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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4일 야근에서 주 3~4번 저녁 함께

[내 삶을 바꾼 2년 ③] 주52시간 근무제가 바꾼 일상

2019.05.09 정책기자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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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섯 살 된 아이는 요즘 아빠와 저녁에 자전거를 타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몇 개월 전까지 킥보드를 탔었지만 동네 형, 누나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고난 뒤 아빠와 함께 도전해 보겠단 용기를 냈다.

처음, 페달을 돌리는 법부터 시작해 멈추기와 방향 돌리기 등을 차근차근 아빠에게 배워가며 연습한 결과 최근엔 제법 자전거를 타고 아빠 뒤를 잘 따라간다. 종종 함께 나가 자전거를 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어느덧 평일 저녁의 소소한 행복이 됐다.

야간 라이딩을 위해 아이와 자전거에 안전등을 달고 있는 모습
야간 라이딩을 위해 아이와 자전거에 안전등을 달고 있는 모습.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우리 가족의 현재 모습에 나와 남편, 그리고 아이 모두 만족스럽다. 아이와 아빠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게 됐고, 그간 육아를 전담하며 많이 지쳤던 나에겐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저녁 시간을 이렇게나 알차게 보낼 수 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의 정시퇴근이었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우리 가족의 저녁 풍경이 지금처럼 달라지게 됐다.

몇일 전 저녁식사 후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기차세트를 아빠와 같이 조립해 완성하기도 했다.
몇일 전 저녁을 먹은 뒤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기차세트를 아빠와 같이 조립해 완성하기도 했다.

잠깐 과거를 회상해보자면, 출산 후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 문제 등을 이유로 복직에 실패했다. 아침마다 울며불며 붙잡는 아이를 떼놓고 직장에 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퇴근 시간이 늦어져 아이를 어디든 맡겨야 하는 상황에 여기저기 부탁 전화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또 어쩌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복직한 지 몇 개월 만에 그간 쌓아온 경력을 내려놓기로 했다. 언제 다시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당시 아이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에 없었다.

일주일 중 3~4일은 야근을 해야했던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도 딱히 해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퇴사 후, 직장을 그만두면 상황이 다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았다. 온종일 혼자 아이를 보는 것은 쉽지 않았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몇 번씩이고 찾아왔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잊어버리고 싶은 몇 해였다.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로켓 발사나 비행기 날리기 등을 하며 아빠와 아이가 보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로켓 발사나 비행기 날리기 같은 놀이를 한다. 아이는 아빠와의 추억을 하나둘 마음 속에 쌓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우리 가정엔 큰 변화가 생겼다. 일주일 중 3~4번은 꼭 같이 저녁을 먹고 있고, 아이는 식사 후 아빠와 집 앞 공원이나 놀이터에 가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게 됐다. 

전에는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고군분투하다 지쳐 함께 잠들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는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됐다. 

힘들고 불안했던 마음이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기쁨을 느끼고 있으며, 곧 새롭게 사회활동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마음에 의지가 생기고 있다.

다소 안정적인 상황이 돼 다시 일을 시작해보고자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소 안정적인 상황이 돼 다시 일을 시작해보고자 영어나 한국사 등 필요한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찾아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과거 주당 법정 노동시간이 68시간이었지만 52시간으로 단축한 법안이 통과된 결과다.

기존 노동시간인 68시간은 평일 40시간 + 평일 연장 12시간 + 휴일 16시간을 합한 것이다. 52시간은 평일 40시간 + 연장 12시간으로 총 16시간이 줄어들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의 경우 과거 매일같이 야근을 하던 때와 정시퇴근을 하는 지금의 급여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업무 성과 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뉴스에서 보도하듯 공짜 야근을 했다는 부정적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주 52시간 근무제가 가져온 결과로 인식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점이 있는가 하면, 사업장이 제도를 오남용하며 속출하는 문제점들도 있어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일생활 균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일생활 균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를 만들기란 당연히 어렵다. 그러나 가급적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 간의 합의를 도출해가며 최대한 다수의 국민들이 더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한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다행히도 우리 가정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일생활 균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저녁 있는 삶’이 곧 일상이 됐다. 제도의 보완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넘어 행복한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며, 이러한 변화를 계기로 정부가 점차 노동 조건의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한아름
정책기자단|한아름hanrg2@naver.com
더 깊게 느끼고, 질문하는 글쓴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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