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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함께 역사의 수레바퀴를 밀다

남북정상회담으로 기대되는 DMZ 유해발굴

2018.10.04 정책기자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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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함께 손을 맞잡은 순간 멈춰있던 역사가 다시 거대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가슴 아픈 시대의 상흔을 간직한 채 묻혀있던, 민족 간 반목으로 멈춰있던 역사의 수레바퀴를 민족이 함께 움직였다.  

지난 달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문화·역사에도 큰 흐름을 만들어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DMZ 지역 유해발굴에 최종 합의했고,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3년간 멈춰있던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사업이 다시 시작됐다.  

6.25참전용사의 유해 일부분. 아직도 귀환하지 못한 숱한 6.25 참전 용사들이 전국에 잠들어 있다.
6.25 참전용사의 유해와 전투화 일부분. 아직도 귀환하지 못한 숱한 6.25 참전용사들이 전국에 잠들어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남북 간 교류는 멈춰있던 역사를 현재진행형으로, 또 함께하는 미래로 바꿔놓았다.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남과 북은 지난 달 19일 비무장지대(DMZ)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를 공동 발굴하기로 합의하고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DMZ 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연내 발굴 작업을 위한 지뢰제거와 도로개설 작업을 마치고,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남북이 공동으로 유해발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잡히지 않는 아주 먼 미래의 이상적인 꿈으로만 여겨졌던 일들이 큰 첫 걸음을 내딛었다. 내 가족의 일이 아니더라도 가슴 벅차게 반가운 일이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겐 과거에 머무르는 역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삶인 것을 여러 차례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 현장에서 동료의 유해를 찾아 떠돌았던 지난 이야기를 눈물로 털어놓고 있는 90대 참전용사.
국방부 유해발굴 현장에서 동료의 유해를 찾아 떠돌았던 지난 이야기를 눈물로 털어놓고 있는 90대 참전용사.

끝나지 않은 전쟁, 6.25 그 상흔 앞에서  

지난 2년 동안 총 5,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와 그 당시 자료를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그 처음은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의 현장 감식 현장에서였다. 가평의 한 돌산 깊숙한 곳에서 전투화 한 켤레와 전투화 주변에 흩어진 장골을 목도했다

책에 적혀 있던 6.25전쟁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름 없는 군인의 전투화 모습으로, 70여 년의 세월을 쏜살같이 날아 폐부 깊숙이 다가왔다. 유해발굴 현장에는 동료의 유해를 찾아 헤맸던 지난 이야기를 눈물로 털어놓는 90대 참전용사가 있었고, 한 구의 유해라도 발굴하기 위해 매일 매일 깊은 산속을 오가는 감식단원들이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파주 성화봉송 현장에 전시된 6.25참전용사 유품.
평창동계올림픽 파주 성화봉송 현장에 전시된 6.25전쟁 참전용사 유품.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파주 성화봉송 현장에서도 6.25전쟁에 참여했던 연합군 유해발굴 사진과 유품 전시를 만났다. 90대 노령의 캐나다 참전용사들은 동료를 잃은 아픔을 묵직하게 전달했다. 그들의 역사로만 놓아두기에는 어느 것 하나 마음 먹먹하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역사이자 과제라는 아픈 깨달음이 깊게 다가왔다

6.25전쟁에 참전했던 90대 노령의 참전용사들.
6.25전쟁에 참전했던 90대 노령의 캐나다 참전용사들.

우리의 역사, 함께 발굴하다  

올 봄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평창에선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고려 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평창특별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201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개성 송악산에 있는 고려 궁궐터 ‘만월대는 과거 남북이 함께 발굴조사를 했던 곳이다. 2007년 처음 공동 조사를 시작해 7차까지 진행된 발굴조사는 2015년 남북대화가 중단되며 멈춰버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여 평창에서 열렸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여 평창에서 열렸던 ‘고려 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평창특별전’.

잊고 있던 우리 역사의 이야기를 전시회에서 마주하고 그 여운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함께 했던 역사는 우리 민족마냥 분절된 채 남아버렸다. 안타까움은 어찌해도 지울 수 없었다. 막연한 먼 미래의 꿈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바로 올해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만월대 공동발굴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달,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등 13명은 개성 시내에 있는 만월대 발굴 현장을 방문했으며, 북측 인력이 보완되는 대로 본격적인 공동발굴이 시작될 계획임을 밝혔다.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현장 영상의 일부분. ‘역사와 문화가 하나되는 그 시작’이란 문구 만으로도 함께 하는 역사의 소중함을 전달해준다.

남북대화가 시작되며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남북대화의 재개는 비단 경제, 정치 분야 뿐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때로는 가슴 아팠고 때로는 가슴 벅찼던 역사의 이야기가 남북대화의 시작과 함께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우리 민족의 새로운 출발선 앞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남북이 함께하며 멈춰있던, 멈출 수밖에 없었던 역사도 다시 시작됐다. 비로소 온전한 숨결을 내쉬기 시작했다. ‘함께라는 이름으로 얻은 값진 성과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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