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뚫린 것처럼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걸 보니 장마철이 시작됐다는 게 실감난다. ‘엄청 내리네. 이 많은 비는 어디로 가는 걸까?’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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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출처=KTV) |
1년 동안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는 약 1274mm로 세계 평균 973mm보다 많다. 하지만 여름철에 비가 집중돼 하천을 통해 바다로 내보내는 양이 많아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비의 양은 1/3도 안 된다.
또한 도시 개발로 지표면이 포장되면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홍수와 폭염이 자주 발생하고 지하수의 양은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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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1년 동안 초등학생 키인 127.4cm 정도의 비가 내린다. |
우리가 한 번도 이용하지 못하고 바다로 내보내는 빗물의 양이 전체의 2/3 정도다 보니 우리나라 한사람 당 1년 동안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2500톤 정도로 세계 평균의 12% 수준이다.
만약 빗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땅속으로 스며들게 해 모아서 사용한다면 물이 부족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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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관리시스템 중 하나인 침투도랑은 자갈이 채워진 도랑으로 빗물이 흘러가며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시설이다. |
이런 고민에서 나온 방법이 바로 LID(Low Impact Development), 저영향개발 기법을 이용한 빗물관리시스템이다. 이는 도로, 주차장, 공원, 건물 등에서 빗물을 머금거나 땅속으로 스며들게 해 저장하는 것으로 이미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수원시가 빗물관리사업을 시행, 도로를 청소할 때 그 물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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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공사 도시관리연구실장 최종수 박사가 친환경 빗물관리 홍보관에서 빗물관리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현재 세종시도 시범적으로 빗물관리시스템을 설치해 운영 준비 중이다. LH공사 도시관리연구실장 최종수 박사로부터 빗물관리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LID(저영향개발) 기법이 적용된 빗물관리시스템을 설치했을 경우, 도시에서 홍수 피해나 물 유출량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빗물들이 많아져 지하수도 조금씩 채워지게 된다. 또한 빗물관리시스템을 위해 녹지공간이 늘어나게 되면 여름에 폭염을 줄여주는 건 물론이고 일부 미세먼지 발생량 감소를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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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나 아파트의 지붕에서 흘러나온 깨끗한 빗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장해 두는 통 모양의 시설. |
특히 미국 시애틀의 경우, LID 기법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수생태환경을 복원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시애틀은 이 사업 이후 도시의 조경이 쾌적하게 바뀌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등 주민들의 사업만족도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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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나 도로의 빗물이 보도하부로 내려가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장치이다. |
단점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사례가 별로 없어 아직까지 설계나 시공에 대한 노하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LID 기법은 세종시 6-4 생활권에 시범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가 오는 기간이 7~8월에 쏠려 있는데, 이 기법을 사용할 경우 문제는 없는지 물었다. 최 박사는 “안 그래도 이 빗물관리시스템을 설계할 때 토목, 환경, 조경 등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모아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도로 밑 침하나, 지하수 오염, 식생 등의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이미 20년 전부터 이 시스템을 활용한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들도 걱정했던 부분들이지만 문제를 잘 해결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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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여과상자로 나무가 심어진 상자에 빗물이 흘러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시설이다. |
덧붙여 “관련 사안에 대해 모니터링한 지 10년이 됐고 현재는 우리나라 데이터를 가지고 이런 문제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도로가 침하되지 않고 식물 쪽으로 빗물이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젠 인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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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재배화분. 이는 도로의 빗물이 식물이 심어진 화단으로 침투해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시설이다. |
미국이나 독일 같은 경우, 이 기법을 적용하고 있고 지금도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 연구 중이다. 기후변화로 과거와 달리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미국 LA 같은 경우에도 LID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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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한 침투도랑의 실사모습이다. 자갈이 채워진 도랑에 빗물이 흘러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시설이다. |
행복청 홍보관 밖에 시범 설치된 빗물관리시스템을 돌아보며 최종수 박사의 설명을 들으니 글로만 보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됐다. 부족한 물을 지키는 방법, 그 첫걸음이 제대로 된 빗물 관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