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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시간여행 ‘문화재야행’ 가볼까

문화재 활용 야간투어 ‘문화재야행’… 11월까지 지역별 행사

2018.08.29 정책기자 우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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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비가 내려 시원해진 늦여름밤 어스름한 땅거미가 질 무렵, 등불이 하나둘 켜지면서 삶 속에서 잠시 잊었던 길이 열렸다. 충북도청에서 청주향교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늦여름밤의 열기를 담은 등불이 켜졌고, 골목길은 많은 이들의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 찼다.  

어스름한 저녁, 골목길을 따라 몇십년 전의 청주가 그려졌다.
어스름한 저녁, 골목길을 따라 몇 십 년 전의 청주가 그려졌다.

조금은 낯설었던 골목길을 따라 걸으니 시간은 거꾸로 흘러 1950년대 청주의 골목길이 나타났다. 골목길을 따라 비가 내리던 저녁, 일상 속에 섞여있던 청주의 과거로 함께 들어갔다.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면서 봤던 일상 속의 건물들이 새롭게 보인다.

충북도청을 시작으로 근대문화거리, 충북도지사 구 관사, 청주향교로 이어지는 시간여행에 지난 26일 필자도 함께했다. ‘2018 청주 문화재야행’이란 이름붙은 이 행사는 전국 25개 문화재야행 개최도시 중 유일하게 도심 속 유형문화재를 넘어 살아 숨쉬는 무형문화재와도 함께해 호평을 얻고 있다.

충북도청본관건물. 이 곳은 아직도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북도청 본관 건물. 이곳은 아직도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청북도청사 본관은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다. 이 본관 건물은 일제 강점기 시절 공용청사로는 유일하게 도민과 한국인 지주의 기부로 건립된 건물로 서양근대건축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입면을 보인다.

평면은 좌우 대칭이고 정면 중앙을 돌출시켜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 등 당시 유행하던 건축양식을 볼 수 있다. 지금도 도지사실과 다양한 행정업무가 이뤄지고 있으며 등록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됐다 

지역의 무형문화재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부스들
지역의 무형문화재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부스들.

도청 옆을 지나니 골목길을 밝힌 등불이 우리를 반겼다. 골목을 따라 쭉 늘어선 체험부스에는 색다른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청주야행의 대표 프로그램이기도 한 명장의 손끝을 잇다 - 충북도 무형문화재에는 청주의 대표 무형문화재 6인이 함께했다.

신선주 박남희(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4), 배첩장 홍종진(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7), 단청장 권현규(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9), 칠장 김성호(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7), 석암제 시조창 이상래(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6), 궁시장 양태현(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16)이 참여해 다양한 전통의 문화를 알렸다. 

직접 만든 활을 쏴보는 아이들.
직접 만든 활을 쏴보는 아이들.

신선주의 원료인 쌀, 한약재, 누룩. 이들이 한데 버무려져 숙성을 거치면 독특한 향미의 신선주가 된다.
신선주의 원료인 쌀, 한약재, 누룩. 이들이 한데 버무려져 숙성을 거치면 독특한 향미의 신선주가 된다.

먼저 궁시장의 부스를 찾았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 나오는 활을 제작하기도 했다는 궁시장은 우리 궁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우리의 전통궁은 모양과 쓰임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었다.

뒤이어 신선주를 체험해봤다. 신선주는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계원리 함양박 씨 종중에서 18대째 400년 동안 이어온 술이다. 생약재를 찹쌀, 누룩 등과 함께 발효시켜 청주 또는 증류주로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다. 시원하게 톡 쏘면서도 다양한 약재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무형문화재 부스의 막바지에 다다르니 흥미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청주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과정을 뮤지컬처럼 꾸며 진행한 것이다. 실제로 청주에서는 47일부터 본격적인 만세운동을 펼쳤고, 그 시작을 이곳 대성동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광복을 알리는 장면
광복을 알리는 장면

청주야행을 즐기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는 청주에 처음 와봤는데, 이렇게 야행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니 이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라 묘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대성동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지역의 예술가들과 상점이 모여 플리마켓이 열렸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 아뜨마트는 발디딜 틈도 없이 인기 높은 공간이었다.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이 골목길은 대성로 122로 이곳은 문화동 일양절충식가옥, 구 충청북도지사 관사, 청주향교 등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이 있는 공간이다 

권태응시인과 오장환시인의 시로 표현한 설치작품
시인 권태응과 오장환의 시로 표현한 설치작품.

이제는 이런 근대문화유산이 본연의 건물의 쓰임을 다하고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청주시에서 가장 예쁜 집으로 통했다는 문화동 일양절충식가옥은 빨간 지붕에 아담한 구조가 특징이다. 현재는 우리예능원이라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마림바 작은 콘서트가 펼쳐졌다.

일본식 다다미방과 서양식 건축구조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지은 구 충청북도지사 관사도 그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 이곳에서는 충북 지역의 문인 권태응 시인과 오장환 시인의 탄생 100주년 특별전이 열렸다. 일제강점기 시절 자유를 원하는 두 시인의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청주향교에서 선비의 길을 걸어봤다. 그 옛날 조상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청주향교에서 선비의 길을 걸어봤다. 그 옛날 조상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골목의 끝자락, 조선시대 선비양성소인 향교에 닿았다. 학생들이 공부하던 명륜당에서는 청주야행을 맞아 전통주례를 배우는 향음주례, 선비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열렸다.

선비의 길을 따라 대성전으로 향했다. 대성은 공자를 뜻하며 청주향교에서는 총 29분을 모시고 있다. 대성전의 창호지문에선 청주향교의 문화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의 미디어작가들이 협업해 만든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청주에서 100년이 넘은 청주 성공회성당으로 향했다. 100년이 넘은 예배당은 동서양의 문화를 품고 있었다. 성당 안에서는 주교신부가 성공회와 성당의 역사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성공회 성당은 100년의 역사답게 동서양의 문화가 섞인 건물로 그 아름다움을 더했다.
성공회성당은 100년의 역사답게 동서양의 문화가 섞인 건물로 그 아름다움을 더했다.

문화재청에서는 지역의 역사, 문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별로 문화재야행 프로그램을 공모해 지난해 25개를 선정했다. 오는 9월에는 대구, 인천, 수원, 강릉, 전주, 김해 등에서, 10월에는 고창과 익산, 제주 등에서 문화재야행이 이어진다. 

문화재 관련 월별 행사 http://www.cha.go.kr/evInfo/selectEventInfoList.do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우인혜 pwoo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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