽기의 즐거움이 다시금 생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더욱 멋진 일은 이런 도서관들을 두고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전은미 vicpi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