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5일째 찾아간 기강(치장)은 임시정부 이동 시기에 해당된다. 임시정부의 마지막 목적지인 중경(충칭)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다.
이곳엔 임정 청사터가 남아 있지 않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과 그 가족들이 유주(류저우)에서 이곳 기강 임정 청사로 옮겨 온 시기는 1939년 4월로 1940년 9월까지 이곳에서 약 1년 반 머물렀다.
2008년 도시개발정책에 따라 임정 청사가 있던 타만가 83번지 일대가 대규모 주상복합 단지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임시정부가 머문 1년 반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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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 임시정부 구지로 추정되는 타만가 일대의 변화된 현재 모습. |
임시정부 흔적을 찾아 맨 먼저 방문한 곳은 기강박물관. 말 그대로 기강의 역사와 문화 등을 전시하는 시립박물관 격의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대형 공룡 화석도 전시돼 있다. 기강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 한 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과 요인들에 대해 정리한 한국전시관이 있다. 아쉽게도 탐방 기간, 한국전시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돼 임시정부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갖지 못했다.
다른 임정 기념관들과 달리 일반 박물관에 임정 관련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강박물관은 다른 임정 유적지와는 특이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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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강박물관 전경. 리모델링 중이라 한국 전시관은 찾아보지 못했다. |
이어 방문한 곳은 김구 선생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이동녕 선생의 거주지였다. 초대 임시정부 주석(이후 4번이나 주석을 역임)을 역임한 석오 이동녕 선생의 생애 마지막 거주지다. 1940년 이곳에서 72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약간 경사진 면에 위치한 단층짜리 낡은 건물엔 현재도 사람이 거주하는 듯하다. 낡은 건물 벽에 걸린 빛바랜 ‘한국임시정부주석 이동녕구거유지’ 라는 표지판이 없었다면 이곳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주석이 거주하던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초라한 모습의 구가옥이다.
건물 너머로 보이는 현대식 대형 종합병원 건물과 바로 옆에 완공을 거의 앞둔 고층빌딩 두 채의 당당함에 대비가 돼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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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녕 선생 거주지. |
이동녕 선생은 독립운동계의 큰 어르신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적 지주이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주도하는 등 임시정부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임종하는 순간까지 의정원 의장, 국무총리, 국무위원, 주석 등의 중책을 맡아 어려운 시기의 임시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한국독립당, 한국국민당 당수로 정당 통합 운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지기가 되겠다고 임시정부의 문을 두드린 김구를 경무국장으로 올린 게 이동녕 선생이다. 이후 기강 시기까지 김구 선생을 이끌어줬다. 상해 시기부터 20년의 시간, 임시정부의 ‘임시’를 떼는 게 목표였던 큰 어르신의 죽음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민족이 흩어져 있을 때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기강에서는 중경 시대를 대비한 다양한 활동도 펼치게 된다. 중국 국민당 주석 장개석(장제스)은 중국 각지에서 산재해 펼치던 독립운동이 통합돼야 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며 통합을 요구했다.
이에 1939년 8월, 독립운동 단체의 통일을 위한 '한국혁명운동 7단체회의'가 기강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념이 서로 달라 7당 통합은 실패를 하게 되지만, 3당(조선혁명당, 한국독립당, 한국국민당) 통합을 합의하고 이듬해 한국독립당을 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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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기강 시기에 대해 설명을 하는 박광일 여행작가. 담벼락에 이동녕 선생 거주지 표지가 있다. |
기강 시기인 1939년 11월 17일에는 순국선열의 날도 제정했다. 이날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늑약(1905년 11월 17일)이 체결된 날이다.
아울러 김구 선생은 1940년 10월 대한민국 주석으로 선출됐다. 그동안 임정의 잦은 이동으로 국무위원이 서로 돌아가면서 맡았던 윤회주석제가 막을 내리게 되고 국내외 모든 책임과 권한을 지닌 국무회의 주석으로 선출된 것이다.
이제, 이동 시기도 막을 내리고 있다. 임시정부가 태어났던 1919년부터 따지자면 이제 막 20대에 접어든 시기기도 하다. 그리고 임시정부가 그토록 염원했던 우리나라의 독립을 맞았던 마지막 임시정부 시절, 중경 시기가 임정 요인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