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10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기획전부터 사적지 탐방 등 전국민이 100주년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꾸렸습니다.
수많은 행사 중에 단연 백미(白眉)는 ‘독립의 횃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전국민이 참여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처럼 42일간 전국 22개 지역에서 횃불 봉송이 진행됩니다. 규모도 참가 인원도 가장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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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횃불에 참여했던 국민주자들. |
독립의 횃불은 지난 1월부터 2월 초까지, 온라인 공모와 지방보훈청 추천을 통해 2019명의 국민주자를 선정했습니다. 독립유공자 후손과 역사를 사랑하는 아이돌 출신 청년, 1936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선수의 조카 손녀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여했습니다.
지난 1일, 서울에서 42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됐습니다. 서울에서는 배우 최불암, 홍지민 씨, 정세균 국회의원, 김구 선생의 증손자 김용만 씨 등 총 100명의 주자가 함께했습니다. 독립의 횃불은 3·1절 중앙기념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청년 국민주자 21명과 문재인 대통령, 임우철 애국지사가 함께한 출정식. 문재인 대통령은 임우철 애국지사로부터 건네받은 횃불을 청년 단장에게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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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횃불 출정식.(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이와 동시에 뒤에 자리잡고 있던 청년 국민주자들이 일제히 횃불을 밝혔고, 기념식장 밖으로 뛰어가며 독립의 횃불 출정식을 알렸습니다. 기념식장에 참석한 국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화답했습니다.
출정식을 마친 청년 국민주자 21명은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울 횃불 국민주자들과 함께 대형 태극기를 앞세우고 행진했습니다. 보신각까지 국민주자와 일반 시민들 약 500명 가까이 운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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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횃불 봉송 모습. |
너나 할 것 없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쳐가며 보신각까지 이동하는 동안, 반대편 버스에서는 신기하다는 듯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고, 또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국민주자들에게 먼저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표현방법은 달랐지만, 3·1운동 100주년을 생각하는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20분 정도 행진하니 서울 종료 지점인 보신각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의 수많은 장소 가운데 왜 보신각을 선택했을까요. 보신각이 탑골공원과 함께 3·1운동의 중심지이자 임시정부 중 하나인 한성정부를 선포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3·1운동과 역사적으로 관련 깊은 곳 중 하나이기에, 보신각을 종료 지점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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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까지 행진했던 독립의 횃불 국민주자들. |
서울에서의 독립의 횃불은 임시 점화대에 횃불을 밝히는 퍼포먼스로 끝이 났습니다. 이후 주자들끼리 100주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남겼습니다. 친구와 함께 참여했던 경우가 많았는데 일가족이 함께 독립의 횃불 국민주자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독립의 횃불 출정식부터 보신각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했던 조수연(24) 씨는 “100년 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세를 외친 순국선열의 정신을 느낀 것 같다”며 “횃불을 조금 들었을 뿐인데도 팔이 아픈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는 얼마만큼의 고통을 느꼈는지 짐작만해도 가슴이 아려온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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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횃불 전국 릴레이’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횃불을 안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습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조 씨는 또 “3·1운동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 남은 독립의 횃불 여정에 깊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정식에 최연소로 참여한 양승빈(16) 군은 3·1운동 당시 독립운동가의 뜻과 정신을 느껴보고 싶어 독립의 횃불에 지원했습니다. 출정식 리허설을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본무대에 올라가니 모두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아 매우 떨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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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불끈 쥔 양승빈 군.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꿈이랍니다. |
양 군은 “제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3·1운동을 떠올리면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을 위해 순국한 독립운동가를 생각한다면, 절대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군은 “독립운동가들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마음을 새길 수 있었다. 앞으로의 미래 100년은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함으로써 선조들이 물려준 나라를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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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고(故) 윤오례 독립운동가의 대통령 표창을 아들 유재형 옹(왼쪽 첫번째)이 수여받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양윤서(18) 양을 만났습니다. 양윤서 양은 양승빈 군의 누나이기도 하고 어머니 류금희 씨와 아버지 양찬우 씨 모두 독립의 횃불 주자로 참여했습니다. 일가족 모두 횃불을 든 셈입니다. 양윤서 양은 소감을 묻는 대답에 “증조할머니의 독립정신을 계승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서 양의 증조할머니는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독립운동을 벌였던 고(故) 윤오례 독립운동가입니다. 작년에 독립운동 공적이 인정돼 제89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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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횃불 서울 국민주자들과 함께. |
정의롭지 못한 것에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아이캔스피크’와 ‘허스토리’ 등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한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챙겨봤다는 양윤서 양. 역사교사를 꿈꾸면서 독립운동을 공부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증조할머니의 활약상도 배우게 됐다고 합니다.
양윤서 양은 증조할머니인 고(故) 윤오례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정의’와 ‘독립’만을 추구했던 증조할머니를 본받아 꼭 역사교사가 되고 싶다”며 “횃불을 들면서 과연 증조할머니는 독립운동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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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식부터 보신각까지 모두 참여했던 양윤서(오른쪽 세 번째) 양.(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서울을 떠난 독립의 횃불은 인천을 거쳐 각 지역에서 선정된 국민주자와 함께 횃불을 밝힙니다. 저마다 사연과 느낀 점은 다르지만, ‘독립의 정신’을 본받는 마음은 같습니다. 4월 11일 다시 서울로 오는 그 순간까지 국민이 참여하는 독립의 횃불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런 사회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