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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클라이밍 김자인 선수를 응원하는 이유

<2018 아시안게임 ①> 153cm 단신으로 아시안게임 스포츠 클라이밍 금메달 도전

2018.08.13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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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발을 한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힘껏 몸을 접어 팔을 뻗는다. 세탁기 안의 양말을 꺼내기 위해서다. 빨래를 널기 위해 혼자 별짓을 다하는 거다. 키가 작아 몸이 고생한다. 드럼 세탁기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탄생한 게 분명하다. 

나는 작다. 그리 작아 보이진 않는다며 한결같은 합리화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줄어드는 느낌이다. 작은 키가 불편했다. 서서 구경하는 모든 장소가 그랬고, 손잡이가 높은 버스나 지하철에선 대롱거리며 매달린 기분이었으며, 지하철이나 기차의 짐칸은 여전히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큰 사람으로 사는 기분은 어떨지 늘 궁금했다.

동작 하나하나에 고도의 집중력과 훈련이 뒤따라야 하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40~50대의 중년은 물론, 여성과 어린이, 고령자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출처=KTV)
동작 하나하나에 고도의 집중력과 훈련이 뒤따라야 하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40~50대의 중년은 물론, 여성과 어린이, 고령자들 모두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출처=KTV)
 

작은 사람의 파이팅은 그래서 더 남다르다. 출발부터 이미 손해 보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153cm의 신장으로 세계를 정복한 선수가 있다. 큰 사람에게 노골적으로 유리한 종목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말이다. 

바로 김자인 선수다. 555m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등반했다는 뉴스가 먼저였다. 지난해 5월, 난 그렇게 김자인 선수를 접했다.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마른 체형에 단단한 잔근육이 만들어진 몸이었다. 참한 정장을 입으면 오히려 서정적인 인상인 김자인 선수는 그렇게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아니, 나만 몰랐다. 김자인 선수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였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월드컵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와 각종 대회에서의 수많은 우승 기록이 증명했다. 그녀는 외국에서 ‘암벽의 발레리나’라 불렸다. 근사했다.

지난 해 5월,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 건물을 맨 손으로 오르는 김자인 선수의 모습.(출처=뉴스1)
지난 해 5월, 123층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를 맨 손으로 오르는 김자인 선수의 모습.(출처=뉴스1)
   

인공 암벽은 압도적인 높이였다. 가만히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김자인 선수는 ‘홀드’라 불리는 손잡이를 잡고 경로를 찾아 신중하게 움직였다. 때로 홀드를 잡고 허공에 매달리기도 했는데 위태롭고 불안해 작은 비명이 나왔다. 침착하고 부드럽게 다음 동작으로 연결되기 전까지 집중력은 가중됐다. 

팔 다리에 대단한 힘이 느껴졌다. 암벽을 맨 손으로 빠르게 오르는 종목(스피드)은 흡사 스파이더맨을 연상시켰고, 수직의 벽에서 45도 이상의 경사도를 가진 구간(오버행)도 순식간에 올랐다. 가로로 매달려 암벽을 오르는 모습은 온전히 힘으로 버티는 묘기 같았다.

로프를 고리에 걸며 암벽을 오르는 ‘리드’는 김자인 선수의 주 종목으로 세계 정상의 실력을 지녔다. 보면 안다. 한 발 한 발 중력을 거스르며 정상을 향하는 모습은 매 순간 기꺼이 몰입할 수밖에 없다. 입으로 로프를 물거나, 고리를 건드려 진동으로 로프를 거는 등의 노련한 기술도 신기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1988년에 도입된 뒤 전국적으로 빠르게 보급되어 해마다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대한체육회)
스포츠 클라이밍은 1988년에 도입된 뒤 전국적으로 빠르게 보급되어 해마다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출처=대한체육회)
 

아버지가 지어준 ‘자인’이란 이름은 자일(클라이밍 로프)에서 ‘자’를 따오고 인수봉에서 ‘인’을 땄다고 한다. 열세 살 때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해, 중학교 2학년 때 일반부 우승을 했고, 줄곧 세계 랭킹 상위권에 그 의미 있는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처음 김자인 선수의 신장이 153cm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클라이밍은 긴 팔다리가 무조건 유리한 종목이었다. 멀리 있는 홀드를 잡고, 긴 다리를 이용해 짚고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김자인 선수는 포기 대신 노력을 선택했다. 큰 선수들이 한 번에 잡는 홀드를 여러 번 움직여서 잡아야 했기에 하루 4시간씩 암벽 등반에만 매진했고,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 민첩성을 얻게 됐다. 한 손 한 발 내딛다 보면 막막했던 벽, 그 정상에 서는 거다. 

153cm의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 월드컵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와 각종 대회에서의 수많은 우승을 차지해 ‘암벽여제’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출처=뉴스1)
153cm의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 월드컵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와 각종 대회에서의 수많은 우승을 차지해 ‘암벽여제’로 불리는 김자인 선수.(출처=뉴스1)
   

이제 또다시 도전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18~9/2)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 클라이밍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말이다. 클라이밍을 모르고, 김자인 선수는 더더욱 몰랐을 사람들에게 클라이밍 종목의 매력을,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력을 드러낼 때가 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스포츠 클라이밍은 스피드-개인, 스피드-릴레이 그리고 개인종합 성격인 콤바인(스피드·볼더링·리드) 등 3개 종목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볼더링’ 종목은 암벽이 앞으로 돌출된, 난이도가 높은 코스를 오르는 경기로 보기에 가장 어려워 보였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2018 자카르타 팔레인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일본)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출처=2018 자라르타 팔레인 아시안게임 공식홈페이지)
스포츠 클라이밍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일본)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출처=2018 자라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공식홈페이지)
 

“만약 키가 10cm 정도 더 컸더라면 지금처럼 악착같이 훈련에 매달리지 못했을 것이다. 10cm정도 더 크면 가장 이상적인 여성 클라이머의 신장이 되지만 10cm 더 크지 않아서 지금의 김자인이 있다면 생각하면 신장에 대하나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김자인 선수의 말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연한 결과, 당연한 메달은 없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있을 뿐. 김자인 선수는 끈기와 열정으로 단점을 극복했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는 아시안게임이다. 김자인 선수의 가열찬 직진을 응원한다. ‘강해서 견디는 게 아니라 견디면서 강해진다’고 했다. 완벽하고 치밀한 노력을 통해 조금씩 천천히 전진하는 과정을 빈틈없이 지켜보고, 온 힘으로 응원할 것이다. 김자인 선수, 파이팅이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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