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필자의 장모님은 페암으로 돌아가셨다. 생존율이 낮은 폐암이기에 필자는 마지막 희망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해서 이 병원 저 병원 문의도 해보고 암환우 카페도 가입해서 정보를 얻고자 했지만 헛수고였다.
필자 역시 암으로 투병생활을 한 바 있고, 지금은 다행히 완치가 됐다. 암환우 카페에 들어가 보면 간혹 임상시험에 참여해 5년 생존율을 넘긴 분들의 수기가 올라와있다. 이렇다보니 말기암 환자들과 보호자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희망을 거는 게 임상시험 참여다.
 |
임상시험은 의약품 등이 출시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출처=뉴스1) |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의약품, 의료 기기, 기능성 화장품 등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획기적인 신약 등은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가 불가능했던 영역에서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함으로써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면 의료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1회 투여에 몇 백만 원씩 하는 신약도 무료로 처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임상시험의 폐쇄성 및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다 보니 임상시험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
지난해 8월 열린 세계 제약산업 전시회 ‘CPHI korea 2018’을 찾은 관람객들이 각종 식·의약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출처=뉴스1)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17일, 기업들로부터 총 19건의 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제도이다. 유망산업·기술이 규제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도록 규제를 없애주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선 허용, 후 규제’ 형태다.
신청 건 중 개인적으로 눈에 확 띈 실증특례(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규제를 면제) 신청기업이 있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올리브헬스케어’였다. 임상시험 참여자 중심의 임상정보 제공으로 참여자들이 올바르고 편리하게 임상시험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 임상시험 지원 플랫폼 서비스’ 과제를 신청했다.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지하철과 신문으로 광고가 제한됐던 임상환자 모집을 모바일로 확대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5년 돈벌이 수단으로 임상에 무분별하게 참여하는 ‘마루타 알바’ 문제가 불거지자, 임상환자 모집 광고를 신문과 지하철로 제한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jpg) |
임상시험 스마트폰 앱과 임상시험.(사진=올리브C) |
올리브헬스케어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연구지원 과제로 선정돼, 이미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을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스마트폰 앱 서비스 ‘올리브씨(AllLiveC)’를 운영하고 있다.
올리브헬스케어 이병일 대표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임상시험 앱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아들이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 임상시험을 받고 싶어도 아이에게 맞는 임상시험 정보를 얻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참여하고자 하는 임상시험이 어떤 내용이고 또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없어 답답했다. 보호자로 겪었던 이런 불편함이 앱 개발로 이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CPHI korea 2018’에 전시된 각종 의약품들.(출처=뉴스1) |
이어 “그동안 각종 규제 등으로 모바일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진척이 안돼 어려움이 많았다. 사업을 접을 생각도 했는데 이번 실증특례가 적용되면 사업 수행에 탄력을 받게될 것” 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향후 디지털 시스템 기반의 임상시험 모집이 정착된다면 참여자뿐 아니라 임상시험 실시 기관, 제약사, CRO 등 임상시험 업계 전반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