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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1주년에 떠난 고성 DMZ 여행

[봄 여행주간 ①] 4월 27일부터 고성 ‘DMZ 평화의 길’ 개방… ‘평화’를 되새기며 고성 지역을 돌다

2019.04.29 정책기자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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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불로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 이곳에 ‘DMZ 평화의 길’이 열렸다. DMZ 평화의 길은 한국전쟁 이후 65년 동안 민간의 출입이 제한돼 왔던 곳으로, 비무장지대(DMZ) 내부와 연결된 둘레길을 조성해 4월 27일 강원도 고성을 필두로, 철원, 파주 지역을 개방할 예정이다.

마침 4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봄 여행주간이다. 또 4월 27일은 남과 북이 판문점에서 만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기약했던 판문점선언이 꼭 1주년이 되는 날이다. 판문점선언을 이틀 앞두고 12일간 강원도 고성으로 의미 있는 발걸음을 했다.

고성 통일전망대. 해발 70m의 고지 위에 14m 높이인 통일전망타워에서는 맑은 날 금강산까지 내다보인다.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는 맑은 날 금강산까지 내다보인다.

DMZ 남방한계선이 만나는 전망대에 서자 북녘땅이 손에 닿을 듯 눈앞에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이 바라다 보이는 곳! 판문점선언 1주년을 앞두고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서자 감개무량함과 애잔함이 밀려왔다.  

고성은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고성군은 군 내에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북 고성군은 북한으로, 남 고성군은 남한으로 나눠진 채 60여 년의 세월을 지나고 있는 곳이다.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국제협약에 의해 무장이 금지된 DMZ를 방문하려면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내의 공간이되 신고를 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장소이다. 군인들이 지키는 출입구를 지나려니 저절로 긴장감이 잠시 찾아왔다.  

1983년 138일간 진행됐던 이산가족 찾기의 기록.
통일전망대 내 1983년 138일간 진행됐던 이산가족 찾기의 기록.

첫 고성 방문에 처음으로 찾은 곳은 고성 통일전망대였다. 지난해 12월 고성통일전망타워가 개관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통일전망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1983년 당시 138일에 걸쳐 진행됐던 이산가족 찾기의 역사가 사진으로 남은 전시전이었다.

가족을 애타게 찾는 이들이 한 자 한 자 손으로 적어 내려간 사연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메어왔다. 이들이 견뎌온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평생 동안 그 상처에 굳은살이 베고 다시 상처가 나는 일을 얼마나 수없이 반복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통일전망대에 오르자 아름답고도 시원스런 해안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감탄만으로, 여행의 즐거움만으로 끝낼 수 없는 묵직한 단상들이 풍경 속에서 마음으로 쉴 새 없이 흘러든다. 이산가족이 있는 것도, 고성에 살았던 적도 없으나 태생적으로 나는 한민족임이 자각되는 순간이었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의 모습.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의 모습.

통일전망대 옆에는 6.25전쟁의 참상과 당시의 상황을 자료로 체험할 수 있는 6.25전쟁체험전시관이 있다. 적이 되어 싸웠으나 결국 나와 너를 가릴 것 없이 한 사람의 장구한 역사들이 철모 하나, 수통 하나에 담겨 끝을 고했던 슬픈 이야기들이, 6.25전사자들의 유품에 담겨 전시되어 있었다.

6.25전쟁
6.25전쟁 당시 학도병과 경찰 유품.

발걸음을 옮겨 DMZ박물관으로 향했다. 같은 분단국이었지만 통일을 이뤄낸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박물관 입구 앞에 전시되어 있었다. 마냥 부럽고도 부러운 이들의 역사적 흔적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지구상에 유일하게 DMZ가 남아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란다.

고성에 위치한 DMZ박물관.
고성에 위치한 DMZ박물관.

DMZ는 서해안의 임진강 하구에서 동해안의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총 길이 248km의 군사분계선이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km를 지정, 4km의 공간에는 군대나 무기의 배치가 금지되어 있다.  

DMZ박물관에 전시된 독일의 베를린 장벽.
DMZ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독일의 베를린 장벽.

박물관에는 6.25전쟁 당시 시민들의 참혹한 모습과 전쟁의 상처들로 도배된 사진들과 당시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다.

품에 고이 간직했던 가족사진이 유품으로 남은 어느 국군의 이야기와 편지들이, 60여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보는 이들에게 애잔한 감정을 고스란히 불러일으켰다. 전쟁은 거시적인 이름하에 수행되었을지 몰라도 결국 사람, 누군가의 인생으로 귀결되고 마는 슬픈 이야기였다.

방문객들이 남긴 통일 기원글
방문객들이 남긴 통일 기원 글들이 빼곡하다.

DMZ박물관 내에는 방문객들이 평화를 꿈꾸며 써내려간 기원 글들이 빼곡히 채워진 평화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유심히 몇몇 글귀들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다 평화의 그날을 염원하며 결국 펜을 들어 몇 글자를 남겼다.    

2007년 한 번 운행을 마친 후 계속 잠들어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철도역 제진역을 방문했다. 북한 방향으로 단선 철도인 제진역은 2006년 남북출입사무소로 준공돼 2007년 경의선과 함께 시험운행 후 그대로 멈춰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제진 역.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제진역.

남북출입사무소는 남북이 외국이 아니기에 출국이 아닌 출경이란 표지판이 걸려 있다. 출경! 그렇다. 우리는 다른 이국 사람이 아닌 한 동포임이 이 두 글자에도 담겨 있었다. 선로를 바라보고 서니 서울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경원선의 최북단 마지막역인 월정리역의 상징 같은 그 글귀가 바로 생각났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분단된 이 국토에서 언제 꿈에 그리던 철도여행이 가능해질까? 철도로 남한에서부터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해지는 그런 멋진 여행이.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서울에서 베를린까지 가는 기차표가 실제가 되는 즐거운 상상을, 열차 없는 선로를 바라보며 해보았다.

제진 역에서 바라본 북녘 방향.
제진역에서 바라본 북녘 방향.

고성 DMZ 여행은 애잔하면서도 즐거운 기대감을 품게 했다. 고성이 분단의 아픔이 새겨진 슬픔의 장소가 아닌 희망의 장소로 부디 거듭날 수 있기를!

마음만큼 빠르진 않아도 평화의 시계추는 분명 미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남북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를 철수했고, 전사자 유해를 발굴을 함께 하고 있으며 개성의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만나고 있다.  

판문점선언 1! 우리가 좌절하지 말고 평화를 계속 꿈꾸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고성 DMZ 여행 12일간 가슴에 품었던 평화라는 두 글자의 무게는 점점 커졌고, 그 의미는 더욱 간절해졌다.

DMZ 평화의 길 신청 : 한국관광공사 여행누리집 ‘두루누비’(https://www.durunubi.kr/dmz-main.do)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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