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초여름 밤, 더위를 날릴 가장 시원한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의 숨결이 담긴 고궁에서 즐기는 풍류! 명인의 연주로 우리 소리를 찾는 시간. 듣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지 않은가.
지난 달 24일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덕수궁 풍류’가 덕수궁 정관헌에서 펼쳐졌다. 도심 속 옛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덕수궁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시작 전부터 대기 줄로 북적였다. 5~10월 금요일 저녁 7시에 시작되는 소리판, 굿판 공연은 명인들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공연이다. 그 풍류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jpg) |
대금산조 연주로 공연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이날은 시대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예술혼, 이생강 명인이 선사하는 공연이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이생강 명인의 공연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공연이 아니다.
이생강 명인은 본격적인 연주에 앞서 관객들이 전통악기와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소금, 단소, 퉁소, 피리, 대금 등의 관악기 쓰임새와 특징을 차례로 설명해주었다.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악기의 고유 소리도 잔잔히 들려주었다.
.jpg) |
이생강 명인이 악기 소리와 쓰임새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5살 때부터 악기 소리를 내기 시작해 현재까지 79년째 연주 중인 명인의 대금산조 연주는 남달랐다. 명인의 연주 소리가 달밤 새 울음소리보다 더 청아하게 들려왔다.
이후 장단에 맞춰 아쟁, 피리, 가야금이 어우러져 뱃노래, 창부타령 등의 경기민요가 흘러나왔을 때 삶의 희로애락이 녹여진 선율을 느낄 수 있었다. 추임새를 넣으며 전통 소리판에 담긴 얼을 함께 나누었다.
.jpg) |
이생강 명인이 독주로 대금산조 본연의 소리를 내고 있다. |
이생강 명인의 공연이 끝날 즈음 명인과 또 다른 명인의 콜라보가 시작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교육조교인 김묘선 명인의 ‘소고춤’이 모든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명인의 소고춤 역시 평생 살면서 보기 힘든 공연 중 하나인데 숨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공간에서 명인의 소고춤을 감상할 수 있었다.
.jpg) |
김묘선 명인이 이생강 명인의 소리장단에 맞춰 소고춤을 추고 있다. |
두 명인의 공연. 이를 바로 ‘환상의 콤비’라 하는구나 싶었다. 지금도 그 분위기 속 명품공연의 여운이 남는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무언가에 대해 값을 매길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가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공연이 그런 공연이라는.
또한 고종황제의 연회장이었던 정관헌에서 달밤 분위기 속에 취해 소리판을 즐기니 왕실 특별석에 초대받아 온 기분이 들었다.
.jpg) |
민요에 추임새를 넣으며 관객과 하나되는 모습. |
특히 올해는 국민과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전통예술공연 문화 정착을 위해 4회 이상 관람한 관객에게 ‘풍류愛(애)’ 라는 자격을 부여하여 덕수궁 풍류 관람 기념품 및 VIP 좌석 확보, 재단 공연 관람표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매주 품격있는 공연을 관람하고 ‘풍류愛’ 스탬프를 덤으로 받아가는 취미가 생긴 한 매니아 관객이 자랑스럽게 내보인 스탬프 표이다. 앞으로도 무더운 한여름 밤을 풍류로 시원하게 날려버릴 매니아 관객의 모습이 상상됐다.
.jpg) |
‘덕수궁 풍류’ 공연을 4회 이상 관람한 관객이 스탬프 표를 내보이고 있다. |
7월에는 뜨거운 여름날을 맞아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열정의 ‘굿판’ 공연이 두 차례 펼쳐진다. 하반기 공연(장소 미정)은 ‘춤판’(9월 6일/20일/27일)과 ‘대한민국 100년 전통예술’을 되돌아보는 특별공연(8월 15~17일), 국가무형문화재 명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명인공감’(10월 3~5일) 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풍류를 즐기며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면 덕수궁 풍류(https://pungryu2019.modoo.at/) 공연 예약 사이트에서 확인해보자.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강지은 altmxjwldm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