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농민으로 살아온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벼부터 방울토마토, 딸기, 배추 등 많은 작물을 재배했습니다. 시골에 가면 늘 농사를 짓고 있는 할아버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적, 명절 때 찾았던 시골. 할아버지는 방울토마토에 계속 물 같은 액체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지금 물 뿌려요?” 라고 여쭤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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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매달린 방울토마토. |
그러자 할아버지는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건 ‘농약’이라고 하는 건데, 나무가 아프지 말고 쑥쑥 자라라고 뿌려주는 거란다. 송연이가 아플 때 약을 먹는 것처럼 토마토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농약을 줘야 한단다.”
농약은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이므로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 들었던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작물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농약이 필요하며 사용법에 따라 희석해서 사용하면 안전합니다.
농작물에는 병충해를 막아주지만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는 농약. 최근 농산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수입량도 증가하고 있어 농약의 안전관리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데요.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이하 PLS)’를 전면 도입함으로써 농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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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진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영농현장 방문. |
PLS는 농산물 재배과정에서 사용이 허가된 농약들만 ‘잔류허용기준’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일률적으로 잔류허용기준을 0.01ppm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0.01ppm은 물 100톤에 농약 1g을 넣었을 때의 농도로 불검출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현재 PLS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 농산물, 수입 농산물을 사용한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식탁에 올라가는 대부분의 농산물이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농약 오·남용을 방지하게 되므로 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합니다.
궁극적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게 돼 우리 농산물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소비 또한 증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소규모 재배 농작물에 대한 사용가능한 농약의 추가 등록과 교육·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농촌 고령화로 인해 용어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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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
PLS 시행 6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6월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촌진흥청은 PLS가 현장에서 잘 적용되고 있는지, 또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영농현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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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명 농민의 애호박 비닐하우스. |
먼저 애호박을 재배하고 있는 박희명 농민의 애호박 비닐하우스를 찾았습니다. 그는 PLS 시행 이후 “애호박 농약이 없어 농사꾼은 당장 다급해졌다”며 애로사항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확인한 결과 애호박은 호박에 등록된 농약을 같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PLS에 대해 100% 이해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있어 이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합니다.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향후 농민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시켜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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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구 농민의 토마토 비닐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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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고 있는 방울토마토들. |
다음으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한복구 농민을 만났습니다. 그는 이미 등록된 농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PLS 시행 이후에 쓰던 약을 그대로 써도 문제가 없다며, 기준도 맞추고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까지 받아 상품판매가 활발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인근 농가들과 함께 농약 PLS에 대한 회의를 매월 1~2회 갖고 있다는데요. 그는 “PLS의 시행 목적과 취지에 대해 매우 동감한다”며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일조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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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를 확인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동호 과장. |
현재 PLS에 등록된 농약은 500여 종. 농촌진흥청에서 직권 또는 농약 회사에서 실험한 자료를 제출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체에 안전한 수준 이내에서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게 됩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 단계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시·도에서는 유통 단계에서 농약이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철저히 검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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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과 한복구 농민의 대화. |
올해부터 시행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고령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홍보와 교육만 좀 더 더해진다면 농민들은 안전하고 좋은 농산물을 재배해서 좋고, 소비자는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먹을 수 있어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정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행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싶은 대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