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우리 동네에 작은영화관이 들어섰다. 주민들은 너도나도 개관식에 모여들었고, 아이들은 영화관 위층 만화방에서 낄낄대며 만화책을 읽거나 피규어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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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에 동네에 들어선 작은영화관 ‘화순시네마’. |
올 초 화순군에 작은영화관 ‘화순시네마’가 개관해 운영에 들어갔다. 2개 상영관, 124석 규모로 말 그대로 작은 영화관이지만, 연중무휴로 매일 5∼6편 최신 개봉작을 상영하고 있다.
관람료는 일반 6000원, 65세 이상 및 청소년은 5000원으로 일반 영화관에 비해 40%가량 저렴하다. 전남 지역에서는 장흥, 고흥, 진도, 완도, 곡성에 이어 6번째 작은영화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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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은 작은영화관 개관으로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
지난 1981년 화순 신안극장이 문을 닫은 지 37년 만에 주민들은 다시 극장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개봉 영화 한 편 보려면 버스를 타고 광주까지 나가야 했던 주민들은 작은영화관을 아지트이자 약속 장소로 만들었다. 이는 작은영화관을 위탁 운영하는 ‘작은영화관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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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생활을 위해 조성한 무료 만화방은 청소년들에게 인기이다. |
주말이면 아이들은 근처 공원에서 맘껏 뛰어놀고,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영화 한 편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11월 초 누적 관람객이 벌써 5만 명을 돌파했으니 성공한 셈이다
2018년 작은영화관 하나가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시켰다. 내세울 만한 문화시설이 없었던 동네에 영화관이 인기를 얻자 주민들은 늦은 시간까지 개방하는 도서관이나 미술관 등이 더 들어오길 은근 기다리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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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전시관 또한 주민들에게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마침 정부의 생활 SOC 지원 소식이 들렸다. 아이가 아파도 야간 병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엄마들은 입원실 있는 소아과가 생기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농촌마을 지원으로 생활 인프라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에 벌써 동네가 리모델링된 것처럼 들떠있다.
채린 엄마라고 밝힌 한 주부는 “귀농한 지 3년째다. 동네에 문화센터나 무료강좌를 배울 수 있는 기관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사진을 좋아해 도시에 살 때는 무료 사진강좌를 듣거나 미술관을 자주 방문했는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없다. 문화재가 많은 지역이라서 내세울 만한 미술관이 들어오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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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시네마 위층 만화방은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화순읍 만연리에 거주하는 김 모(33) 씨는 “얼마 전 아이가 고열로 아팠는데, 병원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근처에 화순 전남대 병원도 있고, 요양병원도 많은데, 입원실 있는 소아과 하나가 없다. 순간 이 동네에 계속 살아야하나 고민했다. 광주 기독교병원까지 열이 펄펄나는 아이를 안고 가면서 많이 울었다. 우리 동네 입원실 있는 전문 소아과가 생기는 게 모든 엄마들의 바람이다” 라고 전했다.
“요즘 주민들이 미세먼지에 민감한데 아이들은 물론 어르신들도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 차단 숲도 조성되면 좋겠다. 다만, 예산이 지원되면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예산 지원은 환영하지만 보여주기식 사업은 안 된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한 주민의 목소리는 제대로 된 우리 동네 편의시설 확충이 얼마나 절실한지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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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 |
정부는 농촌마을 1300여 곳의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어촌뉴딜 300’ 사업으로 2022년까지 어촌·어항 300여 곳을 현대화해 해양관광 활성화와 어촌의 재생·혁신성장을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관계기관 등과 집행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생활 SOC 정책을 살펴보면서 바란다. 마음껏 여가생활 즐길 수 있고, 아이들도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 달라고. 우리 동네를 잘 부탁한다고!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현숙 happy04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