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직장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유치원에 보내는 어린 자녀를 둔 동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분노하고 마음 아파한 아침이었습니다. 바로 전날 발표된 사립 유치원 비리 내용과 명단 때문이었습니다. 공립 유치원이 아닌 사립 유치원을 보내는 동료들은 “어떻게 우리가 보내는 유치원마다 어김없이 모두 적발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한 정부에서 받는 보조비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내는 그 많은 유치원비에도 아이들이 먹는 급식이 부실하다는 내용을 보니 정말 참담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 동료는 “이번 일로 그 동안 사립유치원이 정부의 보조금은 받으면서 감시·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내년부터는 공립유치원으로 아이들을 옮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립유치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반드시 사립유치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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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박용진 의원이 밝힌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은 충격적이었다.(출처=KTV) |
저 역시 6년 전 아이를 처음 사립유치원에 보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제가 살던 지역 근처에는 공립유치원이 없었기에 처음부터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낸 곳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사립유치원이었는데 제법 규모가 큰 곳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보내던 해가 사실상 정부의 교육비 지원 첫해였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내심 부담되던 유치원비가 줄겠구나 하고 기대했었는데, 막상 매달 정부의 교육비 지원에도 유치원비는 지원을 받기 전과 후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황당한 마음에 내역을 보니 전에는 없던 항목이나 전보다 더 올라간 교육비 지출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정부 지원이 생기자마자 그 항목들이 신설되거나 많이 올라간 사실이 꺼림칙했지만, 아이를 보내는 입장이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지원은 예전보다 늘었는데 학부모들의 부담이 여전한 이유가 바로 ‘사립유치원의 비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유치원 교비를 가지고 노래방, 숙박업소 등에서 사용하고,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값, 아파트 관리비까지 냈다고 합니다. 정말 학부모로서 화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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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추첨일 온 가족을 동원하거나 오랫동안 줄서기 등 사립유치원은 입학부터 힘든 점이 매우 많다.(출처=KTV) |
사립유치원는 회계 비리뿐만 아니라 입학부터 힘든 점이 많습니다. 입학일이 거의 비슷해 동네의 여러 유치원에 모든 가족이 줄서서 기다리거나 추첨일에 동원되는 일 등이 그것입니다. 현장 추첨에 참여해야 하는 시스템을 고수하는 사립유치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자 애를 썼는데 ‘처음학교로’ 시스템 구축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년 사립유치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비난을 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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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들의 ‘처음학교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출처=KTV) |
2019학년도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 등록 수요조사를 한 결과 역시 예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든 국·공립유치원이 참여하는 것과 달리 사립유치원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처음학교로’ 시도교육청 공동TF를 담당과장급으로 격상하고 사립유치원의 참여 유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처음학교로’(https://www.go-firstschool.go.kr/)는 유치원 신입생 모집·선발·등록 등 입학 절차를 유치원 현장 방문 없이 온라인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공정한 입학관리는 물론 편의성으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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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처음학교로’ 신입생 모집 일정 및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출처=KTV) |
이에 정부에서는 유치원 유아의 모집·선발 방법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에 따라 관련 조례가 제정된 교육청(서울)은 관할 사립유치원 모두 ‘처음학교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시도교육청에서는 우선적으로 정원 충족률 90% 이상인 사립유치원부터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아모집이 이뤄지도록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중으로 모든 시도교육청이 ‘처음학교로’를 통한 유아모집·선발이 제도화되도록 시도별 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최대한 빨리 전체 유치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치고 여러 가지 사립유치원들의 횡포를 막는 방안이 확정되면 학부모들은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을 담보로 분노하고 걱정하지 않다고 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하루하루 발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