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로 결제를 했다. 영등포역이 ‘제로페이존‘이라고 해서 그곳을 찾았다. 결제는,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그 가뿐함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니, 그 모습을 본 직원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분명하다. 난, 신문물을 새로 접하는 구시대 사람의 모습이었을 거다.
‘수수료 제로’를 강조하는 ‘제로페이’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서울페이를 도입했으며, 경상남도를 비롯해 부산시, 인천시, 전라남도 등도 동시에 시범운영을 실시 중이다. 제로페이 이용이 활성화되면,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은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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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의 한 매장에서 제로페이를 결제하고 있는 모습. |
일전에 제로페이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방문했을 때다. QR코드가 들어오지 않아 바코드로만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제로페이는 이용자가 가맹점 내 QR코드를 인식하는 형태로만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다. 제로페이가 결제가 가능한 집을 만나니 몹시 반가웠다. 입구에 제로페이 가맹점이라는 스티커가 부착되지도 않았건만, 매장에 들어서니 계산대 옆에 QR코드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는 마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혼자만의 무기를 획득한 기분이었다.
네이버 페이를 통해 결제를 시도했다. 앱을 연 후, 오른쪽 상단에 작게 보이는 QR결제를 클릭한다. 네이버 페이 사용자라면 알고 있을 비밀번호를 누른다. 곧바로 뜨는 화면에 매장의 QR코드를 대고, 결제 금액을 직접 입력한다. 이 과정은 5초가 채 안 걸렸고, 바로 통장에서 자동으로 결재된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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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수수료 없는 결제 서비스이다.(출처=중소벤처기업부) |
생각보다 조작이 간단하고, 예상보다 빨랐다. 이는 물론 네이버 페이를 사용하는 사람에 한해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은행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개인계좌에서 금액이 바로 이체된다.(은행 페이 가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간편결제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엔 먼저 본인의 은행계좌를 결제 앱에 등록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등록해 쓰는 기존 간편결제와 달리 계좌에서 결제금액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앱을 평소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라면, 앱을 깔고, 계좌 입력, 본인인증, 간편결제 비밀번호 입력 등의 몇 가지 절차를 거치면 된다. 물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세팅해 놓으면 추가로 신경 쓸 일은 생기지 않는다.
제로페이의 최대 장점은 소상공인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가 0원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시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제로페이, 소비자 버전의 장점을 알아봤다.
무엇보다 40%의 소득공제 혜택이다. 이는 15%인 신용카드와 30%인 체크카드에 비해 월등한 혜택이다. 일례로, 연봉 5000만 원이 직장인이 2500만 원을 소비했다면 연발정산으로 약 79만 원을 환급받게 된다.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경우보다 48만 원을 더 돌려받는 셈이다. 이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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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BI & QR코드.(출처=중소벤처기업부) |
뿐만 아니다. 각종 서비스 혜택도 주어진다. 네이버 페이와 페이코는 첫 결제시 1000포인트를, 케이뱅크는 5000원의 캐시백을 지급하며,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입장객에게 30% 할인을 받는다.
또한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교향악단 티켓 결재시 10∼30% 할인을 비롯해 서울대공원 입장료와 공공주차장 할인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보조금 등 공공자금 집행에도 제로페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한다.
제로페이, 쉽게 말하면 수수료를 없앤 결제 시스템이다. 소비자 계좌에서 소상공인 계좌로 직접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라면 은행은 결제플랫폼 사업자에게 이체 수수료를 받고, 결제플랫폼 사업자는 가맹점(편의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만,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들이 업무협약을 체결해 모든 발생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수수료 0원이 가능해졌다.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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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40%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출처=서울시) |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이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활용이 중요하다. 많은 소비자가 제로페이 결제를 찾는다면, 판매자는 이를 활용할 것이며, 자동으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제로페이 결제의 성공적인 확산 여부는 가맹점의 선호 여부가 아닌 고객의 사용 여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용카드와 달리 계좌에 항상 잔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아쉽지만,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실질적 이득이 높은 것은 제로페이가 분명하다.
제로페이는 제로페이 표시 스티커가 부착된 가맹점에서 쓸 수 있으며,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bhc,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26개 프랜차이즈 직영 매장 등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보다 빨리, 보다 많은 가맹점이 생겨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제도로 자리잡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