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후 아이를 어디에 맡길지 걱정이예요.”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가장 큰 고민입니다. 특히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의 하교 후나 방학이면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에 있을 때 아이들을 돌봐줄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방과 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하루 종일 학원을 돌게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가 밥은 제때 잘 먹고 있는지 걱정이 돼서 직장 생활에 집중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집안에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을 못 찾아 쩔쩔매던 경험도 맞벌이 부부라면 수없이 겪었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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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미국에 살던 당시 아이가 초등학교 하교 후 다녔던 ‘지역돌봄센터’는 우리나라의 ‘다함께돌봄센터’와 매우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
저 역시 맞벌이 부부로 11년 째 아이를 돌보고 있기에 이런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습니다. 직업 때문에 외국에 근무하던 때도 같았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모든 부모의 고민이 필요한 일입니다.
지난해 미국에 근무할 때는 매일 초등학교 하교 후 아이가 시간을 보낼 곳을 찾느라 한동안 분주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초등학생인 만 12세까지 아이가 혼자 있게 하는 게 불법(아동학대)이라서 저희 부부는 퇴근한 후 아이를 찾아올 때까지 학교 옆 지역돌봄센터를 이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은 학교가 아닌 지역돌봄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시스템이 잘 돼있습니다. 학교가 끝난 후 지역돌봄센터의 선생님이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찾아와 모두 인솔해 갔는데 부모로서 매우 안심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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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돌봄센터에서 매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퇴근 후 부모가 데리러 올 때까지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물론 무료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돌봄교실 보다는 비용이 들긴 했지만, 지역에서 운영하는 만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들이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다함께돌봄센터’입니다.
현재는 적은 숫자지만,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1800곳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12곳인 '다함께돌봄센터’를 연말까지 20곳으로 늘린 뒤 내년에는 200곳, 2020년에는 400곳을 추가하는 등 2022년까지 총 18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다함께돌봄사업은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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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다함께돌봄센터가 시행돼 학부모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가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 자녀를 키울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급할 때 돌봐줄 사람 찾기가 어렵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동안 지속적인 보육 및 돌봄서비스를 확대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인프라 등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지역 주민의 수요와 지역 자원 등을 고려한 맞춤형 돌봄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해 도입한 것이 바로 다함께돌봄사업입니다. 다함께돌봄사업은 기존의 지역공동체 자원을 활용하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지역 수요와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돌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필요한 때, 가까운 곳에서 친인척 수준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다함께돌봄센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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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돌봄센터에서는 공공시설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출처=서울시) |
다함께돌봄센터는 올해 10월 현재 서울 노원구, 부산 사하구, 전북 익산시, 경남 창녕군 등에서 12개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센터, 복지관, 도서관, 보건소 등 공공시설이나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등 지역 주민의 접근성이 높고 안전한 개방 시설의 가용공간 등을 리모델링해 활용합니다.
또 지역 내 자원봉사, 교육 기부, 노인 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 맞춤형 초등돌봄체계’로 운영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다함께돌봄사업 확대를 통해 영유아 대비 부족한 초등돌봄 지원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공적 돌봄 이용률을 보면 영유아의 경우 68%에 달하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12%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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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시설의 체육관을 이용해 체육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다함께돌봄센터’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았다.(출처=서울시) |
‘다함께돌봄센터’는 단순히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공부와 독서도 할 수 있으며, 여러 지역 시설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함께돌봄 사업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온 마을이 나서서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것입니다. 아이를 돌보며 마을 공동체도 살아나는 일석이조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 다함께돌봄센터도 그 해답 중 하나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하루하루 발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