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창경궁 앞이 평소와 다르게 시끌시끌하다. 시민들의 호응 속에 ‘시간여행 그날, 영조-백성을 만나다’ 공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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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앞 ‘시간여행 그날, 영조-백성을 만나다’ 공연 시작 장면. |
“그럼, 바로 오늘이 그날? 그렇지, 바로 오늘이 그날!”
이 별감과 김 별감의 주고받는 대화 속에 시민들과 배우들은 하나가 돼 200여 년 전, 궁궐로 함께 시간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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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앞 흥화문 입구. |
지난 4월 27일~5월 5일 5대 궁과 종묘에서 ‘제5회 궁중문화축전’이 9일간 열렸다. 조선의 건국이념이 담긴 법궁 경복궁, 가장 오래되고 임금님들이 가장 사랑한 창덕궁, 효심 가득한 아름다운 창경궁,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한 덕수궁, 경사스러운 일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경희궁! 그리고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사당, 종묘! 그 속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우리의 역사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궁중문화축전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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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임금께 ‘대학’의 내용 중 떠오르는 글귀를 아뢰는 세손의 공연 장면. |
매해 참여하는 궁중문화축전이지만, 올해는 더 특별했다. 정조대왕을 존경하는 초등학생 5학년 아들이 ‘시간여행 그날, 영조-백성을 만나다’에 직접 시민배우로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3월 18일부터 4월 2일까지 진행된 시민배우 모집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응모하는 등 뜨거운 관심이 있었다.
5월 5일 어린이날, 세손(어린 정조) 배역에 선정된 아들(황찬우)! 어린이날 역대 최고의 선물이라며 미리 받은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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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세손의 다정한 모습. |
정조대왕을 존경해서 그 긴 수원 화성도 직접 걸어서 몇 번을 보았고, 궁궐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매달 경복궁에서 한국어 청소년 해설사로 봉사하고 있는 초등학생 아들. 진짜 할바마마를 만난 듯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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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여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
창경궁 홍화문 앞에서 시작되는 ‘시간여행 그날, 영조-백성을 만나다’는 창경궁의 문정전, 함인정, 통명전, 명정전 등 여러 전각들과 옥천교를 배경으로 시민배우들과 전문배우들이 함께 영조의 다양한 업적을 재연하는 체험극이다.
왕과 왕후, 여러 대신들과 내관, 나인들이 완벽한 분장과 의복을 갖추고, 200여 년 전, 나라와 백성을 위해 탕평책, 균역법, 청계천 준설 등의 업적을 이뤄낸 영조의 일상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특히 올해는 영조의 계비를 간택하는 간택례, 왕비와 세자빈, 세손빈이 함께 하는 친잠례 등을 재연해 더욱 화려하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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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관광객 조나단과 그의 친구가 세손 역할을 한 아들과 찍은 기념사진. |
창경궁 문정전 앞에서 안내 내용을 관심 있게 읽고 있는 외국인에게 다가갔다. 프랑스인 조나단과 그의 친구는 어제부터 이틀간 한국의 궁을 둘러보고 있다고 했다. 사실 한국의 궁을 잘 몰랐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이 보고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궁중문화축전 기간인지 모르고 방문했다는 조나단. 한국의 궁에 대한 느낌을 묻자, “아름답고 훌륭하다!(Beautiful! wonderful!)”고 연방 외쳤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됐단다. 세손(어린 정조) 역할을 맡은 아들과 함께 사진도 찍으며 여행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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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외국인 커플이 즐겁게 보던 창경궁 통명전 간택례 장면. |
창경궁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 앞에서 공연을 보며 깔깔 웃는 모습이 즐거워 보이는 한 외국인 커플을 인터뷰했다. 어릴 적 스코틀랜드로 이민을 가서 한국어가 많이 서툰 이하은 씨와 남자 친구인 스코틀랜드 국적의 마이크 리스크(Mike leask)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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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그날, 영조-백성을 만나다’ 공연 장면. |
한국의 궁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는 마이크 리스크 씨는 “평소 궁에 왔을 때는 넓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았는데 오늘은 공연을 통해 한국의 전통 의복, 옛날 왕실의 모습, 전통 음식, 또 옛날 악기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이 축제 기간이 더 새로웠으며 공연을 볼 때 외국어 서비스도 되면 더 좋겠다는 바람까지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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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족이 함께 와서 자녀가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
벌써 5회째를 맞이한 궁중문화축전이기에 외국인들의 시각이 무척 궁금했다. 궁에서 만난 외국인들 대부분 땡볕에서도 오래도록 영상, 사진 촬영을 하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보였다.
잔디에 자리를 잡고 마치 집안에서 TV를 시청하듯 비스듬히 눕거나 앉아서 편안하게 공연을 보는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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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궁둥이와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는 관람객들. |
어린이날이라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들이 평소보다 궁에 많았는데 궁 서포터즈인 궁둥이들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면 스탬프를 받는 재미에도 흠뻑 빠져 있었다. 스탬프를 모두 찍은 아이들에게 주는 기념품 창경궁 자석을 받기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궁은 이렇듯 아주 오래된 역사적 공간이지만, 현재 우리 곁에 언제나 존재하는 매우 친숙한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궁중문화축전을 통해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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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손 역할을 맡은 아들. |
아들도 궁궐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즐기는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우리 문화가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진짜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궁은 우리 삶의 일부이며, 궁이 가진 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꼭 알리고 싶어졌다는 아들! 5월 5일 최고의 어린이날을 보냈다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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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함인정에서 공연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
제5회 궁중문화축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5대 궁과 종묘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궁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 우리의 삶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매개체이다. 이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역사라는 과거 속에만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이번 궁중문화축전 기간처럼 더 많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고, 적극적으로 궁을 즐겨보자! 궁에서 누리는 전통문화와 함께 우리의 일상은 풍요로워질 것이며 더욱 그 가치가 빛날 것이다.
Carpe Diem!
일상을 여행하듯이 보고, 듣고, 느끼며,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