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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대신 ‘살자’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에 돌아본 ‘자살’

2018.09.10 정책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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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명.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10만 명당 자살률입니다. 2003년 이후 OECD에서 자살률 1위를 13년째 기록하고 있는, 씁쓸한 통계이기도 합니다. 2016년 기준 한 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092명으로, 매일 37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개인, 가족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인 ‘자살’. 자살은 한 개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과 그 주위까지 병들게 만듭니다.

제가 처음 자살을 목격했던 때는 중학교 때였습니다. 어제까지만도 친하게 지내고, 함께 장난도 쳤던 친구가 갑자기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시작된 지 한 2시간 쯤 지났을 때, 담임선생님이 울먹이면서 들어왔습니다. 떨리는 입술로 친구의 죽음을 알렸습니다. 순간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분명 어제까지만도 잘 놀았던 친구가 왜 죽었을까.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마포대교에 있는 생명의 전화. 내 친구가 전화를 걸었었다면...
마포대교에 있는 생명의 전화.

친구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왔던 때는, 친구의 장례식 앞에 멍하니 있었을 때였습니다. 웃고 있는 영정사진이 정녕 내 친구의 얼굴이 맞는지 천천히 살펴보다가, 목놓아 울었습니다. 엄청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학원도 다녔던 친구였기에, 어린 나이에 친구를 영영 잃어버린다는 슬픔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뒤로 한 채,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뉴스에 떠도는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어렴풋이 그때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자살’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가는 찰나, 작년에 또 한 번 일이 터졌습니다.

평소 활발하게 지내던 대학 친구였는데, 언제부턴가 좀 지친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이젠 사는게 지치고 힘들다”,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대학 생활하면서 힘들어서 그렇겠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당시 친구가 향한 곳은 마포대교.
당시 대학 친구가 향한 곳은 마포대교.

토요일 저녁,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카톡 알람이 울렸습니다. 그 친구였습니다. 갑자기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하길래,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밥 먹고 자라고 대답해줬습니다.

그러고 한 십 분 정도 흘렀을까요. ‘설마’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지 않는 겁니다. 순간 싸한 느낌이 들어 계속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나 지금 마포대교 앞이야’

문자를 받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친구가 마포대교 위에 있다. 마포대교 위에서 나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이거 어떡하면 좋냐고 묻자, 119에서 바로 마포대교 인근 경찰서와 해양구조대를 연결해 출동시켰습니다.

친구의 스마트폰이 다행이 꺼져있지 않았기에,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면서 마포대교 위를 수색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저도 급히 택시를 타고 마포로 향했습니다. 한 20분쯤 후, 택시에서 119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구분 구조했습니다”

경찰서에서 친구를 만났을 때, 안도의 숨을 내쉬고 친구 등을 툭툭 두드려줬습니다. 친구가 제게 보냈던 신호들을 그저 장난이라고 무시해버린 미안한 마음에, 친구 집까지 택시를 타고 함께 갔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네 곁에는 내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후 친구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에서 심리치료도 받고, 우울증 약도 복용하면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친구는 가끔씩 제게 “그때 너 아니었다면 진짜 어떻게 될지 몰랐다”며 고마움을 표시해주는데요. 순간의 선택이 한 생명을 살린 것 같아, 지금 돌이켜보면 살면서 가장 잘 한 행동 같습니다.

한국 생명의 전화.(출처=한국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
생명의 전화.(출처=한국생명의전화 홈페이지)

우울증을 앓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 지인들에게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제 사례처럼 친한 지인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보낸다거나 삶이 지친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럴 때는 등을 토닥거려 주세요. 네 곁에는 내가 있다고.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친구들과 함께 전국에 있는 자살예방센터를 방문하거나 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는 것입니다. 지난 7월 1일 개편된 건강보험 덕분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습니다. 기존 5만~26만 원 정도 였지만, 이제는 1만6500원이면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정신과 외래진료 본인부담은 20% 이상 감면됩니다. 또 정부에서 운영 중인 자살예방센터의 경우 우울증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9월 10일 오늘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위에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살을 거꾸로 생각해보세요. ‘자살’ 대신 ‘살자’라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 자살 관련 도움 기관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

중앙자살예방센터
02-2203-0053
http://www.spckorea.or.kr/




조수연
정책기자단|조수연gd8525gd@naver.com
그분이 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왠지 지금은 그 세상이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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