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서 시댁에서 살았던 필자는 분가할 때를 대비해 주택청약예금에 가입했다. 그때가 2000년이니 벌써 18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는 꿈에 부풀어 수시로 통장을 쳐다보면서 흐뭇해하곤 했다.
그러다가 2006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급하게 소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래서 은행에 청약예금통장을 들고 가서 해지하려고 했다. 그런데 은행 직원이 소형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어도 청약 1순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자도 시중 예금 금리보다 높으니 통장을 갖고 있는 게 이익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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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제 75%, 무주택자 우선 공급.(출처=KTV) |
2017년 통계청이 공개한 ‘행정자료를 활용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4%가 무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국민의 여건을 반영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더 공정하게 추첨할 수 있도록 12월 11일부터 청약제도가 바뀌었다.
9.13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신규 주택을 우선 공급한다. 입주자 선정 시 추첨제 물량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추첨제 물량 25%는 유주택자가 입주 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에 한해서 공급한다. 즉, 추첨제 물량 100%가 무주택자를 위한 것이다.
앞으로는 유주택자의 직계존속은 부양가족 가점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택을 소유한 부모나 자녀가 있다면 부양가족에서 가점을 받지 못한다. 반면에 형편이 어려워서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세대주의 무주택 동거인 사위, 며느리에게는 청약자격이 부여된다. 또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까다로워진다. 현재 무주택자여도 신혼기간 중 주택을 한차례라도 보유한 경험이 있다면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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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지고 있는 청약예금통장. |
필자는 85제곱미터(m2)를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예금통장을 가지고 있다. 기간이 오래돼 늘 청약 1순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2월 11일부터 바뀐 청약제도에 대입해 보니 현재 소유한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는 한 1순위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그동안 집안에 묵혀둔 청약예금통장을 갖고 거래은행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다. 과거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으로 나뉘어져 있었던 청약 관련 예금이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돼 있었다. 과거에 가입했던 예금은 가입자가 해지하지 않는 한 가입 당시의 조건이 유지된다. 청약 1순위가 아니어서 그렇지 청약예금통장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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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으로 나뉘어져 있던 청약 관련 예금이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됐다. |
은행 직원은 필자에게 두 가지를 알려줬다. 기존 청약예금통장을 유지하거나 변경하는 선택지가 있다.
기존 청약예금통장을 유지하면 현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서 청약 1순위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먼 미래에 주택 공급 사정에 따라 조건이 바뀌어서 청약 1순위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기존 청약예금통장을 변경해서 85제곱미터(m2)가 넘는 민영주택을 청약받을 수도 있다. 민영주택은 1순위 청약자 내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가점제가 적용된다.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주택청약통장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합산점수가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필자는 현재 주택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최고점인 17점을 받을 수 있다. 일단은 기존에 가입한 청약예금통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2006년 이전에 전세집을 전전했던 경험이 있어서 무주택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내가 가진 청약통장 쓸모가 덜해지긴 했지만, 주택 실소유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으로 새해엔 자기 소유의 집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리란 생각에 한편으론 마음이 훈훈해진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을 바꾸는 정책으로 세상과 소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